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손정의의 노부나가 전략
입력 : 2016.07.22 03:14

영국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원천 설계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세계 모든 스마트폰·태블릿PC에 탑재된 AP의 95% 이상은 이 회사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2년 전 이곳을 취재했다.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급행열차로 한 시간을 달려 케임브리지역까지 간 뒤 버스로 30분을 더 달려 도착했다. 한적한 대지에 2·3층짜리 낮고 넓은 건물 10여개가 흩어져 있었다. 건물 안을 둘러보니 연구원들이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헤드폰 낀 채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에 열중해 있었다. 세계 모바일·사물인터넷 업계에서 이 회사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중국 업체는 물론 삼성전자·애플도 AP 기술의 핵심을 ARM에 의존한다. 관련 제조업체들은 ARM에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비는 물론 해당 제품이 팔릴 때마다 로열티를 줘야 한다.
이런 ARM의 지분 100%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 사장이 240억파운드(약 36조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매출의 40%가 넘는 알짜 두뇌 기업이긴 하지만 ARM의 작년 매출은 1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손 사장은 엄청난 돈을 주고 단숨에 인수해버렸다.
손 사장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부나가식 M&A 전략'의 결정판이다. 그는 예전에 전국시대 맞수였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을 언급한 적이 있다. "두 사람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신겐은 가이(甲斐·지금의 도쿄 근처 야마나시현)에서 세를 모을 때 주변의 모든 영주국과 싸워 영토를 확장해 나갔지만, 노부나가는 오와리(尾張·지금의 나고야)에서 권력의 중심지 교토(京都)까지 일직선을 긋고 그 선 위에 놓인 영주국들 하고만 싸웠다. 선 위에 놓인 곳 이외의 세력과는 싸움을 피하고 제휴했다." 이긴 쪽은 노부나가였다.
마찬가지로 IT 혁신 기업군을 일궈 세계를 제패한다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일직선을 긋고, 그 길을 트는 데 꼭 필요한 영토(기업)는 전투력(인수 자금)을 총동원해 차지해 나간다는 게 손 사장 전략이다. 모바일·사물인터넷 제품의 두뇌를 설계해주는 ARM을 손에 넣으면 세계 모든 관련 회사의 개발 상황과 기술 동향 등을 가장 빨리 종합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손 사장은 남들보다 먼저 더 큰 그림의 사업 구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RM은 그의 야망을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영토인 셈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 주력 업종 대부분이 침체 늪에 빠진 건 산업화 5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성공은커녕 생존이 가능할지조차 불안해하는 기업인이 많다. 손 사장 전략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그는 장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상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무엇을 내다보고 어떤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는가.
2년 전 이곳을 취재했다.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급행열차로 한 시간을 달려 케임브리지역까지 간 뒤 버스로 30분을 더 달려 도착했다. 한적한 대지에 2·3층짜리 낮고 넓은 건물 10여개가 흩어져 있었다. 건물 안을 둘러보니 연구원들이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헤드폰 낀 채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에 열중해 있었다. 세계 모바일·사물인터넷 업계에서 이 회사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중국 업체는 물론 삼성전자·애플도 AP 기술의 핵심을 ARM에 의존한다. 관련 제조업체들은 ARM에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비는 물론 해당 제품이 팔릴 때마다 로열티를 줘야 한다.
이런 ARM의 지분 100%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 사장이 240억파운드(약 36조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매출의 40%가 넘는 알짜 두뇌 기업이긴 하지만 ARM의 작년 매출은 1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손 사장은 엄청난 돈을 주고 단숨에 인수해버렸다.
손 사장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부나가식 M&A 전략'의 결정판이다. 그는 예전에 전국시대 맞수였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을 언급한 적이 있다. "두 사람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신겐은 가이(甲斐·지금의 도쿄 근처 야마나시현)에서 세를 모을 때 주변의 모든 영주국과 싸워 영토를 확장해 나갔지만, 노부나가는 오와리(尾張·지금의 나고야)에서 권력의 중심지 교토(京都)까지 일직선을 긋고 그 선 위에 놓인 영주국들 하고만 싸웠다. 선 위에 놓인 곳 이외의 세력과는 싸움을 피하고 제휴했다." 이긴 쪽은 노부나가였다.
마찬가지로 IT 혁신 기업군을 일궈 세계를 제패한다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일직선을 긋고, 그 길을 트는 데 꼭 필요한 영토(기업)는 전투력(인수 자금)을 총동원해 차지해 나간다는 게 손 사장 전략이다. 모바일·사물인터넷 제품의 두뇌를 설계해주는 ARM을 손에 넣으면 세계 모든 관련 회사의 개발 상황과 기술 동향 등을 가장 빨리 종합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손 사장은 남들보다 먼저 더 큰 그림의 사업 구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RM은 그의 야망을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영토인 셈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 주력 업종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