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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석학과의 대화 … [4]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경영대 교수

영국신사77 2006. 11. 17. 13:31

“포털업체도 파괴적 도전 닥칠것”

 

하버드 석학과의 대화 … [4]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경영대 교수
 
중국의 저가휴대폰에 위협받는 삼성전자

中기업 합병같은 선수치는 전략펴야
 

  역시 통찰력있는 학자였다. 요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수로 꼽히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54) 교수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자신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으로 명쾌하게 분석했다. 그는 “시장에 새로운 물결이 밀려올 때는 기존의 기업들은 뭔가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근래 각광받고 있는 포털(Portal) 업체들도 보다 틈새를 노리는 다른 경쟁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경영학계에서 마이클 포터 교수에 견주는 최고의 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그를 본지 강효상(姜孝祥) 경제산업에디터가 하버드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기업 환경은 항상 변해왔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살아남았고, 어떤 기업들은 망했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기업에는 두가지 형태의 도전이 있다. 우선 기존의 기업들은 제품의 질을 끊임없이 향상시켜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기업은 도태된다. (클레이튼 교수는 이처럼 고객이 요구하는 기술이나 성능의 차이에 따라 이루어지는 혁신을 ‘존속적 혁신’으로 분류했다.) 둘째로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괴(disruption)가 찾아올 경우다. 그때는 기존 기업들은 다른 비즈니스 형태를 창출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의 리더와 경쟁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는 주력시장이 요구하는 성능과는 전혀 차별화된 요소로 잠재적인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혁신을 ‘파괴적인 혁신’으로 분류했다.)

―파괴적 혁신의 사례는?

“한국의 사례를 보자. SK 텔레콤은 휴대폰 전화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사업을 확장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보통 사람들은 집이나 직장에 설치된 전화를 통해서만 연락을 주고 받았다. 이런 불편에 착안, SK 텔레콤은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즉, 새로운 수요와 소비를 창출해 낸 것이다. 파괴적인 혁신은 전혀 엉뚱한 시장을 공격하기도 한다. 베트남의 한 휴대폰 업체 설립자는 작은 가게들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 착안, 간단한 장치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국과 미국처럼 신용카드가 흔한 나라와는 달리 베트남은 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되지 않아 휴대폰 결제가 매우 편리하다. 신용카드사들이 선점할 시장에까지 휴대폰업체가 미리 사업분야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는 늘 성장의 기회가 도사리고 있다.”

―파괴적인 혁신을 잘 방어한 사례는?

“컴퓨터 회사를 보자. 과거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방 하나를 가득 채웠을 정도로 컸다. 그 다음에 미니 컴퓨터가 나왔고, 이어 개인용 컴퓨터(PC)가 개발됐다. 미니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 IBM은 메인프레임 컴퓨터 생산업체로선 가장 큰 회사였다. 하지만 IBM은 당시 본거지였던 뉴욕을 떠나 미네소타에서 미니 컴퓨터를 생산하기 위한 독립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PC가 나왔을 때도 IBM은 플로리다에서 PC 사업부를 차렸다. IBM은 이처럼 시장파괴가 닥쳤을 때 별도의 독립된 비즈니스로 대응, 컴퓨터업체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처럼 새로운 물결이 밀려올 때는 뭔가 다르게 대응하면서 그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파괴적 혁신이 적용되는가?

“한때 일본 경제가 기존의 미국 경제를 붕괴시킨 적이 있었다. 과거 일본인들은 저가·저급 상품으로 세계 시장에 등장했다. 도요타, 혼다, 소니, 캐논 등 세계적인 일본 기업들이 모두 이 단계에서 출발했다. 일본 제품은 서서히 품질을 높여 결국 가장 높은 단계에 진입했다. 일본 제품들이 저가 제품에서 고가 제품으로 옮겨가면서 한국과 대만의 제품들이 그 빈 자리를 채웠고, 이들 역시 질을 높여나가면서 보다 높은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의 제품들이 그 뒤를 이어 같은 길을 밟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 세계로 수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중국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 중국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금도 중국에는 중국인들이 아직 구입할 수 없는 제품들이 꽤 많다. 이러한 잠재적인 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금융업과 같은 업종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에서 만드는 제품들 가운데에도 중국에서 살 수 없는 물건들이 많다. 따라서 먼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그 다음엔 무조건 저가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어 품질을 조금씩 향상시켜 고품질 제품으로 서서히 옮겨 가면 결국 중국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삼성의 휴대폰은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중국의 저가 휴대폰의 도전을 받고 있는데….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삼성의 경우 품질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돼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저가로 시작한 중국의 휴대폰들 역시 하루하루 품질을 개선시켜 삼성을 추격하고 있다. 그 해결책으로는 삼성은 보다 낮은 단계에 있는 중국 기업을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기업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기 전에 삼성이 먼저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Google)은 어떤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것인가?

“구글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기존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특히 구글은 전통적인 광고시장의 질서를 재편했다. 신문 등 기존의 미디어는 고품질의 읽을거리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무언가 팔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광고 수단이 되어 왔다. 하지만 차츰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사기 위해 구글을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무언가를 팔려는 사람들도 광고 수단으로 구글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할 경우 시장의 규모는 오히려 더 커지기 마련이다. 즉, 미디어의 위기가 오히려 미디어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부상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의 예를 하나 들겠다. 1870년대 이후 미국의 유통시장에 백화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1910년 즈음에는 ‘시어즈’와 같은 카탈로그 소매업체들과의 경쟁에 직면한다. 1960년대엔 월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마트들, 1995년 이후엔 인터넷 상점이 등장함으로써 시장의 판도가 뒤바뀐다. 이처럼 항상 변화가 있을 때 지배적으로 나타난 새로운 경쟁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입구’, 즉 포털(portal)을 제공한 업체들이었다. 백화점이 있기 전까지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대형 백화점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백화점들은 더 이상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했다. 주방 용품들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윌리엄스 앤 소노마(Williams and Sonoma)’ 등 특화된 소매업자들이 백화점이 놓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카탈로그 소매업자들이나 대형 할인업체들 모두 ‘입구’가 매력을 잃게 되면서 보다 세분화된 시장을 노리는 업자들의 경쟁에 직면했다. 온라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여러 포털 사이트들이 재빠르게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 내기는 했지만, 곧 이들 포털 업체들 역시 틈새를 파고드는 보다 세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다른 경쟁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위대한 경영자는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성공적인 경영인들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훌륭한 경영 감각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감각과 직관은 기본적으로 대학과 기업에서 얻은 수많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훌륭한 경영자적 감각과 직관이 천성이나 본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머리 속에 자동적으로 입력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의 조합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직관과 능력이 ‘학습’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직관과 감각을 겸비한 뛰어난 경영인들의 의사 결정법칙과 그들이 갖춘 본능적 경영능력의 원칙을 밝혀내 이를 보통 사람들에게 교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성공하는 방법은 교육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담:강효상 경제·산업 에디터 hskang88@chosun.com
입력 : 2006.11.16 22:27 59' / 수정 : 2006.11.16 23: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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