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업계의 자존심 ‘레노버’ ... PC종가’ IBM 삼키고 세계3위 PC업체로

중국 IT업계의 자존심 ‘레노버’

  [용틀임하는 아시아 신흥기업-3]

              ‘PC종가’ IBM 삼키고 세계3위 PC업체로
                       年 PC 1400만대·매출 130억달러로 급성장
                               中기업 첫 스톡옵션… 글로벌 마케팅에 총력

홍콩=최형석기자 cogito@chosun.com
입력 : 2007.01.07 22:47

• 20~30층 마천루들이 빽빽한 홍콩 섬 업무지구인 킹스 로드(King’s Road). 링컨 하우스 빌딩 23층에서 세계 3위의 PC업체인 레노버의 여성 CFO(최고재무책임자)이자 수석 부사장인 메리 마(Mary Ma·54)씨가 기자를 맞이했다. 레노버는 2005년 글로벌 기업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한 기업이다. 또 메리 마씨는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올해 세계를 움직인 재계 여성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파워 우먼’. 그는 레노버가 추구하는 이상을 ‘New World, New Thinking(새로운 세상, 새로운 생각)’이란 표현으로 압축했다. “경계가 사라진 세상의 등장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공룡을 삼키다=‘새로운 생각’이 없었다면 세계 PC의 ‘종가(宗家)’인 IBM으로부터 PC사업 부문을 인수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2005년 레노버가 실제 인수에 성공하자 세계는 “IBM 판매 대리점에 불과하던 회사가 미국의 자존심을 샀다”고 경악했다.
  
  마 부사장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하기 위해선 IBM의 글로벌 조직과 브랜드 파워를 흡수하는 게 꼭 필요했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이 인수를 계기로 세계 PC 시장 10위권이던 레노버는 연간 PC 생산 대수 1400만대, 매출 130억달러의 세계 3위 기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질적으로도 명실상부한 글로벌화를 이루는 분기점이 됐다. 작년만 해도 세계 최대 PC 업체인 델의 윌리엄 아멜리오(William Amelio) 아태(亞太) 지역 대표를 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비롯, 델에서만 5명을 임원으로 영입했다. 또 브라질 축구스타 호나우지뉴(FC바르셀로나)를 홍보 모델로 기용했고,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공식 후원했으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공식 파트너로 지정됐다. 그러나 적자 누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IBM PC사업부 인수에 따른 출혈도 적지 않았다. IBM 인수 후 2006년(회계연도) 순익이 1억7400만홍콩달러(208억원)로 전년 대비 85% 급감했다. 마 부사장은 “지금은 다소 어렵지만, 구조조정 등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가시적인 개선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 닥칠 때마다 ‘오뚝이 경영’

레노버 창업주 류촨즈회장

최형석기자
입력 : 2007.01.0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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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촨즈/레노버 창업주·회장

•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었던 한 중국 컴퓨터 기술자가 1984년 베이징의 단층 목조 건물에서 작은 컴퓨터 회사를 차렸다.
  
  문화대혁명 때 오지(奧地)의 농장을 전전하며 노역을 경험한 그의 머릿속에선 ‘가난한 중국’에 대한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첨단 IT 기술만이 중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정된 정부 연구원 자리를 뿌리치고 창업에 나선 것이다. 그가 바로 레노버의 창업주인 류촨즈(63·柳傳志·사진) 회장이다.
  
  그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창업자금으론 20만위안(2만5000달러)이 전부였던 류 회장은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14만위안을 사기당하면서 위기를 만났다. 하지만 손목시계까지 팔아 치우며 버텼고, 1987년 IBM의 중국 대리점 계약을 따내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1990년대엔 IBM·컴팩 등 미국산 컴퓨터가 중국 정부의 관세 인하 조치에 힘입어 물밀듯 밀려 들어오며 다시 위기를 맞았다. 류 회장은 이번엔 중국어를 입력할 수 있는 컴퓨터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고비를 넘겼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명’(타임), ‘올해의 아시아 기업가’(포브스) 등에 선정됐다. 2001년엔 지주회사인 레전드홀딩스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당시 37세에 불과하던 양위안칭 현 회장에게 레전드의 경영권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