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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아래>
예루살렘을 비롯해 베들레헴 헤브론 세겜 나사렛 등 주요 성지들은 사람들이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그런 성지들을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벧엘 실로 아이 기브온 므깃도 단 등 구약시대의 도시들과 가버나움 벳세다 거라사 등 신약시대의 마을들은 이미 오래전에 폐허가 된 후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따라서 어느 누구도 정확한 장소를 알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렇듯 확인되지 않는 팔레스타인의 성서 지명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비교언어학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한 한 미국인 목사에 의해 1838년에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유럽의 자유주의적인 성지탐사와는 달리 철저하게 신앙적 관점에서 비롯된 미국의 성지연구는 뒷날 `성서고고학은 곧 미국적 학문'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더욱 뒷받침해주는 계기가 된다.
1794년 미국 코네티컷주의 사우딩턴에서 회중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에드워드 로빈슨은 일찍부터 그리스어에 능통해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관한 주석서를 편찬하는 등 고대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하버드대학의 자유주의적 신학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 설립된 엔도버신학교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던 그는 성서의 철저한 언어학적 연구를 토대로 보수적인 신학을 견지하는 한편 4년간의 프랑스·독일유학을 통해 유럽의 비교언어학을 터득하였다. 미국인 학자로서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된 그는 1837년 뉴욕의 유니온신학교로부터 성서학 주임교수로 초빙을 받자 먼저 성지를 탐사할 시간을 달라는 조건을 내세웠고,마침내 1838년 3월 카이로에 도착함으로써 그의 성지탐사는 시작되었다.
로빈슨의 성지탐사에는 그의 제자이며 목사로서 레바논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엘리 스미트가 동행했고,그의 뛰어난 아랍어 실력은 팔레스타인의 현지인들과 접촉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민족의 출애굽 경로를 따라 카이로를 출발,홍해를 건너 시내산을 등정한 후 요단 건너편을 지나 여리고로 들어가는 여정을 계획했다. 비록 현지 탐사의 위험 때문에 요단 건너편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그들은 당시 서구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네게브 광야를 처음으로 탐사할 수 있었다. 그들이 내세운 성지탐사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기독교 유적지마다 위치해 있는 기념교회의 수도사들을 피할 것.
둘째,현지 팔레스타인의 아랍인 마을을 주로 찾아다닐 것.
셋째,되도록 대로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을 찾아다닐 것.
수주일동안 네게브 광야를 헤맨 끝에 `비르 에 세바'라 불리는 조그만 샘을 중심으로 형성된 베두인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그곳이 바로 아브라함을 비롯한 족장들의 도시였던 브엘세바임을 밝혀냈다. 예루살렘에 도착한 로빈슨은 성전 터의 축대 둘레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유태인들의 기도장소인 `통곡의 벽'의 남쪽 모퉁이 근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진의 결과라고 믿었던 돌출부를 자세히 관찰한 그는 요세푸스의 헤롯 성전에 관한 서술을 참고로 그곳이 바로 성전으로 향하는 입구를 받치고 있던 아치의 한 부분임을 확인했다. BC 20년 경부터 헤롯왕이 건설하기 시작한 성전 터의 남쪽 끝에는 로마의 공회당을 본떠서 만든 웅장한 규모의 바실리카가 있었다.그곳은 귀족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별도의 다리로 연결돼 있었는데,로빈슨이 발견한 아치의 일부는 바로 이 통로를 받치고 있던 것이었다. 1967년 이후 이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발굴을 통하여 아치의 무너진 돌들이 15m 깊이의 땅 속에서 발견됨으로써 로빈슨의 예리한 관찰은 사실로 입증됐다. 따라서 예루살렘의 성지 안내원들은 오늘날 이 부분을 `로빈슨의 아치'라고 부른다.
로빈슨은 `어느 지역이든지 고대의 지명은 비록 그 지방의 주민과 언어가 바뀌더라도 발음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현지의 아랍어 지명을 참고로 성서 속의 도시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1838년 5월4~5일 로빈슨은 예루살렘 북쪽의 유적지들을 탐사하여 아나타를 예레미야의 고향인 아나돗으로,제바를 게바로,묵크마스를 믹마스로,엘 지브를 기브온으로,그리고 베이틴을 야곱이 제단을 쌓았던 벧엘로 확인했다.
로빈슨과 스미트는 하루종일 길없는 외딴 곳에 위치한 유적지들을 따라 당나귀를 타거나 걸어서 탐사하고,밤에는 천막을 치고 모닥불 옆에서 낮동안에 다닌 지역들의 아랍어 지명을 일일이 기록해 성서의 히브리어 지명과 비교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들은 연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두 사람이 각각 별도로 탐사일지를 기록했다. 로빈슨의 업적을 계기로 중요한 성서 속의 지명들이 많이 확인되었지만,아직도 성서와 관련된 많은 유적지들이 학자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협성대교수·성서고고학)
[사진 설명]
1. 에드워드 로빈슨(Edward Robinson:1794~1863년)
미국의 목사이며 언어학자인 로빈슨은 성서의 문자적 정확성을 입증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지역에 위치한,미확인된 성서 속의 여러 지명들을 지리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텔 브엘세바'.
네게브 광야를 헤맨 끝에 로빈슨 일행은 `비르 에 세바'라 불리는 조그만 베두인 천막촌에 도착했다. 이곳의 아랍어 지명을 토대로 그는 이곳이 다름아닌 아브라함을 비롯한 족장들의 도시인 성서 속의 `브엘세바'임을 밝혔다. 1969년 이후 발굴을 통해 솔로몬시대 요새로 건설된 텔 브엘세바의 모습이 밝혀졌다.
3. 로빈슨의 아치(1850년대)
1838년 예루살렘의 성전 터의 축대 부분을 관찰하던 로빈슨은 지진으로 인해 튀어나왔다는 돌출부를 성전 부속건물로 통하는 통로를 받치기 위한 아치의 일부라고 요세푸스의 기록에 근거하여 밝혔다.
4.로빈슨의 아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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