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제나라의 상국(相國, 재상)인 관중(管仲)이 병들었고, 병은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뜰 것같았다. 임금인 제환공은 관중의 집으로 가서 관중을 문병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중보(仲父, 제환공은 관중을 존칭하여 이렇게 불렀음)께서 병이 이렇게 까지 되었는데, 과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습니까" 관중은 "이제 신은 곧 땅 속에 묻힐 사람인데, 무엇을 물어보시나이까"라고 하였다. 제환공은 관중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데 뭔가 거리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여 계속하여 다시 말했다. "중보께서는 겸양하지 마시고,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뭐든지 해주십시오" 제환공이 여러차례 닥달하자, 관중은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주군께서는 역아(易牙), 수조(竪刁), 상지무(常之巫), 위공자계방(衛公子啓方)같은 사람들을 멀리하시기 바랍니다"
제환공은 관중의 말을 듣고 매우 기이하게 생각했다.
"역아는 자기의 가장 아끼는 아들을 삶아서 나에게 맛보게 한 사람인데, 이처럼 충성심이 강한 사람까지도 의심해야 하는 것입니까"
관중은 이렇게 말했다.
"인지상정으로 말하자면, 자기의 친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차마 자기의 친아들까지 죽일정도라면, 나중에 임금에 대하여도 무슨 짓인들 못하겠나이까"
제환공은 다시 물었다.
"수조는 스스로 거세를 하고 과인에게 가까이 온 사람인데, 이런 사람도 의심해야 합니까"
관중이 말했다.
"인지상정으로 말하면 자기의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자기 몸을 불구로까지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임금에 대하여도 무슨 짓인들 못하겠나이까"
제환공이 다시 물었다.
"상지무는 사람의 생사를 알고, 병을 치료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마저도 의심해야 합니까?"
관중이 말했다.
"생사는 정해져 있습니다. 질병은 인체가 균형을 잃은 것입니다. 주군께서 자연을 따르지 않고 근본을 지키지 않는다면, 완전히 상지무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는 임금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환공이 다시 물었다.
"위공자계방은 과인을 15년이나 모셔왔고, 그의 부친이 죽었을 때도 과인을 떠나지 않았는데, 이런 사람마저도 의심해야 합니까?'
관중이 말했다.
"인지상정으로 말하면, 자기의 친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는 부친이 죽어도 상을 치르러 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임금에 대하여는 또 어떠하겠나이까?"
제환공은 더 대꾸할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하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네 사람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먼저 수조를 얘기하자. 수조는 제나라 사람이고, 제환공의 시인(侍人, 고대의 궁내에서 명을 받드는 소신. 동한후에 환관 내시를 일컫는 말이 된다)이었다. 이 사람은 뛰어난 재주는 없었다. 그러나 총명하고 기민했으며 머리를 잘 굴렸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차렸으며, 아부하는데는 능했다. 그는 제환공에게 접근하기 위하여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자신의 고환을 잘라냈다. 당시에는 의술이 뛰어나지 못했으므로 이렇게 한다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수반하는 일이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듯이, 그는 궁에 들어가서 제환공의 비서가 되었다. 매일 제환공의 곁에 머물렀고, 제환공을 곁에서 모셨다. 아주 편안하게 모시니 제환공이 그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었다.(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수조는 중국역사상 최초의 환관이라고 한다)
역아는 제나라 옹읍(섬서성 봉상) 사람이다. 이름은 무(巫)이다. 그그래서 옹무(雍巫) 또는 적아(狄牙)라고도 부른다. 옹은 궁중의 주방장을 의미한다. 그는 아주 요리를 잘하였다. 한번은 제환공의 애첩인 장위히(長衛姬)가 병이 들어서, 입맛이 없고, 차나 밥을 다 먹지 않았다. 역아는 자기의 재주를 뽐내서 아주 뛰어난 요리를 헌상했다. 장위희가 먹고는 아주 맛이 좋아서 기운을 차리고 병도 좋아졌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역아와 장위희는 관계가 밀착되었고, 두 사람은 아주 가깝게 되었다. 장위희가 자주 침대머리에서 역아를 칭찬하고, 역아를 위해 말해주게 되니, 환공은 그를 다르게 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수조의 추천까지 더해서 제환공은 역아의 요리솜씨가 뛰어난 것을 알고는 역아를 불러서 친히 물어보았다. "네가 요리를 잘한다고 하는데, 산해진미는 내가 다 먹어서 이제 질렸다. 그래서 인육(人肉)을 맛보고 싶다"고 그냥 우스개소리를 하였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은 아무 뜻없이 했지만, 듣는 사람은 새겨 들었다. 역아는 이것을 기억하고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였다. 하늘을 나는 것, 땅속을 다니는 것, 물에서 헤엄치는 것은 제환공이 다 먹어 보았으니 제환공은 먹어보지 못한 것이 없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자식을 죽여서 인육으로 요리를 만들어 제환공에게 바쳤다.
제환공이 맛을 보니 고기가 신선하고 아주 부드러웠다. 새끼양같으나 새끼양고기보다 나았다. 제환공이 다 먹고 나서 맛이 뛰어나다고 역아를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역아에게 "이것이 무슨 고기이길래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는가"라고 물었다. 역아는 임금을 감히 속이지 못하고 사실대로 말하였다. "이것은 인육입니다" 제환공은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도대체 인육이 어디서 났단 말인가". 역아는 즉시 충성을 나타냈다. "이것은 소신의 아이입니다. 신은 일찌기 나라에 충성하는 사람은 집안을 돌보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바 있습니다. 주공께서 인육의 맛을 보고 싶다고 하시는 것을 듣고서 자식을 죽여서 주공에게 드려서 맛보게 한 것입니다" 제환공은 그 말을 듣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역아에게 물러가라고 손짓했다. 역아가 간 후에 환공은 뱃속이 불편했지만, 다시 생각을 바꾸어 보니, 역아가 이렇게 한 것은 비록 인정에 역행하기는 하고, 인륜도덕에는 맞지 않지만, 그러나 임금을 위하여 자기 친자식까지 희생시키는 것은 과인을 자기 친아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니, 이런 자라면 믿을 수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역아를 자기의 곁으로 불러들여, 내시총관을 시킨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비서실장이다.
관중이 죽은 후, 대권을 장악하게 된 수조와 역아는 정사를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그들은 궁문을 걸어잠그고, 제환공의 명의로 여러가지 명령을 하달한다. 제환공은 작은 방안에 갇혀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굶어죽는다. 태자 소평이 반을 진압하고, 주군을 구하러 들어왔을 때는 제환공이 죽은지 이미 두달이 지났고, 시체에는 구더기가 가득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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