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經濟 · 미래 · 사람들/경영Ceo리더십,성공企業

[서진영의 CEO 명심보감] [1] 선사여사(先事慮事)

영국신사77 2019. 4. 4. 10:40

[서진영의 CEO 명심보감] [1] 선사여사(先事慮事)

조선일보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     
    입력 2018.01.19 03:12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최저임금 인상, 반기업 정서, 근로시간 단축, 기름값 상승…. 불확실성과 위기가 가득한 요즘, CEO가 챙길 첫번째 경구(警句)는 '선사여사 선환여환(先事慮事 先患慮患)'이다. '순자(荀子)' 대략편(大略篇)에 나오는 구절로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그 일을 생각하고, 우환이 생기기 전에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미국 위기관리연구소가 위기 사례 5만 건을 분석해 본 결과, 위기의 86%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막연한 걱정보다 변화와 위기 가능성을 분석하며 시나리오별로 대응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기존 프레임 변경도 시도할 만하다.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던 증국번(曾國藩)이 번번이 패배하자, 그의 부하가 전황을 황제에게 알리는 보고서에 "우리는 거듭 싸웠지만 거듭 패하고 있다(我們屢戰屢敗)"고 써 왔다. 증국번은 이를 "우리는 거듭 패했지만 거듭 싸우고 있다(我們屢敗屢戰)"로 고쳤다. 두 글자 위치만 바꿨지만, 불타는 전의(戰意)를 확실하게 전하면서 스스로도 결기를 다졌다. 증국번은 마침내 태평천국군 진압에 성공했다. 외부 환경 변화가 무조건 나쁜 결과만을 가져올까? 역이용할 수는 없는지 프레임을 한번쯤 뒤집어 보자.

    '채근담(菜根譚)'의 '처변당견백인이도성(處變當堅百忍以圖成)'도 떠오른다. "어려움을 당해서는 마땅히 굳게 백 번을 참음으로써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는 뜻이다. 맹자(孟子)는 '사업은 비약굴정(辟若掘井)'이라고 했다. "일을 성취하는 것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우물을 아홉 길 팠더라도 샘에 이르지 못한 채 그만두면 이는 우물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던 스티브 잡스는 "성공적 기업가와 그렇지 않은 기업가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순수한 인내심'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불확실성 제거, 프레임 혁신, 인내력 이 세 박자를 갖춘 리더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서진영의 CEO 명심보감] [2] 청총시명(聽聰視明)

    조선일보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 마음 편히 둘 곳 없는 변화와 혼돈의 시대에 리더의 덕목은 '청총시명'이다

    먼저 청왈총(聽曰聰·총명하게 들음).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룬 당 태종이 어떻게 일을 정확히 판단하고 처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최측근 참모인 위징은 이에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이라고 답했다. 
    '여러 의견을 두루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 말만 들으면 아둔해진다'('신당서(新唐書)' 위징전)는 뜻이다. 조직 내 서로 다른 의견에 골고루 귀를 기울여야 상황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 명종 때 대사간 박민헌은 상소문에서 '청납역이지언 연후인락어고군(聽納逆耳之言 然後人樂於告君)'이라고 했다. '임금이 귀에 거슬리는 고언까지 흔쾌히 받아들인다는 걸 알면 많은 사람이 임금에게 알려주기를 좋아할 것이다'는 의미다.

    리더에겐 싫은 소리를 내색하지 않고 들어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어두운 곳 없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CEO가 조직 내 은밀한 일을 마지막에 안다면 그 조직은 암담하다.

    또 하나는 시왈명(視曰明·밝게 봄). 리더가 현상의 이면(裏面)까지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의 줄리우스 카이사르는 저서 '내전기'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고 했다. 뒤집어 얘기하면 리더는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이 봐야 할 것을 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잭 웰치 전 GE 회장이 "리더십의 핵심은 간단하다 . 사람·환경·제품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파악한 후 그것을 기반으로 신속하고 결연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설파한 것과 통한다.


    '청왈총 시왈명(聽曰聰, 視曰明)'. 귀 밝음은 헤아림을 만들고, 눈 밝음은 지혜를 만든다. 난세에 마음의 귀와 눈이 밝은 총명한 CEO가 되라는 가르침을 '서경(書經)'은 주고 있다.


    [서진영의 CEO 명심보감] [3] 사불주피(射不主皮)

    조선일보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하계올림픽의 양궁 종목처럼 한국 여(女)전사들에 의해 인기 종목으로 급부상한 컬링 경기를 보면서 '논어(論語)' 팔일편(八佾篇)에 나오는 '사불주피(射不主皮)'가 떠오른다.

    '활을 쏠 때 가죽 뚫는 걸 중시하지 않는다'는 이 말은 옛날 활쏘기에서 명중을 중시했을 뿐 과녁의 가죽 뚫었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화살이 과녁 가죽을 뚫고 지나가느냐 못하느냐에 연연하며 힘자랑하는 건 천박하다는 얘기다.

    컬링 경기에서도 힘이 넘치면 목표 지점을 금방 지나쳐 불리해지게 된다. 이는 조직에서 의욕만 앞세우다가 고객과 종업원을 잃어버리는 결과와 같다. 리더들이 더 세게, 더 빠르게 같은 힘과 스피드만으로 경영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대 황제가 거행하는 대사(大射·활쏘기 시합)에서는 가죽 과녁 가운데 표적을 곡(鵠·고니)으로 그려놓고 과녁 한복판을 정곡(正鵠)이라고 했다.

    힘으로 가죽을 꿰뚫는 관혁(貫革)과 정신 집중을 통해 과녁의 정중앙을 맞히는 것 중 어느 게 더 가치 있을까?

    분명한 건 정곡에 맞추려면 자세를 반듯이 하고 대상을 끝까지 정시(正視)하면서 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화살이 빗나간다면 목표물이나 화살 탓이 아니라 내 정신력과 자세가 바르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아야 다음번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남 탓, 환경 탓을 그만하고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객 니즈(needs)의 정곡을 찌르는 역량이 중요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 전문 연구자인 프랜시스 헤셀바인(Hesselbein)은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 열망하는 것을 만족시키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활쏘기와 경영이 추구하는 '적중(的中)'을 이루려면 무조건 힘 키우는 경쟁력 강화만 고집할 게 아니라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서진영의 CEO 명심보감] [4] 춘풍추상

    조선일보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 따뜻한 봄바람이 마음을 흔들 때 CEO가 지녀야 할 경구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이다. '화약춘풍 숙약추상(和若春風 肅若秋霜)'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포근하게 대하되, 자기에 대해서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숙해야 한다는 말이다.

    춘풍은 사람을 감싸주는 온화함과 관대함이다. 온화함으로 조화를 이루고 관대함으로 사람을 얻는다. 공자는 '논어(論語)' 양화(陽貨)편에서 관즉득중(寬則得衆)이라 했다. '관대하고 관용이 있는 지도자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뜻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사내 폭발 사고를 회상하며 "사람이 실수를 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격려와 관용이며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봄바람 속에 자신을 놓쳐서는 안 된다. 최근의 '미투' 관련 사건들을 보면 리더들에게 가을 서릿발 같은 매서움과 엄정함이 절실하다.

    '서경(書經)'은 '욕구(欲求)에서 나온 마음은 위태롭기만 하고, 도를 지키려는 마음은 극히 희미하다(人心惟危 道心惟微)'고 했다. 마음의 위태로움은 일신의 위태로움으로 이어진다. 은밀한 장소에서 순간의 감정에 휩싸이는 게 얼마나 큰 위기를 만드는가.

    그러기에 불괴옥루(不愧屋
    漏)라는 말처럼 리더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방문이 보통 남쪽으로 나 있기에 가장 어두컴컴한 북서쪽 구석인 옥루에서도 '신독(愼獨)'해야 한다.

    안중근 의사도 '군자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조심하며, 남이 듣지 않는 곳에서도 두려워해야 한다(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는 '중용(中庸)' 구절을 유묵으로 남기고 있다.

    이이(李珥)는 임금이 중정(中正)의 도를 세움으로써 모든 사람의 준칙(準則)이 되도록 하는 건중건극(建中建極)이 위정(爲政)의 근본이며, 그것이 곧 '수신'이라고 했다. 남들에게 너그럽지만 자신에게는 엄정하라는 춘풍추상은 리더의 숙명이다.

    [서진영의 CEO 명심보감] [5] 모공언종

    조선일보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 조직원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늘 주목받고 있는 CEO와 리더는 어떻게 이들을 대해야 할까? '서경(書經)'은 모공언종(貌恭言從)이라는 황금률을 제시한다.

    모왈공(貌曰恭), 외모는 공손해야 한다. 공손하면 엄정함과 엄숙함을 가져오고(恭作肅), 위의(威儀)를 지켜나가게 되니 조직원들이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 반대로 조직원을 대할 때 너무 가볍게 대하거나, 엄숙하지 않으면 태만하고 교만·방자해지니 아랫사람이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언왈종(言曰從), 말은 이치(理致)를 따라야 한다. 이치에 따르면 조리 있게 되니(從作乂) 조직 구성원에게 내리는 영(令)이 바로 서게 된다. 반대로 이치에 맞는 말을 하지 못하면 패만참람(悖慢僭濫), 즉 권위로만 명령을 내리려 하니 거만(倨慢)해지고 분수에 지나치게 되고 만다.

    그래서 증자(曾子)는 '논어(論語)' 태백편(泰伯篇)에서 임종 전 맹경자에게 남긴 군자(君子)의 세 가지 도리로 동용모(動容貌·자신의 몸가짐에 주의해야 난폭함과 거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와 정안색(正顔色·엄숙하고 진지한 얼굴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출사기(出辭氣·말씨에 주의해 실수를 피할 수 있다)를 꼽았다. 몸가짐과 말이 큰 문제를 일으키는 요즘 세태에 더욱 깊이 새길 말이다.

    자하(子夏)도 '논어' 자장편(子張篇)에서 "군자는 멀리서 보면 근엄하고, 다가가면 따뜻하고, 그 말을 들어보면 엄격하다(望之儼然 卽之也溫 聽其言也厲)"고 했다. 지도자는 경건한 외모를 갖추고 있으되, 가까이 다가가면 남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 따뜻하고 온화하며, 말은 항상 바르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정한 태도와 신중하며 조리 있는 언어 사용 습관이 조직의 영을 세우고 다스림을 가능하게 한다. 주변을 대할 때 자신의 행동과 말이 너무 가볍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