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할머니 구유를 안고 산으로 가다 / 이영린

영국신사77 2016. 6. 1. 23:43

할머니 구유를 안고 산으로 가다

                                              이영린

 

칼바람 이빨에 물고 불타는 백호산

백학산 불구름 속에서 춤을 추는 털아

검은 나비로 환생하라 천상낙원직행하는 천공을 날아라

쌍쌍뿔 달린 투명유령이 고함을 지른다

뒤퉁뒤퉁 걷고 싶은 오리알, 검게 탄 칠면조알 안고 할머니

기도하나이다 해신이여 해변에 태어나게 하소서

불길에 쓉싸인 칠색날개 74개 노랑날개 177개

분신자결한 순교자의 순명처럼 심신을 태워 성찬을 만드노니

불꽃 속에서 불꽃처럼 홀연히 나타난 투명인간이

순국자의 순명을 독백하며 최후의 성찬을 먹을 때

해발 1,808m백학호수 낭떠러지 불은

신선탈을 벗고 나와라 유령아 함성을 지른다

캬륵캬륵 캬륵까우 울고 싶은 노래 할머니

어머니 부르다 입이 커진다 커지는 귀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벌레 물고 오는 허공 중 어머니 발자국 소리

기다리는 부리 안으로 불덩이 들어와 까만 나비되었다

천 길 만 길 승천하다가 낙하했다

불아, 가까이 오지마라 일원성신이여 구유를 안아 주소서

할머니 구유를 안고 강 건너 해변아파트로 가다

까맣게 타서 마지막 정신만 남아 있는 동식물 구유를 따라가다

탱자나무가시 먹고 신발 자동차 배 비행기 파편 다 먹는

11층에 사는 쌍봉낙타가 왕방울 눈물을 흘린다

실내온도 47도 너무 추워요 할머니 소원이 있어요

내 고향 사막에 가고 싶어요 자나 깨나 운다

앞집 1014동 안녕하세요 앵무새 118층 파랑새

날아와 식사할 시간이다 공중 초원 아무나무나 영양 골고루

약수 뿌려주고 열매를 딴다

향나무 마루를 구르며 87평 물침대 44평 옥돌

찜질방 열탕 냉탕 청소하는 아라비아고양이

아프리카 아메리카 강아지 망아지 송아지 모두

고개를 북쪽장으로 돌린다 남국 북국 천국에서

날아오는 빨강 노랑 날개 소리에

진공청소기도 신바람나서 쾌속 회전한다

망월에 나타나 망월 모양 사라지는 미소가

샅이 아파 죽겠다 징징운다 인공수정 시켜주고 그 큰 주사기로

피를 뽑아 1,011층에 사는 왼팔 없는 고아에게 선물한다

윤년 윤달이 돌아오고 마소가 죽고 싶다 도둑을 대리고 온다

손자는 마소를 잡아 살은 코 엾는 도둑에게 주고

내장은 104호에 사는 다리 없는 불구자 생각에

가죽으로 철신 털옷 만들어 지하 1층 모자원 눈 없는 아들 딸 생각에

아무도 모르게 샛별과 둘이서 선사한다

뼈는 갈아 닭이 먹고 닭을 삼킨 뱀이 살찌면

그 뱀을 오리가 먹고 오리알을 걸식 아동 걸신걸린

환갑진갑 지난 노총각 노처녀 독거노인 생각하며

아무도 모르게 샛별과 둘이서 선사한다

할머니 공경하는 손자는 사랑하는 동식물이

살기 좋은 집을 설계한다 147층 뒷집 동식물 백화점같은

한 방울 마시면 향기 영원하다 아시아 향수

한 조각 씹으면 날씬하다 아메리카 육포

한 줄기 삼키면 예쁘다 아프리카 건초

세계 최고 품종 수시로 온다 돌아라 빙빙 찬란한

네온사인 광고판이 지상낙원 천상낙원을 그리는 뒷 집 보다

더 좋은 집을 365일 1초도 쉬지않고 설계하던 손자가

영양제 주사병 줄을 안고 산으로 가다

손자 따라 고니 따라 삭풍도 춘풍을 불러 할머니 손을 잡고

등산길 행렬 신이나서 노래를 한다

아무도 모르는 노래 손자와 할머니만 아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