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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몰리면 보장 축소… 메리츠는 보험시장 미꾸라지?

영국신사77 2019. 5. 31. 21:30

가입자 몰리면 보장 축소… 메리츠는 보험시장 미꾸라지?

조선일보
  • 최종석 기자

  • 입력 2019.05.27 03:09

    치매·치아보험 상품 인기 끌자 진단금 내리거나 판매 줄여
    설계사 수당 늘려 공격적 영업 "과도한 경쟁 부추겨 시장 교란"

    5대 손해보험사의 올 1분기 매출액
    "정체한 보험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메기'인가, 시장 혼란과 과당 경쟁을 부추기는 '미꾸라지'인가."

    파격적 신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공격적 영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5위 손해보험사 메리츠화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보험 시장의 히트 상품은 치아보험이었다. 원래 틈새시장이었는데 메리츠가 '역마진' 수준의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에 불꽃이 튀었다. 작년 상반기 메리츠는 치아보험을 월 3만 건씩 팔았다. 작년 말에는 정부의 동물 보호 관리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개도 보장 대상에 포함한 반려동물 상품을 출시하며 반려동물 보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가입자 수가 1만여명으로 업계 1위다. 작년 11월에는 가벼운(경증) 치매 진단만 받아도 진단금 3000만원을 주는 치매보험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출시 후 월 4만명 정도가 가입했다. 모두 소비자 수요는 있었지만 손해 우려 때문에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분야다.

    하지만 메리츠는 치아보험 열풍이 불면서 보험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작년 겨울 상품 판매를 슬그머니 줄였고, 치매보험은 과당 경쟁 논란이 일자 진단금을 2000만원으로 내렸다.

    최근에는 보험금 지급 여부 등을 둘러싼 소비자 민원도 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메리츠에 대한 소비자 민원은 작년 1분기보다 8.5% 늘었다. 손보사 16곳 중 최고 수준이다.

    메리츠는 국내 손해보험사 중 첫 번째로 금융감독원 종합 검사를 앞두고 있다. 금융 당국에서도 메리츠가 '혁신가'인지 '시장 파괴자'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온다.

    ◇과도한 보장과 게릴라식 영업 비판

    다른 보험사들이 메리츠를 비판하는 포인트는 보험 상품의 과도한 보장 내용과 '게릴라식' 영업 방식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과도한 보장 내용을 내세워 광고하다가 나중에 보장 내용을 슬그머니 축소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메리츠처럼 고객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거나 리스크가 높은 신상품을 무리하게 출시하면 당장 시장 점유율은 높일 수 있겠지만 나중에 보험금 청구가 밀려 들어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메리츠의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영업을 빗대 "메리츠 성장의 동력은 혁신이 아니라 '돈 전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는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는 독립 대리점(GA)에 수수료의 6~7배씩 '시책(인센티브)'을 걸고 공격적으로 고객을 유치한다. 다른 보험사들이 시책을 올리면서 따라오면 먼저 고객을 모은 메리츠는 시책을 낮추고 경쟁에서 빠진다. 그 과정에서 인센티브가 많게는 수수료의 10배 이상으로 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센티브 경쟁이 붙으면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많이 써야 하고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 당국도 그동안 여러 차례 메리츠를 조사했다. 하지만 지금껏 구체적 제재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이 시책을 뿌리며 과당 경쟁한 메리츠와 삼성화재, DB손보에 대해 개선 지침을 내린 정도다. 보험사들은 "메리츠가 금융 당국 출신 전관(前官)을 영입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고 배준수 메리츠종금증권 전무는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출신이다. 최근에는 한정원 청와대 행정관을 메리츠금융지주 상무로 영입했다.

    ◇"공격 영업은 비용 아낀 결과… 대형사들의 음해"

    과도한 보장이란 비판에 대해 메리츠는 "자체적으로 절감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리츠는 2015년 메리츠종금증권 출신인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로 오면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벌였다. 2500여 명이던 임직원을 경쟁사의 절반 수준인 1700여 명으로 줄였다. 그리고 대리점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른 보험사들의 우려와 달리 실적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2015년 1713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600억원으로 늘어 순이익 기준 업계 4 위에 올랐다. 최근 발표된 올해 1~3월 매출도 1년 전보다 12.1% 뛰었다.

    상품의 보장 내용을 바꾼 것에 대해 메리츠는 "위험이 커지면 판매 조건을 바꾸는 게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맞는다"며 "조직이 날씬해 리스크 대응도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 관계자는 "경영 철학과 방식이 다를 뿐인데 시장을 장악한 대형 보험사들이 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