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듯 얼떨떨…
사랑도 배신도 겪어본 난 유기견 같은 작가"
입력 2020.04.02 03:00 | 수정 2020.04.02 06:45
[한국인 최초 '린드그렌賞' 받은 백희나]
"상금만 6억, 아동문학의 노벨상
소식에 놀라 어버버 대답했는데 생중계로 전 세계 나갈 줄이야…
'구름빵' 저작권 재판으로 지쳐 수상 후보에 오른 것도 몰랐죠
작가의 권리 위해 계속 싸울 것"
"1월 말 '구름빵' 저작권 송사로 마음고생을 했는데, 한국에서 다 같이 응원해주시고 길을 닦아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너무 드라마틱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ALMA)' 올해의 수상자가 된 '구름빵' 작가 백희나(49)〈본지 1일자 A23면〉는 31일 태국 방콕에서 전화를 받고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거듭 밝혔다. "스웨덴에서 날아온 수상 소식에 놀라 어버버하게 대답한 목소리가 유튜브 생중계를 타고 전 세계로 나갈 줄 몰랐어요." 정식 발표가 나기 전까진 비밀 엄수라고 해서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못했지만 "수상자 발표 생중계를 본 딸아이가 눈물을 글썽이고, 아들은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에 가면 소시지 하나 사다 달라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ALMA)' 올해의 수상자가 된 '구름빵' 작가 백희나(49)〈본지 1일자 A23면〉는 31일 태국 방콕에서 전화를 받고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거듭 밝혔다. "스웨덴에서 날아온 수상 소식에 놀라 어버버하게 대답한 목소리가 유튜브 생중계를 타고 전 세계로 나갈 줄 몰랐어요." 정식 발표가 나기 전까진 비밀 엄수라고 해서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못했지만 "수상자 발표 생중계를 본 딸아이가 눈물을 글썽이고, 아들은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에 가면 소시지 하나 사다 달라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상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에밀은 사고뭉치' 등 세계 아동문학사에 걸작을 남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을 추모하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으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상금이 500만 스웨덴크로나(약 6억465만원)에 달한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모리스 센닥, 필립 풀먼, 아라이 료지 등 거장들이 이 상을 받았다.
"혼자서 그림 그리는 게 좋아 화가를 꿈꿨던" 그는 이화여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 Arts)로 유학 갔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꿈이 있고, 권선징악이 작동하고, 노력하면 더 좋아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유학 전 잠깐 출판 관련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 인연이 돼 2004년 데뷔작 '구름빵'(한솔수북)을 냈다.
비 오는 날 구름 반죽으로 만든 빵을 먹은 아이들이 두둥실 하늘로 떠올라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아빠에게 구름빵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는 현재까지 약 45만 부가 팔렸다. 이후 '달 샤베트'와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북풍을 찾아간 소년' '분홍줄' 등 그의 작품은 출간될 때마다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구름빵' 저작권 재판으로 워낙 진이 빠져 있어서 린드그렌상 후보에 오른 것도 몰랐다"고 했다.
"혼자서 그림 그리는 게 좋아 화가를 꿈꿨던" 그는 이화여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 Arts)로 유학 갔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꿈이 있고, 권선징악이 작동하고, 노력하면 더 좋아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유학 전 잠깐 출판 관련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 인연이 돼 2004년 데뷔작 '구름빵'(한솔수북)을 냈다.
비 오는 날 구름 반죽으로 만든 빵을 먹은 아이들이 두둥실 하늘로 떠올라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아빠에게 구름빵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는 현재까지 약 45만 부가 팔렸다. 이후 '달 샤베트'와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북풍을 찾아간 소년' '분홍줄' 등 그의 작품은 출간될 때마다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구름빵' 저작권 재판으로 워낙 진이 빠져 있어서 린드그렌상 후보에 오른 것도 몰랐다"고 했다.
'구름빵'은 그림책으론 드물게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출판사와 저작권 양도계약을 해서 계약금 850만원과 인센티브 10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출판사 등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으나 1·2심 모두 패소했다. 그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싸움이란 거 알고 있었고, 지더라도 힘없는 신인 작가들의 처지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악' 소리라도 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판결문과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에서 보낸 의견서를 보니 한국 작가의 권리가 정말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것 같아서 진짜 괴로웠다"고 했다.
'구름빵'을 시작으로 10편 넘는 작품을 썼지만 지난해 출간한 '나는 개다'가 "내리사랑인지 애착이 간다"고 했다. "주어진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개의 모습에 숙연해졌어요. 주인공 개가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하울링에 응답해주는 장면은 요즘같이 격리돼 있는 상황에서 더 공감이 갔어요." 스스로를 "유기견 같은 작가"라 정의한 그는 "출판사에 배신당해 상처를 받았지만 또 다른 출판사가 나를 믿고 품어줘 후속작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빼빼 마르고 주근깨도 있어서 "어릴 적 별명이 '삐삐'였다"는 그는 "내 페이스대로 꾸준히 걸어갈 것"이라며 "귀국하면 매콤한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구름빵'을 시작으로 10편 넘는 작품을 썼지만 지난해 출간한 '나는 개다'가 "내리사랑인지 애착이 간다"고 했다. "주어진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개의 모습에 숙연해졌어요. 주인공 개가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하울링에 응답해주는 장면은 요즘같이 격리돼 있는 상황에서 더 공감이 갔어요." 스스로를 "유기견 같은 작가"라 정의한 그는 "출판사에 배신당해 상처를 받았지만 또 다른 출판사가 나를 믿고 품어줘 후속작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빼빼 마르고 주근깨도 있어서 "어릴 적 별명이 '삐삐'였다"는 그는 "내 페이스대로 꾸준히 걸어갈 것"이라며 "귀국하면 매콤한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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