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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를 막을 자, 후(who)? / 화장품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간 매출 2조원 돌파할 듯

영국신사77 2018. 11. 2. 20:39

후를 막을 자, 후(who)?

조선일보
  • 곽래건 기자

  • 입력 2018.11.01 03:08

    화장품 단일 브랜드 최초로 연간 매출 2조원 돌파할 듯

    차석용
    차석용
    지난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방한했다. 이 직후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는 판매량이 갑자기 폭증하기 시작했다. 펑 여사가 한국 면세점에서 후 제품을 샀다는 소문이 돌았고, 중화권에선 '퍼스트레이디도 애용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후는 이후 터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경제보복 사태 속에서도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2013년 203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7배인 1조4200억원으로 늘었고, 올 1~3분기 매출은 이미 1조4540억원을 찍었다. LG생활건강 내부에선 지금 추세대로면 올해 연 매출 2조원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단일 화장품 브랜드가 연 매출 2조원을 넘기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궁중 이미지로 연 매출 2조 육박

    후는 LG생활건강이 2003년 출시한 럭셔리 한방 화장품 브랜드다. 출시 첫해 매출은 103억원 수준이었다. 원래 한방 화장품으로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굳힌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후발 주자 신세였다. 후는 고급 이미지를 주기 위해 '에스티로더' 'SK-II' 등 해외 브랜드보다도 더 높은 가격을 유지했지만 초반엔 '그 가격에 살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평을 받았다.

    전환점은 2005년 대표이사로 부임한 차석용 현 LG생활건강 부회장의 한마디였다. 차 부회장은 "한방 브랜드로 승부하지 말고 궁중 브랜드로 차별화하자"고 했다. LG생활건강은 이후 왕후의 옷을 입은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는 등 제품의 초점을 '궁중'에 두기 시작했다. 샘플 증정 행사도 최고급 호텔을 선별해 진행했고, 여성 지도자 콘퍼런스,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패션쇼 등 현대판 왕후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행사만 골라서 후원했다. 제품 디자인에도 백제 금동대향로의 봉황 등으로 장식해 궁중 이미지를 담았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와 모델인 배우 이영애.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와 모델인 배우 이영애. /LG생활건강

    후는 지난 2016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2015년 설화수가 단일 브랜드로 처음 연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지 딱 1년 만이었다. 연 매출 1조원을 한 번이라도 달성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후, 설화수, 이니스프리(아모레퍼시픽)뿐이다. 1조원 달성에 걸린 시간은 후가 가장 짧았고, 성장세도 후가 가장 가파르다.

    화장품 브랜드 하나가 회사 전체 실적 견인

    LG생활건강 매출은 2005년 9678억원에서 지난해 6조2705억원이 될 때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늘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04억원에서 9303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2005년 7.27%이던 영업이익률도 올해 1~3분기 16.4%로 꾸준히 올랐다.

    업계에서는 14년 연속 성장의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후로 대표되는 화장품 브랜드 고급화의 영향이 컸다. 회사 전체 매출은 올 3분기 1조7372억원, 영업이익은 2775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경쟁사들 실적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과 정반대 결과다. 올해 1~3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의 절반이 후에서 나왔다. 이제 회사 내 다른 사업 부문인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보다도 단일 화장품 브랜드인 후의 매출이 더 많을 정도다. 다른 고급 브랜드인 '숨''오휘' 등도 계속 성장 중이다.

    또 다른 축은 기업 인수·합병(M&A)이다. 차 부회장은 코카콜 라(2007년), 다이아몬드샘물(2009년), 더페이스샵(2010년), 바이올렛 드림(2012년) 등 2007년 이후에만 총 18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고, 대부분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생활건강 이종원 부문장은 "회사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에서는 후처럼 글로벌 명품 이미지를 확보하는 브랜드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회사의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