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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두는 성경 구절 / 영성가·구도자 어김없이

영국신사77 2008. 6. 19. 13:02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40> 가장 마음에 두는 성경 구절 [중앙일보]

                                                     영성가·구도자 어김없이
                                                                     갈라디아서 2장20절 꼽아

  취재를 하면서 세계적인 신학자도 만나고, 영성가도 만났습니다. 또 기독교계의 내로라하는 구도자도 여럿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현문우답’은 이들에게 물었습니다. 항상 같은 질문이었죠. “성경에서 가장 마음에 두는 구절은 무엇입니까?”

 답이 돌아오기까진 늘 짧은 침묵이 흘렀죠. 그건 참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의 답변에서 ‘예수를 향한 지향’‘예수를 향한 걸음걸이’를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매번 놀라운 답이 돌아왔죠. 왜냐고요? 이들이 꼽은 구절이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날짜, 다른 장소에서 따로따로 인터뷰를 했는데도 말입니다.

 그게 뭐냐고요? ‘갈라디아서 2장20절’입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으니,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의 그리스도가 사는 것이다.’ 기독교 미래학자인 레너드 스윗 박사도 그랬죠. 성경은 물론 유·불·선에도 통달해 ‘기독교 도인’으로도 불리는 김흥호(89) 목사도 그랬습니다. 로마에 총본원을 두고 있는 성바오로수도회 총원장 실비오 사씨 신부도 그랬습니다. 올해 초 이탈리아 현지 기자의 똑같은 물음에 그는 갈라디아서 2장20절을 꼽았습니다. 또 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기독교서적 『내려놓음』과 『더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도 정확하게 그 구절을 꺼내더군요.

 구약과 신약 성경의 양은 방대합니다. 숱한 비유와 은유가 예수님 말씀에 녹아 있습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이 사람들이 이 대목을 꼽은 이유가 뭘까요. 그건 멋진 격언이라서가 아니겠죠. 좌우명을 삼기에 좋은 글귀라서도 아닐 겁니다. 그림 같은 은유, 시적인 비유 때문도 아닙니다. 그럼 뭘까요. 그건 바로 ‘길’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거기에‘생명’이 흐르기 때문이겠죠.

 예수님께선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복음 14장6절)”라고 하셨죠. “나를 통하지 않고선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나를 통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예수를 통한다’는 게 뭘 의미할까요. 그걸 알아야 ‘아버지’께 갈 수가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갈라디아서 2장20절에서 그 ‘열쇠’가 보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의 영성가와 구도자들이 하나같이 이 구절을 꼽은 거겠죠. 그럼 그 ‘열쇠’가 뭘까요. 바로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습니다’라는 구절입니다.

 교회에 다니는 이유가 뭔가요. 성경을 읽는 이유가 뭔가요. ‘그리스도와 하나 되기’위함이 아닌가요. 그리스도와 하나 되지 못한 곳에는 ‘생명’도 없고, ‘천국’도 없기 때문이죠. 그러니 그리스도와 하나됨, 그 외에 달리 어떤 이유로 교회에 다니고, 성경을 읽겠습니까.

 그럼 묻겠죠. “‘나’를 십자가에 못박는 이유는 뭔가.” 예수와 하나가 되려면 ‘나의 마음’이 ‘예수의 마음’이 돼야겠죠. 그런데 좁아터진 ‘에고의 마음’은 결코 무한한 ‘예수의 마음’이 될 수 없죠. 아무리 크게, 크게, 크게 키워도 말입니다. 그럼 어찌할까요. 방법은 있죠. ‘에고의 마음’을 없애는 겁니다. ‘에고의 마음’이 죽는 곳에, 에고에 가렸던 ‘예수의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에고의 마음’이 죽는 순간,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예수가 산다”고 말이죠. 이젠 ‘바울’이 밥을 먹고, ‘바울’이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죠. ‘내 안의 예수’가 밥을 먹고, ‘내 안의 예수’가 설교를 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십자가의 부활’이죠. 2000년 전,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이 ‘내 안’에서 부활하는 거죠. ‘현문우답’은 거기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진짜 이유가 보이네요.

                                                                                                                          2008.06.19 11:18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