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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최고 기술 갖고 실험은 왜 美서 해야하나"/'유전자 가위' 세계 최고 권위자 김진수 기초과학硏 단장

영국신사77 2017. 8. 6. 16:30

"유전자 최고 기술 갖고 실험은 왜 美서 해야하나"

입력 : 2017.08.05 03:02

['유전자 가위' 세계 최고 권위자 김진수 기초과학硏 단장]

美와 돌연변이 유전자 제거 성공
"유전자 교정 기술 보유국 중에서 우리나라만 인간배아 실험 못 해… 규제 안 풀면 의료 시장 다 뺏겨"

"유전성 심장병이 있는 만삭의 임부라고 밝힌 분이 제 연구를 다룬 기사에 댓글을 달았더군요. '저처럼 심장병을 가질까봐 태어날 아기에게 정말 미안했는데 미래 세대에는 희망이 있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요'라고요. 유전병 치료를 절실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거죠."

김진수(52)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은 30억개의 염기 쌍으로 구성된 인간 DNA에서 특정 유전자 부위만 정확하게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기술로 수많은 유전병 환자에게 희망을 던졌다. 그는 미국연구진과 공동으로 인간 수정란에서 비대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본지 8월 3일 자 A2면 보도〉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비대성 심근증은 심장의 좌심실 벽이 비이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유전질환이다. 이 실험 성공으로 심장병을 포함, 1만가지가 넘는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단장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은“유전자 가위는 좋은 유전자를 짜깁기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되는 유전자만 제거하는 안전한 기술”이라며“이번 연구를 계기로 인간 수정란을 이용한 유전자 교정 연구 허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김 단장은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연구 성과 발표 후 하루 동안 유전자 가위 연구가 언제 완성되는지 문의해온 이메일이 수십 통에 달했다"며 "이런 분들에게 희망을 줘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고 말했다. 이메일을 보내온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아 선천적으로 앞을 못 보거나 혈우병·백혈병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와 가족들이었다. 이메일은 '우리 아이라도 병의 대물림을 피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는 하소연이 대부분이었다. 김 단장은 "현재 연구 진척 상황을 설명하는 답장을 보내지만 환자들은 오히려 '답장 보내실 시간을 연구에 써달라'고 한다"며 "그런 분들이 저와 연구진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제공했다. 하지만 정작 수정란 실험은 모두 미국에서 해야 했다. 미국·중국·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인간 수정란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연구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4번 국회 토론회에 나가 법 개정을 외쳤지만 정치권은 꿈쩍하지 않아요. 우리처럼 북핵, 원전 등 굵직한 현안이 많은 나라에선 유전자 연구 허용은 너무 소박한 이야기로 비치는 것 같습니다." 그는 "1, 2년 안에 인간배아 연구 금지 규제가 바뀌지 않으면 외국 기업·연구기관들이 미래 의료의 핵심이 될 유전자 가위 시장을 다 차지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이 모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생명공학 기술을 갖춘 걸 인정받았는데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이 규제로 인해 막혔다는 것이다. 미국 인간유전학회·생식의학회 등 11개 유전학 관련 국제학회는 3일 "유전병 치료에 대비해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인간 배아에 시험하는 것을 전 세계가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공동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유전자 가위가 우수한 지능·외모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바꾸는 '맞춤형 아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누구와도 밤샘토론을 벌이 며 (유전자 가위의 안전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맞춤형 아기를 만들려면 외부의 유전자를 심어야 하는데 이번 연구는 외부 유전자 주입 없이 문제가 있는 유전자만 제거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최근까지 미국 등 유명 해외 연구소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와도 모두 거절했다"며 "어떻게든 국내에서 부딪혀가며 한국의 연구 환경을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4/20170804029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