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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 <김창환>

영국신사77 2007. 5. 3. 23:45
                                   창조론
The Creationists : The Evolution of Scientific Creationism

 

                                                                                                   김창환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필자가 본격적으로 창조과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되었을 때 창조론의 역사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에 대한 쓸만한 한글 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영문 자료 중에는 쓸만한 것들이 있겠지만 창조론과 관련된 수많은 단체가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수많은 견해들이 있었기 때문에 창조론사에 대해 대체적인 감을 잡는 데에도 적지 않은 자료를 섭렵해야 하리라고 생각되었다.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은 매우 귀한 일이겠지만, 적지 않은 영문 자료를 찾아서 섭렵하는 것은 확실히 가벼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the creationists』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역사학자로서 대가로 인정받는 ronald l. numbers가 20년을 바쳐 연구한 창조론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썼는데 미국의 창조론사에 관한 한, 아주 최근의 것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내용이 망라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 나타난 numbers의 연구가 워낙 빈틈이 없어서 미국 창조론사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읽어본 『the creationists』는 그런 명성에 걸맞는 책이었다.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이 책은 개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이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압축해서 제공하고 있다. 개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관련 사항들도 놓치지 않는다. 창조론 관련 단체들의 흥망성쇠, 각종 견해들의 흐름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인용문이 등장하는데 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견해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

『the creationists』는 1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다윈 시대의 창조론 (creationism in the age of darwin).
<2> 조지 프레데릭 라이트: 기독교 다윈주의자에서 근본주의자로 (george frederick wright: from christian darwinist to fundamentalists).
<3> 근본주의 논쟁에서의 창조론 (creationism in the fundamentalist controversy).
<4> 브라이언 시대의 과학적 창조론자들 (scientific creationists in the age of bryan).
<5> 조지 맥크레디 프라이스와 신격변론 (george mccready price and the new catastrophism).
<6> 종교와 과학 협회 (the religion and science association).
<7> 홍수지질학회 (the deluge geology society).
<8> 영국에서의 복음주의자들과 진화 (evangelicals and evolution in great britain).
<9> 북미에서의 복음주의자들과 진화 (evangelicals and evolution in north america).
<10> 존 위트콤, 헨리 모리스, 그리고 『창세기 대홍수』 (john c. withcomb, jr., henry m. morris, and the genesis flood).
<11> 창조연구학회 (the creation research society).
<12> 창조과학과 과학적 창조론 (creation science and scientific creationism).
<13> 기만과 식별 (deception and discrimination).
<14> 창조연구소들 (creation research institutes).
<15> 교회 안에서의 창조론 (creationism in the churches).
<16> 세계로 퍼진 창조과학 (creation science floods the world).

  저자가 창조론자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기 바란다. 그는 안식교 가정에서 자랐으며 어려서부터 창조론을 교육받았으나 자라서는 회의적으로 바뀌어 불가지론에 가까운 종교적 입장을 갖게 된다. 그는 더 이상 창조론을 믿지 않지만 창조론자들- 여기에는 그의 아버지가 포함된다 -에게 진화론자들에게와 같은 정도의 존경을 품고 작업에 임하였다고 서문에서 쓰고 있다. 확실히 그는 창조론사를 씀에 있어서 창조론을 옹호하려고 하지도 않고 반대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창조론을 비하하려는 의도도 없지만 창조론에 불리해 보이는 이야기도 사실이기만 하면 쓰는 데에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귀한 자료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창조과학을 살펴볼 때 우려되는 것 중의 하나는 역사에 대해, 특히 창조론사에 대해 대체로 무지하며 전반적으로 보아 관심도 없다는 점이다. 이 주제에 대한 쓸만한 한글 자료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 그에 대한 증거일 것이다. 필자에게는 이것이 매우 위험해 보인다. 최근 '한국창조과학회 20년사'가 발간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여러 가지로 한계가 많다.

  『the creationists』를 번역해 볼까 생각해 보기도 했었지만 분량도 많고 - 깨알 같은 글씨로 400페이지 이상 - 관심 갖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아서 번역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결코 이 책이 번역할 가치가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 책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원서라는 핸디캡을 감수하고서라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학회 연구실에도 이 책이 한 권 꼽혀 있다. 빌려달라고 요청하면 아마도 학회에서는 아마도 어렵지 않게 빌려줄 것이다. 누군가 먼저 빌려가지 않았다면 말이다.



                                                                                            출처 : 창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