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플릭스 창업자 겸 CEO 마크 브릿 인터뷰
신흥시장 인구 35세 미만이 70%
어떤 장면서 채널 돌리나 분석
동남아 초고도 현지화전략 통해
이런 현지화 전략을 짠 사람은 말레이시아인이 아닌 호주 출신인 마크 브릿(Mark Britt)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지난해 11월 21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아이플릭스 본사를 방문해 그를 만났다. 엘리베이터에 내리는 순간 바닥에 있는 화려한 빛깔의 그래피티가 ‘혁신 기업’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브릿 CEO는 사무실 구석에 있는 창고방 같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유리창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방엔, 벽기둥에 붙은 영화 ‘대부’ 포스터 한장과, 스타워즈 스톰 트루퍼 헬멧 하나가 방 장식의 전부였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질의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 본인만의 창업가 정신같은 게 있나.
- 응답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해본다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도 일했고, 4군데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모두가 저마다의 목적이 있는데 이런 개인의 목적이 사회의 가치를 찾는데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죽는 순간 뒤를 돌아 봤을때 돈과 지위는 행복을 주지 못하겠지만 즐겁게 일했던 경험은 남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신흥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신흥 시장은 10억명 이상의 인구가 있고 이 중 70% 이상이 35세 미만의 젊은 구독자다. 이들에겐 휴대폰이 삶의 중심이다. 유료 TV는 비싸서 보지 못한다. 그동안 서구의 대기업은 신흥 시장의 부자들, 즉 프리미엄 시장만을 눈여겨봤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한 건 신흥시장의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가난한 사람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사업으로 이어졌다.
- 질의 :아이플릭스 이름은 넷플릭스를 본 따 지은 것인가.
- 응답 :아이플릭스의 ‘아이’는 프로젝트의 이름이고, ‘플릭스’는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상징같은 단어다. 아이플릭스 창업 전에 아이카라는 중고차 중개업, 아이프로피티라는 부동산 중개업 등을 만들었다. 현재 아이카는 호주에 상장이 돼있고, 아이프로피티는 말레이시아 현지 회사에 매각했다. 아이플릭스는 사업의 주체가 ‘I(나)’란 의미도 있다.
- 질의 :왜 말레이시아를 창업 본거지로 선택했나.
- 응답 :아이플릭스 사업 모델이 선진국보단 신흥 시장에 알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부의 정책과 기술에 대한 정책이 굉장히 잘돼 있다.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도(MSC) 프로젝트를 통해 세금 감면, 외국인 취업을 지원해주는 비자 정책, 저비용으로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들이 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선진국 보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같은 20~25세의 젊은 층의 에너지가 폭발적인 시장과 그 시장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우리에겐 훨씬 더 중요하다. 두번째 본사를 짓는다면 아마 자카르타가 될 것이다.
- 질의 :넷플릭스를 누른 성공 비결로 ‘초고도 현지화’를 꼽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들인가.
- 응답 :신흥시장 내에 교육 수준이 높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서구화 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 현지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로컬 현지화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대부분의 현지인은 한국 콘텐트를 굉장히 좋아한다. 어떠한 문화적인 연결성을 찾기 힘든데도 말이다. 그래서 현지인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누가 언제 어떤 장면에서 채널을 돌리는지를 분석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제작한 6부작 드라마 ‘KL(쿠알라룸푸르) 갱스터’라는 오리지널 콘텐트도 그렇게 탄생했다.
- 질의 :무슬림 국가다 보니 현지에서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작하는데 제약이 많을텐데.
- 응답 :정부 기관·관계 부처와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등 사전 협의를 충분하게 진행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경찰은 나쁜 사람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밀레니얼 세대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아이플릭스가 현지 기준을 바꿨다고 생각한다.(웃음).
- 질의 :신흥 시장의 경우 저신용자와 신용 카드가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 응답 :그 점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도전 과제 중 하나다. 신흥 시장에서 카드 소지자는 전체 인구 중 10% 미만이다. 스마트폰도 약정으로 쓰는 구조가 아니라 2~3일에 한 번씩 80센트~1달러 정도를 소액 충전해서 사용한다. 이 점에 착안해 최근 인도네시아에 하루 8센트(90원)만 내면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지금 동남아 시장 등은 차량공유 서비스인 ‘그랩’ 등의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응도 고심하고 있다.
- 질의 :각국의 통신사와 제휴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
- 응답 :통신사와 제휴하면 결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 또 현지 인터넷 사정을 통신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엔 맞춤형으로 저화질의 콘텐트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통신사 입장에선 데이터를 소비하기 때문에 통신비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아이플릭스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고객을 붙잡아 두는 데 도움이 된다.
- 질의 :한국에선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기존 산업의 저항이 있다. 말레이시아에선 어떤가.
- 응답 :물론 아이플릭스도 기존 대형 유료 TV 회사들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이들 입장에선 기존의 고객을 뺏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장이나 기존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땐 해결책이 하나밖에 없다. 고객을 우선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빨리 제공해 주는 것이다. 콘텐트를 계속 바꿔주면서 고객의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줌으로써 기존의 저항을 넘어설 수 있다.
- 질의 :끝으로 한국의 벤처 생태계에 조언을 해준다면.
- 응답 :한국엔 네이버ㆍ다음 등 강력한 로컬 서비스와 콘텐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서비스 시장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선 자국 산업을 너무 보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로컬 생태계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제적인 서비스 업체들을 불러와서 경쟁을 시키는 것이 현지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쿠알라룸푸르=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아이플릭스는 어떤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