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마음이 고와야 골프도 잘 친다
입력 : 2016.09.22 03:15

그는 학창 시절 대부분을 '전학 온 소녀'로 지냈다. 전인지는 초등학교 때 서산에서 제주로 간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학교를 옮겨 다니며 골프를 배웠다. 어려운 가정 형편도 작용했다고 한다. 어렵게 친구를 사귀어도 곧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면서 주니어 시절 차갑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는 주변에 자신이 그렇게 비치는지 잘 몰랐다고 했다. 그랬던 전인지가 얼마 전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한국 선수들은 물론이고 캐나다의 브룩 헨더슨 같은 외국 선수들까지 우르르 몰려나와 샴페인과 물을 쏟아부으며 축하했다. 메이저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을 세운 것 못지않게 뿌듯한 일이었다고 한다.
전인지는 골프 코스를 분석해 놓은 야디지북에 주문처럼 '신나게, 즐겁게, 몰입하기'라고 써놓고 경기하는 선수다. 그는 이제는 주저 없이 다른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웃으며 말을 걸고 마음을 연다. 프로에 데뷔하면서 스윙 코치인 박원 골프아카데미 원장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노력한 결실이다.
박성현은 미소년 같은 외모에 장타를 펑펑 치는 국내 여자 골프 일인자이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대회에 나가 모르는 사람들과 한 조가 되면 자신만 바라보는 것 같아 신경 쓰여서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재능을 발휘할 기회도 없겠다고 생각해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같이 라운드해달라고 부탁했다. 동반 라운드가 끝나면 일부러 집까지 놀러 가서 밥까지 얻어먹고 왔다. 이제는 지켜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짜릿하다고 한다.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서 만났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부터 한국 여자들이 왜 골프를 잘하는지 궁금했다"며 "자신을 위해 고생하는 부모님과 가족을 위한다는 착한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한 덕분 아니냐"고 했다. 한국 선수에게서 '소녀 가장' 이미지를 보는 듯했다. 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요즘 한국 여자골퍼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인비는 좋은 본보기다. "우승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서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다"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는 선수를 많이 보게 된다. 몸에 오래 밴 습관이나 성격을 고친다는 건 골프 스윙을 바꾸는 것보다 몇 배 더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을 해내는 한국 여자골퍼들은 여전히 독종이다. 박인비의 멘털 트레이닝을 맡고 있는 조수경 박사는 "골프는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 운동인데 자기 확신이 강할수록 원하는 샷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얼마 전 박인비와 박성현은 각각 1억원씩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웃을 도울 수 있어 골프를 하는 게 더 즐거웠다"며 기부 문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