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08 03:15

두어 달 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기업 모빌아이(Mobileye) 본사를 찾았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업체다. 지난 3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은 이 회사를 153억달러(약 17조900억원)에 인수했다. 모빌아이 측에 성공 비결을 물었다. 에리카 크리거 판매 담당은 "수평적인 문화 덕분"이라고 답했다.
이 회사에선 직원들이 언제든 최고경영자(CEO) 사무실로 찾아가 아이디어를 놓고 토론할 수 있다고 한다. 또 CEO가 궁금한 게 있을 땐 직접 직원 사무실로 찾아와 의견을 묻는다. 우디 레머 사업 개발 책임자는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누가 떠올릴지 아무도 모르니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999년 두 명이 창업했을 때부터 직원이 600명으로 늘어난 지금까지 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텔아비브에 있는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 업체 오토노모 창업자 아브너 코헨도 "이스라엘 스타트업에선 위계질서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를 차리기 전에 스타트업 4개를 창업했다. 그중 3곳이 글로벌 기업에 인수됐다. 코헨은 "직원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사업 아이디어에 살을 붙였던 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미국 IT 기업 구글도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수평적 문화를 유지하며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올해 초 성공한 해외 스타트업들을 둘러보고 온 한 국내 기업 CEO가 임직원들을 불러모아 놓고 "왜 우리는 그들처럼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없냐"고 다그쳤다. 직원들은 "수직적인 의사소통 방식 때문에 생각이 있어도 감히 말을 꺼낼 수 없다는 걸 CEO만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한 박람회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에게 '창업 후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정부에 지원금 사용 내역을 일일이 보고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지원금 사용 액수·용도·일시를 정리해 영수증까지 첨부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 전담 직원까지 채용했다고 한다. 인천 지역 한 스타트업 대표는 다른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장비 대여 요청을 했다가
이스라엘은 사막과 광야를 이렇게 구분한다고 한다. 둘 다 메마른 땅처럼 보이지만 비가 온 뒤 풀이 솟아나면 광야, 그렇지 않으면 사막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신세계에서 이스라엘은 광야, 우리나라는 사막에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