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의 독소, 체내 다른 부위로 퍼진다
2016.08.10 03:06 조선일보 박건형 기자
[오늘의 세상]
美연구팀, 동물실험 통해 확인 "독소 분자가 신경세포 타고 이동"
"미용성형量으로는 큰 문제 없어… 치료 목적으로 한꺼번에 많이 맞을때는 부작용 주의해야"
- ▲ 보톡스 시술 모습. /황정은 기자
흔히 '보톡스'로 불리며 주름 개선 등 미용 시술에 널리 사용되는 '보툴리눔 독소(毒素)'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이 밝혀졌다. 독소가 신경세포를 타고 몸속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이언스데일리·메디컬투데이 등 과학 전문 외신들은 9일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 에드윈 채프먼 교수 연구팀이 쥐의 신경조직을 이용, 보툴리눔 독소 분자가 신경세포(뉴런)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최신호에 실렸다.
보툴리눔 독소는 '클로스트리듐 박테리아'라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신경 독성물질로 지구 상에서 가장 강한 독극물이다. 1g으로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이 독소를 희석해 사람에게 주입하면 주입한 부분의 근육이 마비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내과·외과·신경과·산부인과 등에서 의료용으로 사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주름 개선과 사각턱 성형 등에 사용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어치가 팔렸다. 글로벌 제약사 '앨러간'이 개발한 '보톡스'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보툴리눔 독소는 맹독이기 때문에 시술 부위에만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시술 부위 이외의 곳에서 근육이 약화되거나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호흡곤란을 일으킨다는 부작용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은 환자도 있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런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지만, 부작용의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채프먼 교수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보툴리눔 독소 분자가 신경세포의 연결 통로인 '축삭돌기'를 타고 신경세포 사이를 이동하는 것을 촬영했다. 채프먼 교수는 "시술 부위와 멀리 떨어진 부위에서도 독소가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밝혀낸 것"이라며 "독소가 생명에 치명적인 중추신경계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름살 제거 등 극소량만 사용하는 미용 시술은 심각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김범준 중앙대 의대 교수는 "미용 성형에 사용하는 독소의 양은 설사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의 미량"이라며 "다만 소아마비처럼 치료용 목적으로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심각한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