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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리는 건강한 공동체 만드니 전도가 저절로”/안양감리교회 임용택 목사

영국신사77 2016. 7. 15. 09:12

“생명 살리는 건강한 공동체 만드니 전도가 저절로”

생명목회 펼치는 안양감리교회 임용택 목사

입력 2016-07-04 21:03 수정 2016-07-05 10:36

“생명 살리는 건강한 공동체 만드니 전도가 저절로” 기사의 사진
임용택 안양감리교회 목사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안양 동안구 교회에서 최근 출간한 설교집 ‘희망을 건져 올려라’를 들고 생명을 살리는 건강한 교회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양=강민석 선임기자
생명을 살리는 생명목회를 한다고 해도 교회 담장 안에만 머문다면 한계가 분명하다. 하나님 나라를 좁게 본 미시적 생명목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말씀만 반복적으로 전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 목회활동 자체가 생명을 살리는 목회여야 한다.  

임용택(50) 안양감리교회 목사는 생명목회의 폭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교회 울타리를 넘어 안양 전체로 넓혀놓은 목회자다. 고 백문현 목사의 후임으로 2007년 부임한 임 목사는 2012년부터 ‘생명을 살리는 건강한 공동체’라는 모토 아래 지역 자살예방 캠페인인 ‘사람사랑 생명사랑 걷기축제’를 전개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자살 예방을 위해 매년 몽골에서 나무심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자살예방과 몽골 나무심기의 연관성부터 궁금해졌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그런데 자살 사고가 왜 봄철에 집중되는지 아세요? 보통 사람들은 날씨가 궂으면 자살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몽골과 중국을 거쳐 날아오는 황사가 많은 봄철에 자살률이 가장 높습니다. 우리와 상관없을 것 같은 몽골의 사막화 현상이 미세먼지를 일으키고 그것이 우울증을 유발시켜 대한민국에 죽음의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말이죠.”  

‘사람사랑 생명사랑’ 캠페인은 매년 9월 안양 평촌중앙공원에서 열린다. 지역 시민단체가 40개 부스를 설치해 시민들을 상대로 자살예방 상담을 한다. 1만1000여명의 참가자들은 공원 주변을 걸으며 걷기 축제에 참여한다. 

그렇다고 교회 이름을 전면에 내거는 것도 아니다. 월드휴먼브리지라는 단체 이름을 앞세워 행사를 개최한다. 6월에는 장애인·다문화·저소득 가정 임산부를 위한 출산용품 무료지원, 11월에는 사랑의 김장 나눔과 추수감사절 사랑의 쌀 나눔, 12월에는 저소득층 아동 문구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8월부턴 지역 내 복지사각 지대에 있는 이웃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기 위한 ‘사랑나눔터’를 개소했다. 안양 율목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아동을 돕는 일도 2011년부터 계속해 오고 있다.

그가 생명목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4년 강원도 철원에서 군목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사망사고였다. 당시 대전차지뢰가 터지면서 꽃다운 나이의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군복을 입은 장교만 보면 돌을 던지며 접근조차 거부했던 40여명의 유족들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30분 넘게 같이 우는 것이었다.

임 목사는 “장례예배를 맡으면서 군 복무 중 사망한 병사들에게는 수의로 군복을 입힌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그 사건 이후로 ‘우리는 모두 수의를 입고 사는 존재들’이라며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해왔다”고 설명했다.  

교회의 생명운동은 자연스레 전도로 이어지고 있다. 생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주인공이 교회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역 비신자들이 스스로 찾아와 교회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임 목사는 “교회가 전도지를 아무리 많이 뿌려도 사람들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 있으면 역반응만 일으키고 금세 튕겨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선 교회가 세상을 유익하게 만들고 있으며 지역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 목사의 사역 목표는 ‘내 교회의 부흥’을 넘어 ‘신앙이 성장하기 좋은 안양 만들기’에 있다. 2012년부터 펼치는 ‘큰 숲 가꾸기’ 운동도 이런 가치에서 나왔다. 성도들이 매년 8월이면 2주간 국내외 후원교회를 찾아가는데 마을음악회와 경로대학, 여름성경학교를 열고 이·미용 봉사, 영정사진 촬영, 도배 및 장판 교체를 해준다. 개척교회 리모델링 비용, 교회 간판 제작, 승합차 구입 등 교회의 필요에 맞는 지원도 제공한다.

생명목회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반드시 갖춰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교육과 인내였다. 

“교회가 힘을 합쳐 생명목회를 펼치면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는데, ‘우리 교인 뺏어간다’며 경계하는 목회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내해야 합니다. 연합사업에서든, 교회에서든 목회자와 성도들이 복음의 영향력, 생명력, 거룩한 헌신에 함께할 때까지 인내해야 합니다. 물론 설득과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밟으면서 말이죠.”

임 목사는 “진실한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 문화를 변혁시키는 본질적 씨앗인 말씀을 뿌리는 사람”이라면서 “크리스천은 문화의 변혁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목사의 결론은 “성경을 보고 예수를 알면 주위에 복음을 전하며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3시간 넘게 들으며 임 목사의 직함으론 목회자보다 ‘예수 운동가’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