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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목사 성서도시(3)] 바울이 겨울나기를 권했던 미항

영국신사77 2007. 2. 24. 21:58
[이원희 목사의 성서 속 도시 이야기(3)] 바울이 겨울나기를 권했던 미항
[국민일보 2005-03-14 15:35]

로마로 압송돼 가던 바울이 무라에서 갈아탄 알렉산드리아호는 풍랑으로 인해 그레데 섬 동쪽 살모네 앞을 지나 남쪽 해안을 따라가다가 간신히 라새아 성에서 가까운 미항에 도착했다. 바울은 금식하는 절기가 지나 행선하기가 위태함을 알고 이곳에서 겨울을 보낸 후 이달리야(이탈리아)로 가기를 백부장에게 권했다(행 27:6∼11).

나는 이런 배경을 가진 미항을 찾아가기 위해 가우다 섬을 방문한 후 그레데 남쪽에 있는 스파키온 항구에서 북쪽의 이라클리온으로 다시 돌아왔다. 미항은 스파키온 항구 동쪽에 위치해 있으나 해안 지형이 험하여 배편은 위험했다. 그래서 이라클리온에서 가우다로 갈 때와는 달리 렌터카로 동행 3명과 남쪽으로 떠났다.

미항으로 가는 길 중간 지점에는 바울의 편지를 대서해준 디도가 묻혔던 고르티스를 지나야 했다. 고르티스에 들러 디도기념교회를 방문했다. 이 교회는 디도의 무덤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교회이다. 디도의 무덤은 오래전에 이라클레온으로 옮겨졌다. 비록 지금은 외형만 남아있지만 건물 중앙에는 디도의 초상화가 놓여져 있어 디도의 사역지임을 알려주었다. 나는 디도기념교회를 사진에 담았다.

고르티스에서 쉴 겨를도 없이 다시 미항을 향해 차를 몰았다. 고르티스에서 쉬지 않고 1시간30분을 달려서야 바울이 백부장에게 겨울을 보내도록 권했던 미항에 도착했다. 미항(Fair Havens)은 잘 정돈되지 않은 채 해수욕장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지명이 의미하는 ‘아름다운 항구’ ‘좋은 항구’라는 뜻 그대로 경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리더노스곶의 동쪽에 있는 하나의 만과 동일시되는 미항의 항구는 동쪽과 남동쪽으로 열려있다. 라새아의 유적지를 발견했던 스프레트 선장은 1853년에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바울에게 드렸던 한 교회의 유적을 발견했다(행 27:8). 그러나 이전까지 미항으로 주장되어온 해수욕장이 있는 곳은 항구로 사용할 만한 곳이 없어 나는 배가 정박할 만한 곳이 있는가 하여 또다른 곳을 찾던 중 그보다 서쪽으로 약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항구가 될 만한 곳을 발견했다. 비록 가운데 작은 섬이 있지만 좌우의 수심이 깊어 바울이 탄 배의 선장이 말한 대로 정박하기에는 불편하지만 일단 정박을 하면 풍랑에 안전할 수 있는 지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본인은 기존 장소보다 이곳을 더 성경에서 말하는 미항으로 주장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곳은 기존 장소에서 5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주위의 어떤 곳보다도 이름에 걸맞게 한폭의 그림처럼 아담한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성경에 보면 바울을 로마로 압송해 가던 배가 이곳 미항에 정박해 있는 동안 바울은 이곳에서 겨울을 지나기를 백부장에게 권했으나 그는 선장과 선주의 말을 듣고 미항을 떠나 뵈닉스로 가다가 풍랑을 만났다(행 27:7∼15)고 기록하고 있다. 후에 알았지만 뵈닉스는 가우다로 출항하는 항구인 오늘날 스파키온 항구에서 배로 약 30분거리에 있었다. 그러니까 미항에서는 배로 3∼4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선장과 선주가 말한 대로 몇 시간만 가면 겨울을 안전하고 편하게 보낼 수 있는 뵈닉스로 가는 것이 더 합리적인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몇 시간의 항해만 하면 겨울을 편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데 구태여 불편한 미항에서 겨울을 보내자는 바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바울의 태도를 더 기뻐하시는 것을 미항을 떠나 유라굴로라는 풍랑을 만나 배가 파선 지경에 이른 사건에서 깨닫게 하셨다(행 27:9∼26).

새롭게 미항으로 추정되는 항구를 발견한 나는 다시 바울이 이곳에서 잠시 머무르는 동안 기도했다고 전해지는 바울동굴을 찾았다. 이 동굴은 항구 언덕 위에 나무십자가를 세워놓았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두 평 남짓한 동굴을 바라보며 바로 이곳에서 바울이 죄인의 몸으로 로마로 끌려가면서도 틈을 내 기도를 했다고 생각하니 항상 기도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바로 위에는 현대에 세워진 바울기념교회가 있었다. 이렇게 바울의 배가 머물렀으리라고 생각되는 장소를 찾은 기쁜 마음을 안고 미항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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