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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구로 등대' 넷마블의 1년/후발주자가 1등처럼 일해선 절대로 1등 될 수 없어

영국신사77 2018. 5. 31. 13:54

[경제포커스] '구로 등대' 넷마블의 1년


입력 2018.05.31 03:14

'주 52시간' 근무 도입 후 新作 없고 이익 급감 
후발주자가 1등처럼 일해선 절대로 1등 될 수 없어

조형래 산업2부장
조형래 산업2부장

넷마블의 구로 사옥은 '구로 등대'로 불렸다. 야근하는 직원들로 본사 사옥이 밤새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빗댄 것이다. 그 넷마블이 지난 1년간 근무 체제 개편에 주력했다. 직원 과로사로 경영진이 국회에 불려가 질책을 받고 부당노동행위로 고발까지 당하자 주말 근무와 야근을 없애고, 직원 스스로가 주당(週當) 최장 52시간 내에서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 근무제도 도입했다. 모자라는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 작년 1000명 넘는 직원을 뽑았고 올해도 작년만큼 채용할 계획이다. 회사가 약속한 대로라면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넷마블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신작을 단 하나도 내지 못했고 이 때문에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26%, 영업이익은 60% 넘게 줄었다. 일반 제조업체라면 당장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난리가 났을 수치다. 넷마블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신작이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틀림없는 것은 넷마블이 선발 주자인 넥슨이나 엔씨소프트를 앞지를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는 점이다. 20년 가까이 된 PC 게임이 든든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는 넥슨·엔씨와 달리, 넷마블은 부침(浮沈)이 심한 모바일 게임밖에 없는 데다 개발 기간을 단축해 적기(適期)에 게임을 출시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중국 게임업체들은 국내 모바일 게임 순위 10위권을 싹쓸이할 정도로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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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은 직원 처지에서는 더없이 좋은 이야기다. 문제는 일을 적게 하면서도 높은 성과를 내는 기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준비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자칫 성공적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인 한국 기업들의 최대 장점, 즉 스피디한 시장 대응력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아이폰 등장으로 휴대폰 사업이 망할 뻔했던 삼성전자가 2009년 처음 갤럭시S를 출시할 때의 차별화 포인트도 빠른 대응이었다. 세계 최고 스마트폰에 맞서 삼성은 100대 단위 주문도 맞춤형으로 적기 납품할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워 세계 각국의 통신업체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삼성 스마트폰을 아이폰의 유일한 대항마로 키웠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의 원조인 인텔을 앞서게 된 결정적 차이도 '스피드'였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느려터진 인텔과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반도체 제작을 삼성에 맡겼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가 거꾸로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의 스피디한 시장 공략의 제1 타깃이 되고 있다.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자의 탄생을 막을 수도 있다. 자본과 기술력이 뒤지는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잡는 데는 사람이 유일한 자산이고, 천재적 창의성이 없다면 농업적 근면성이라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후발 주자가 1등처럼 일해서는 절대로 1등이 될 수 없다. '유럽의 스티브 잡스'라는 제임스 다이슨의 자서전을 우연히 읽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종이봉투가 필요 없는 사이클론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4년간 혼자서 시제품을 무려 5127개 만든 오기와 인내였다. 그는 작업실인 자신의 작은 마구간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죽을 때까지 제자리를 맴돌 것이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기어이 이겨냈다. 창의성도 근면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상에 불과하고, 워라밸도 회사가 쇠락하기 시작하면 빈둥거리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30/20180530040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