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5.11 03:01
지도에서 사라진 나라들
도현신 지음|서해문집|352쪽|1만5800원
달은 차오르는 속도로 기울지만 나라가 기울 때는 삽시간에 무너진다.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스파르타는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제국과 아테네를 잇달아 무릎 꿇린 뒤 소아시아를 집어삼켰다. 스파르타가 그리스 폴리스들의 맹주로 떠오르자 막대한 돈이 몰려들었다. 검소했던 나라에 향락이 만연했다. 기원전 394년 페르시아 원정에 나설 만큼 강성했던 스파르타가 불과 23년 뒤 테베와의 전쟁에서 참패하며 맹주 자리를 빼앗겼다.
도현신 지음|서해문집|352쪽|1만5800원
달은 차오르는 속도로 기울지만 나라가 기울 때는 삽시간에 무너진다.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스파르타는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제국과 아테네를 잇달아 무릎 꿇린 뒤 소아시아를 집어삼켰다. 스파르타가 그리스 폴리스들의 맹주로 떠오르자 막대한 돈이 몰려들었다. 검소했던 나라에 향락이 만연했다. 기원전 394년 페르시아 원정에 나설 만큼 강성했던 스파르타가 불과 23년 뒤 테베와의 전쟁에서 참패하며 맹주 자리를 빼앗겼다.
국방을 외부에 맡긴 나라들도 지도에서 사라졌다. 페르시아 제국의 재건을 내걸고 서기 224년 문을 연 사산 왕조는 수도 크테시폰에 90억 개나 되는 은화를 쌓아 놓고 살던 부유한 국가였다. 국방은 아랍인 용병에게 맡겼다. 동로마제국과의 전쟁에 사산 왕조 용병으로 참여했던 아랍인들이 637년 창을 거꾸로 들었다. 비단옷 위에 철갑을 두르고 전장에 나간 사산인들은 낙타 똥 냄새가 나는 누더기 차림의 아랍인들에게 졌다.
아랍인이 세운 아바스 왕조는 사산 왕조의 멸망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튀르크족 용병을 수도 바그다드에 불러들였다가 쇠망했고, 동로마제국은 서유럽 십자군을 이용해 이슬람 세력에 맞서려다 십자군에게 수도를 점령당했다. 이집트 최고의 번영을 구가했지만 국제관계 변화를 읽지 못해 망한 맘루크 왕조, 무역에만 집중할 뿐 국방에 소홀했던 류큐 왕국, 40만명이나 되는 군사를 갖고도 내분 탓에 청(淸)에 멸망당한 남명(南明) 등 18개 나라의 멸망사 하나하나가 모두 타산지석이다.
아랍인이 세운 아바스 왕조는 사산 왕조의 멸망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튀르크족 용병을 수도 바그다드에 불러들였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