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손정의 투자 받아도… 차등의결권으로 경영권 지켜주는 실리콘밸리

[뉴스 TALK] 손정의 투자 받아도… 차등의결권으로 경영권 지켜주는 실리콘밸리

강동철 기자

입력 : 2018.05.30 03:09

작년 상장 美 스타트업 67%가 창업자에 10배 이상 차등의결권
구글·페이스북·스냅도 도입

미국의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 스트라이프는 최근 주식 상장을 앞두고 공동 창업자인 패트릭 콜리슨 최고경영자(CEO)와 존 콜리슨 사장에게 주당 의결권이 보통주의 10배에 달하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부여했습니다. 온라인·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트라이프는 패트릭 콜리슨, 존 콜리슨 형제가 2010년 창업해 현재 기업 가치만 90억달러(약 9조7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입니다. 상장 이후 외부 투자자들이 경영에 무분별하게 개입하는 것을 막고 창업자의 책임 경영을 보장해주기 위해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것입니다.

창업자에게 차등의결권을 주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IT(정보기술) 기업에서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작년 주식 시장에 상장한 IT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중 67%는 창업자들에게 주당 의결권이 보통주의 최대 10배 이상인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 스냅의 에번 스피겔 창업자도 차등의결권을 통해 자신들이 가진 지분율보다 훨씬 더 많은 의결권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투자은행과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은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흔쾌히 자신들에게는 불리한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구글·페이스북의 창업자들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에도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해왔습니다. 엘리엇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단기 이익을 위해 기업을 흔드는 행위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1000억달러(약 108조원)짜리 비전펀드로 세계 IT·스타트업 업계에 지배력을 키우는 것도 차등의결권 부여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손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투자받더라도 차등의결권이 있으면 손 회장의 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벤처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하고 끊임없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기업인들을 옥죄고 있는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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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9/2018052903804.html#csidxb2b4e6a91816d788ae5e01f7bdc75f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