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경기에서 12골, 3도움을 기록한 리오넬 메시의 마드리드행 여정이 끝났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트위터는 8일(한국시간) 버질 반 다이크를 비롯한 5명의 리버풀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메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린 후 이렇게 적었다. 메시가 얼마나 위협적인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한편으론 리버풀의 압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했다.
리버풀이 이날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FC 바르셀로나를 4대 0으로 꺾으며 1·2차전 합계 4대 3으로 결승에 진출한 중심에는 위르겐 클롭(52) 리버풀 감독이 있다. ‘게겐 프레싱’으로 표현되는 그의 강한 압박 축구는 리버풀 공격 3인방 중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안필드의 기적’을 연출했다.
클롭 감독은 앞서 분데스리가 무대를 평정해 게겐 프레싱의 위력을 입증했다. 게겐 프레싱은 독일어의 게겐(Gegen·~에 대항하여)과 영어의 프레싱(pressing)을 합성한 것으로 일종의 ‘강력한 전방 압박’을 뜻한다.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은 공을 빼앗긴 직후”라고 말한 그는 2004년 마인츠를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1부 리그에 올려놨다. 분데스리가 13위까지 추락한 도르트문트의 지휘봉을 잡은 후에는 2010-2011, 2011-2012 두 시즌 연속 정상으로 이끌었다. 2012-2013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5-2016시즌부터 리버풀을 맡아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선 맨체스터시티와 마지막까지 우승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공격 차·포가 빠진 바르셀로나와의 준결승 2차전에선 용병술도 빛났다. 피르미누 대신 선택한 디보크 오리기가 선제골을 비롯해 승리를 확정하는 4번째 골을 넣어 기대에 부응했다. 전반 통증을 호소하던 수비 앤드류 로버트슨을 빼고 미드필더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을 넣은 것도 ‘신의 한 수’가 됐다. 바이날둠은 후반 9분과 11분 연속 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살라 대신 들어온 세르단 샤키리는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팀의 3번째 골을 도왔다.

전술 못지않게 심리적인 측면에서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클롭 감독의 강점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술 없이 이길 수 없지만 감정은 차이를 만든다”고 말해왔다. 1차전에서 0대 3으로 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에 대한 집념을 잃지 않은 것도 클롭 감독의 선수 관리 능력에 빚진 바가 크다. 반면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연달아 골을 허용한 후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며 자멸했다. 단적으로 이날 4번째 골 상황에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재빠르게 코너킥을 날리고, 오리기가 이를 받아 골을 넣을 때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은 상태였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 “경기 전 선수들에게 우리가 이기는 것이 가능하진 않겠지만 너희들은 위대한 정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