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한인 음악가 세계에 알리는 송효숙 WCN 대표
"유럽 클래식계 텃세 극복 위해 음악가 매니지먼트 시작"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소프라노 임선혜와 세계적인 반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의 무대가 청중의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은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유럽과 한국 등 세계 무대에 한인 음악가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온 문화예술기획사 WCN(World Culture Networks)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꾸민 '예술가곡 여행' 시리즈다.
'고(古)음악계의 디바'로 불리는 임선혜와 '가곡 반주의 왕'으로 불리는 헬무트 도이치가 호흡을 맞춘 무대로 알려지면서 10일 첫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공연 후 이어진 팬 사인회에 긴 줄이 이어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번 무대는 15일 대구시 수성아트피아, 17일 부산시 부산문화회관, 19일 울산시 현대예술관에서도 이어진다.
11일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송효숙 WCN 대표는 전날 공연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WCN이 올 초 한인 음악가를 대상으로 한 매니지먼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후 마련한 첫 무대가 주목을 끈 이유를 묻자 그는 "역량 있는 음악가와 치밀하게 준비한 기획이 만날 때 클래식의 감동은 두 배가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선혜는 이번 무대에서 슈베르트·말러·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독일 가곡과 호아킨 투리나·헤수스 구리디 등 스페인 작곡가의 노래를 청중에게 선사했다.
송 대표는 "봄을 맞는 기쁨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 가운데 귀에 익은 것을 중심으로 선곡한 덕분에 청중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며 "출연자도 관객의 환호와 박수갈채에 더 고무돼 무대에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반겼다.
그는 "유럽의 음악가들은 한국 무대가 유럽과 달리 관객층이 젊은 데다가 호응도 열렬해서 또 오고 싶어한다"며 "젊은 관객층이 늘어나는 저력이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클래식 한류'가 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스트리아 동포인 송 대표가 사재를 털어 빈에 WCN을 설립한 것은 2011년. WCN은 그동안 국제 친선음악회, 콘서트, 음악캠프, 클래식 페스티벌 등을 벌이며 유럽 무대에 한인 음악가를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여러 공연을 통해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살려 올해부터는 한인 음악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지먼트를 시작했다. 유럽에 본사를 두고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한 한인 기획사는 WCN이 유일하다.
그동안 자선 무대를 여는 등 수익 사업보다는 문화 교류에 치중해왔던 송 대표는 매니지먼트 사업에 나선 까닭으로 한인 음악가에 대한 본고장 텃세의 극복을 꼽았다.
"최근 20년 사이에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동양인 음악가가 많이 늘었다지만 아직도 차별이 존재합니다. 공연 오디션을 볼 때 실력이 비슷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조금 뒤처져도 현지인을 뽑는 게 관행이거든요. 한인은 아주 뛰어나거나 세계적인 지명도가 없으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무대에 서기 쉽지 않습니다."
송 대표는 "이들은 실력이 있어도 무대에 서는 기회가 적다 보니 명성을 쌓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재능 있고 개성 넘치는 신인을 더 많이 발굴해 유럽 등 국제 무대에 알리는 데 WCN이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한인 음악가가 1위를 휩쓸고 있어서 유럽 음악계도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수상을 계기로 다양한 무대에서 자신을 알리며 인지도를 넓혀가야 하는데 현지 매니지먼트사가 잘 붙지 않습니다. 오히려 2∼3위를 한 현지인을 더 선호하죠. 유럽 공연계를 몰라서 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매니지먼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클래식 분야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수년간 현지에서 쌓은 공연 기획 노하우가 WCN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보통 클래식계의 기획사들은 자체적으로 무대를 마련하기보다는 다른 공연에 소속 음악가를 소개해 출연료를 받는 데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명도가 낮은 음악가는 무대에 설 기회도 적은 형편입니다. WCN은 기획 공연과 유럽 투어 등도 많아 소속 음악가에게 다양한 출연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WCN은 오는 8월에 오스트리아 가밍에서 열리는 '쇼팽 페스티벌'의 주간 후원사로 선정됐다. 이 축제에서 한국의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구 서울바로크합주단)를 초청할 계획이다. 이어 국내 청소년 음악도를 초청해 빈 소년합창단과 함께하는 여름 캠프도 연다. 9월에는 CTS기독교TV 연합 어린이합창단과 부평구립소년소녀합창단을 초청해 유럽 투어에도 나선다.
송 대표는 "차세대 음악가 발굴과 후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세계 정상급 음악가를 육성하려면 체계적인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력 있는 음악가가 안심하고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세계적인 차세대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인이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뛰어나다는 것을 유럽 등 서구 사회에 알린다는 사명감에 뛰어들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4/11 17:2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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