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권은 장관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고, 장차 남녀 동수로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선도하겠다는 선언이다. 국내 스포츠계의 여성 지도자 비율은 얼마나 될까. 둘러보면 남성 천국이다. 남자 프로야구, 축구, 농구, 배구 39개 팀 감독 전원이 남성인 건 그렇다고 치자. 여자 프로농구 6개 팀 감독이 전원 남성이고, 여자 축구는 8개 실업팀 중 7팀 감독이 남성이다. 6개 팀인 여자 프로배구도 지난 시즌까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유일한 여성으로 버티다가 올 시즌에야 이도희 감독이 합류했다.
기업이나 공공 기관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스포츠에서 여성 지도자 비율은 선수 시절 공헌도에 비해 별나다고 할 정도로 낮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한국의 금메달 13개 중 여자 선수가 5개를 가져왔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는 한국 금·은·동메달 합계 8개 중 7개를 여성이 따냈다. 남성들 분발을 촉구해야 할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 단체의 임원 여성 비율은 6% 수준이다. 많은 여성 스포츠인은 "우리에게 무슨 유리 천장이 있느냐"고 한다. 은밀한 차별이 아니라 남성들이 노골적으로 철벽을 둘러쳤다는 항변이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여성에게도 감독은 쉬운 자리가 아니다. 한국마사회 감독으로 10년째 활동하는 탁구 스타 출신 현정화는 "많은 걸 버렸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2013년부터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 4학년이던 딸을 외국에 보내고 혼자 지낸다. 한국에서 감독직과 엄마의 역할을 도저히 병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를 버려야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건 현실이다. 바꾸려고 노력해 봤지만 헛일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