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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뜯어고쳤다, 보험왕의 뚝심 2년/차태진 AIA생명 사장

영국신사77 2018. 9. 7. 09:25

다 뜯어고쳤다, 보험왕의 뚝심 2년

  • 이경은 기자
  • 입력 : 2018.09.04 03:12

    차태진 AIA생명 사장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 역대 최대 직원 성과급, 직원 1인당 생산성(순익을 직원 수로 나눈 값)과 운용자산이익률 생보업계 1위….

    외국계 생명보험사인 AIA생명의 경영 성적표가 화제다. 총자산 규모는 15조원으로 업계 14위인 중위권 보험사이지만, 대형사를 압도하는 탁월한 경영 성과를 거두면서 강소 보험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이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도 AIA생명은 당기순익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당기순익은 2876억원으로, 1987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최대였다.

    차태진 사장이 새로 출시한 건강보험 스마트폰 앱을 들어 보이고 있다.
    ▲ AIA생명을 강소 보험사로 탈바꿈시킨 차태진 사장은 틈새 전략을 강조한다. 차태진 사장이 새로 출시한 건강보험 스마트폰 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많이 걸을수록 보험료를 최대 10% 깎아주는데, 스마트폰에 앱을 깔면 자동으로 걸음 수가 체크된다. /김연정 객원기자
    수년 전만 해도 AIA생명은 부진한 영업 실적과 직원 이탈로 철수설이나 매각설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차태진 사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차 사장은 보험왕(王) 출신이면서 보험사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액센츄어, 베인앤컴퍼니 등 컨설팅사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5년간 일하다가 1995년 푸르덴셜생명 보험 설계사로 입사했다.

    그는 2년 전 취임하자마자 '편안한 회사'로 여겨지던 조직 문화부터 뜯어고쳤다. "성과를 내도 정당한 보상이 없고, 치열한 경쟁 환경에 노출되지도 않으니 또박또박 돈만 타가는 직원들만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죠. 내부 조직을 정비하면서 강력한 성과주의를 도입했습니다."

    차 사장은 본인을 뺀 전 직원 680명에 대한 인사 발령도 냈다. 영어로 되어 있던 부서 이름도 전부 한글로 바꾸었다.

    "부서 이름이 영어로 되어 있으면 부작용이 많아요. 자기 부서 일이 아니라고 서로 미뤄서 업무 공백이 생기기 쉽습니다. 가령 RHQ부서라고 하면 누가 금방 알아듣나요? '영업인재부'라고 고쳐야 쉽게 알아듣죠."

    차 사장은 고령자나 유병자 등 통상 보험사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며 등 돌렸던 고객층을 위한 혁신적인 보험 판매에도 힘썼다. 질문 3가지로 구성된 간편 심사만 통과하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보장 범위는 좁아도 보험 혜택을 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메이저 플레이어(주요 선수)가 아닌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내려면 남들과 다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경쟁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틈새를 공략해야 하죠."

    이달 초 새로 출시한 건강보험도 남다른 실험 정신에서 나왔다. 많이 걸어 다니는 가입자에겐 월 보험료를 최대 10% 깎아 준다. 스마트폰에서 앱(AIA바이탈리티)을 다운로드받아 실행시키면, 가입자의 걸음 수가 자동으로 측정되고 포인트가 주어진다. 하루 7500보를 걸으면 50포인트, 1만2500보를 걸으면 100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이다. 많이 걷는다면 총 납입 보험료를 1000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

    차 사장은 "해외 보험업계에선 건강 관리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보험금 청구 금액이 낮다는 사실이 공식처럼 여겨진다"면서 "가입자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건강을 챙기면 의료비 지출이 줄어 보험사도 좋고, 좀 더 나아가서는 국가 건보 재정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