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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식품 시장의 강자 풀무원 남승우 사장

영국신사77 2007. 3. 6. 16:39
  [파워!중견기업] 풀무원…압구정동 채소 가게서 먹거리 대표기업으로 [중앙일보]
           식품 시장의 강자 풀무원 남승우 사장
                          `김치·두부도 약 만들듯 깐깐하게`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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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포장 두부.콩나물 시장과 냉면.우동 등 생면 시장 점유율 1위. 여기에 비록 1위는 아니지만 김치.계란 시장 등에서도 수위 다툼을 하는 중견기업이 있다. 식품업계의 쟁쟁한 대기업들과 맞서 이처럼 혁혁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주인공은 풀무원. 1980년대 초 서울 압구정동에서 조그만 채소가게로 출발한 풀무원은 지난해 매출이 36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4000억원을 넘보고 있다. 이 회사 남승우(사진) 사장은 "교과서적인 답이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최우선 원칙으로 경영해온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국내 식품 시장은 대기업의 격전장이다. CJ를 비롯, 두산.대상 등 역사 깊고 덩치도 큰 기업들이 해마다 비슷한 품목을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시장에 뛰어든 지 20여 년밖에 안 된 풀무원의 활약은 더욱 빛난다.

  현재 풀무원이 시판하는 제품은 콩나물.두부.우동.냉면.김치.계란 등 21가지. 이중 4~5개가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다. 특히 2500억원 규모인 포장 두부 시장에서 풀무원의 점유율은 73%나 된다. 남승우(사진) 사장은 "회사는 작지만 창업 초기부터 믿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심어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익보다 원칙이 우선=1995년 상장 첫해 750억원이었던 풀무원의 매출(생식품 부문)은 꼭 10년 만에 3600여억원으로 불어났다. 매년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결과지만 그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사진=조용철 기자
  위생 문제나 유전자변형식품(GMO) 사용 의혹 등이 불거지곤 했다. 그때마다 남 사장은 모든 자료와 생산현장을 공개하는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100%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안전성 기준에 있어선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창업 초기 남 사장은 위생과 안전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당시 국내엔 이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88년엔 식품기술연구소를 만든 뒤 식품공학.약학 전공 교수의 자문을 거쳐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 '인공첨가물 사용 금지'나 '제품의 모든 성분을 드러내는 완전표시제 시행' 등을 한발 앞서 도입할 수 있던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남 사장은 "식품업은 법대생에게 궁합이 잘 맞는 직종"이라고 했다. 경영 마인드로 접근하기보다 우직하고 정직하게 법대로 해야 하는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실수 하나로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게 식품업체인 만큼 원칙을 지키는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신조다.

  ◆"콩이 식품시장 주도할 것"=풀무원은 대장간에서 쇠를 달굴 때 바람을 넣는 기구인 '풀무'에서 따온 것이다.

  원혜영(현 열린우리당 의원) 창업자가 1981년 풀무원의 모태인 서울 압구정동 가게(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를 낼 당시 충북 괴산에서 농장을 경영하던 부친 원경선 옹이 "쓸모 있는 쇠를 만들 듯 풀무질을 통해 필요한 사람을 만들자"는 취지로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창업자와 경복고 동창인 남 사장은 동업자로 참여했다가 87년 원 의원이 정치에 뛰어든 이후 기업을 넘겨받았다.

   그 무렵 풀무원은 깔끔하게 포장된 콩나물.두부를 시장에 선보였지만 주부로부터 외면당했다. 일반 제품에 비해 값이 배 정도 비쌌던 탓이다. 그러나 88올림픽 이후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포장 제품이 대세를 이뤄갔고, 대기업도 하나 둘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풀무원은 최근 중국에 대규모 콩 농장을 확보하고, 미국 현지 두부 제조 업체를 인수하는 등 콩 관련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 사장은 "앞으로 육류 소비가 줄면서 인류의 주된 단백질 공급원은 콩으로 바뀔 것"이라며 "콩을 응용한 제품 개발이 식품업계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
youngc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