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經濟 · 미래 · 사람들/경영Ceo리더십,성공企業

[데스크에서] '매일 30㎞ 전진'의 기적...아문젠과 스콧

영국신사77 2016. 10. 22. 21:18

[데스크에서] '매일 30㎞ 전진'의 기적


입력 : 2016.10.22 03:03


호경업 산업2부 차장
호경업 산업2부 차장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를 보며 4년 전 세계적인 경영전문가 짐 콜린스를 인터뷰했을 때 사용했던 취재수첩을 다시 꺼내보았다. 기업의 흥망을 연구해온 그는 기자에게 대뜸 '남극점을 누가 최초로 정복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답이 아문센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복 비사(秘史)는 그때 처음 알았다.

1911년 10월 인류사의 첫 남극점 정복을 놓고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이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아문센은 1911년 12월 14일, 스콧은 아문센보다 한 달 늦은 1912년 1월 17일 남극점에 서는 데 성공했다. 패배한 스콧 팀엔 더 큰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극점에 뒤늦게 도착한 후 지친 나머지 눈 속에 갇혀 전원 사망했다. 아문센 팀은 안전하게 복귀했다.

무엇이 둘의 운명을 갈랐을까. 콜린스가 내린 결론은 '하루 20마일(약 32㎞)의 꾸준한 행군'에 있었다. 스콧은 날씨 좋은 날은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속도전을 펼치며 대원들을 혹사했다. 하루에 30마일도 전진했다가 날씨가 나빠지면 텐트 안에 있었다. 아문센은 날씨가 좋아도 매일 20마일, 날씨가 험해도 사투를 벌여가며 20마일을 전진했다. 스콧 팀은 날씨가 나쁘면 당연히 힘들었고 날씨가 좋아도 조금이라도 더 앞으로 나가려다 보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문센 팀은 날씨가 좋은 날은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고 눈보라가 칠 때를 대비했다.

남극점 이야기는 기업의 흥망성쇠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1~2년의 단기가 아니라 30년 이상의 시간을 놓고 볼 때 살아남고 성공한 기업은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차세대 히트 상품을 계속해서 내놓는 '날쌘 돌격자'가 아니었다. 인텔·암젠·사우스웨스트항공 등과 같은 기업은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일정한 전진의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호황기에도 불황기를 대비해 성장을 절제하는 원칙도 견지했다.

적어도 노트7 단종 사태만 보면 삼성전자는 아문센이 아니라 스콧을 닮아 있다. 삼성전자는 노트5에서 '6'을 건너뛰고 노트7로 신제품을 내놓았다. 아이폰7시리즈를 의식한 명칭이면서 그전 모델을 훌쩍 뛰어넘는 혁신 제품이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삼성 내부에서도 "아이폰을 완전히 추월하기 위해 '무조건 전진'을 외쳤고, 그 바람에 이번 일이 터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의 노트7 단종으로 말미암은 손실액은 7조원대라지만 실제론 그 이상이 되리라 전망한다. 삼성은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모든 제품에
대해 내부 품질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신제품 출시에 앞서 기업의 사활을 걸고 원인 파악에 들어갔다. 삼성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번 사건이 스콧 경영에서 벗어나 '아문센 경영'으로 전환하는 기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원칙에 바탕한 아문센의 20마일 행군은 비단 노트7에만 해당하는 경구(警句)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모두가 곱씹어봐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