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곡은 1920년대 이후 홍난파·박태준·현제명 등의 작품을 시작으로 민족의 애환과 정서를 잘 표현한 노래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특히 1960년대까지는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 이르기까지 노래하면 가곡을 연상할 정도로 '민족의 음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무엇보다도 순수 예술 음악으로써 감성이 메마르기 쉬운 젊은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고, 바른 품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도와주었다.
그런 가곡이 1970년대 이후부터는 대중음악에 밀리면서 라디오와 TV 등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더니 이제는 거의 들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중·고등학교 음악 시간에도 학생들이 우리 가곡 배우기를 꺼린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쉽게 접해온 대중가요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학생들은 어떤 가곡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오락 시간에도, 노래방에서도 동요나 가곡은 전혀 부르지 않는 실정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공영방송인 KBS조차 매주 '가요무대'와 '콘서트 7080' 등은 편성하면서도 가곡을 부르는 프로그램은 제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열린음악회'를 보아도 가사 내용을 알 수 없는 독일 가곡이나 이탈리아 가곡은 제법 불리지만, 정작 우리 가곡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혹시 우리의 것을 하찮게 여기는 그릇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렇게 가곡이 사라져 가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학생들이 고운 감성을 키우기 힘들고, 간직할 만한 추억도 드문 삭막한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면서 사회도 점점 더 각박해지는 것 아닐까. 좋은 예술은 사회 전체를 보다 높은 차원의 문화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방송사들이 상업성에 치우친 나머지 젊은 층의 즉흥적 반응만 유도하는 음악에 골몰하면 우리 가곡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가곡이 작곡가나 소수 애호가만의 노래가 되어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실정이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방송, 특히 공영방송들부터 '가곡의 밤' 같은 프로그램을 매주 편성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열린음악회' 등 기존 프로그램에도 가곡이 서너 곡은 들어갔으면 한다. 다른 방송국들도 한 달에 한 번은 '가곡의 시간'을 만들면 어떨까. 또 자치단체나 기업들도 가곡을 주제로 한 행사를 개최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