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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TV 애플리케이션 개발 전문기업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

영국신사77 2013. 4. 1. 16:33

 

 

스마트 TV 애플리케이션 개발 전문기업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
똑똑해진 TV와 함께 자라는 똑똑한 기업
                                                                                 2012년 04월호 
거실의 안주인 TV가 ‘스마트’라는 새 옷을 입었다. 인터넷 서핑, 쇼핑에 학습까지 가능한 ‘홈 복합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국내 스마트 TV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32%로 껑충 뛰어올라 내년에는 국내 시장의 절반이 스마트 TV로 채워질 전망이다. ‘핸드스튜디오’는 2010년 전무했던 스마트 TV 시장에 처음 도전장을 낸 기업이다. 3명이 만든 이 회사는 스마트 TV의 성장곡선을 타고 2년 만에 연매출 24억원을 올렸다. 스마트 TV와 함께 스마트폰, 태블릿 PC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하고 있으며, 제작 앱 수는 약 120개에 이른다.
라일락  명예기자(이화여대 4)
  서울 역삼동 핸드스튜디오 사무실. 색색의 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컴퓨터와 의자. 아이들 놀이터처럼 아기자기하다. 밖이 내려다보이는 서재에서 차를 마시며 안준희(31) 대표를 기다렸다. 5분쯤 지나 도착한 안 대표는 배시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천진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사업 이야기를 시작하자 눈빛이 변했다.
 
  핸드스튜디오의 첫째 성공요인은 너도나도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 때 미개척지였던 스마트 TV 시장을 발견한 선견지명이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안 대표는 소규모 IT기업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IT 사업에 눈을 떴다.
 
  “스마트폰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면서 개인기기의 발달이 곧 공용기기의 발달을 촉진할 거라 예상했어요. 공용기기 중 가정 한가운데 침투하고 있는 TV가 그 중심이 될 거라 생각했고요.”
 
  그는 직장 동료 2명과 회사를 나와 ‘핸드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창업 파트너 중 한 친구가 3년 동안 모은 돈이 사업자금이 됐다. 현재 그와 함께 창업한 2명은 핸드스튜디오에서 재무이사, 수석 연구원으로 일한다. 핸드스튜디오에는 다양한 이력을 가진 2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방송사 PD, 라디오 방송작가, 애니메이션 감독, 영어교사 등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던 이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통섭의 장을 보는 느낌이다. IT 전공자가 주축인 타 IT기업과 달리 다양한 경력의 직원들을 채용하는 이유는 회사의 방침 때문이다.
 
  “핸드스튜디오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목표로 해요. IT 기업들은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지만, 사용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풍부한 콘텐츠예요. 기술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일 뿐이죠.”
 
  직원들은 고유의 영역을 넘나들며 콘텐츠 제작에 관여한다. IT 개발자가 아이디어를 내고, 회사 기획에도 직접 참여하는 식이다. 부서에 상관없이 모두가 ‘콘텐츠 전달자’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일한 결과, 헬스(헬로우 코치 시리즈), 여행(대한민국 구석구석), 육아(육아 가이드), 요리(영양만점 고기요리) 등 각양각색의 앱이 탄생했다. 사용자의 반응은 어떨까.
 
  “저희 회사에서 만든 앱은 거의 매번 앱스토어 1위를 했어요. 5개 카테고리 1, 2, 3등 앱 중 하나의 앱을 제외하고 모두 저희 회사 앱이 오른 적도 있어요. 최고로 기분 좋은 순간이었죠.”
 

‘핸드스튜디오’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들.

  창업한 지 갓 2년이 넘은 ‘젊은 기업’답게 회사 분위기는 무척 자유롭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도 마음대로, 휴무일도 원하는 날로 정할 수 있다. 행사나 이벤트도 자주 한다. 야외활동을 하는 날은 아무리 바빠도 직원 모두가 하던 일을 놓고 밖으로 나간다. 영화·뮤지컬을 관람하거나 한강으로 소풍을 간다. 연말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파티를 열기도 한다. 안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이벤트는 ‘직원 결혼시키기’ 이벤트다.
 
  “직원 중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혼인데, 결혼하면 무조건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어요. 사내 커플이면 2000만원을 받는 거죠.(웃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자유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지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을 채용할 때 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일에 애착이 많은 사람을 뽑기 위해서다. “지원자들의 꿈의 크기를 듣고, 감동받으면 채용하죠. 좋아서 하는 사람만큼 그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직원들 모두 간절한 꿈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유임에도 많은 일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핸드스튜디오의 앱 제작 작업은 ‘속도전’이다. 2년 동안 무려 120여 개의 앱을 만들었다. 안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거듭해온 치열한 자기훈련이 속도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 안 대표는 ‘공모전의 왕’이었다. 16개 공모전에 나가 13번 수상했고, 이 중 네 번은 대상이었다. ‘청년’이라는 단어를 유독 좋아해 별명이 ‘청년’이었다는 그는 3학년이 되면서 공부도 청년답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다 찾아낸 답은 마케팅이었다. 수업을 듣는 대신 학교 도서관에 박혀 마케팅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한 학기 동안 책 한 권을 몽땅 베껴 쓰고 나니 이해가 됐다. 실력을 테스트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응모한 첫 공모전에서 1위를 했다. 그 뒤로 재미를 붙였고, 수상실적은 날로 늘어갔다.
 
  하지만 그는 수상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실력을 키우는 데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팀원 수와 준비기간을 점차 줄여나갔다. 짧은 시간 동안 핵심을 뽑아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군대 복무 기간 중에는 혼자 하루만 준비해 대상을 받기도 했다. 요즘 안 대표는 세계 각국에서 ‘러브레터’를 받는다.
 
  “가끔 알 수 없는 언어로 메일이 오곤 해요. 특정 부분을 수정해달라는 요청부터 스마트 TV 앱을 스마트폰 앱으로 만들어달라는 내용까지 다양하죠.”
 
  세계 스마트 시장은 한국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 TV의 메인 콘텐츠 제공자인 핸드스튜디오는 8~10개 국어(영어・독일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 등)로 앱을 출시한다. 그가 다른 언어로 쓴 ‘러브레터’를 받는 이유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비해 국내 스마트 TV 시장은 아직 협소한 것이 사실이다. 안 대표는 국내 스마트 TV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
 
  “교체주기를 고려할 때 스마트 TV는 곧 스마트폰처럼 대중적인 기기가 될 거예요. 스마트 TV가 등장한 지 올해로 3년째예요. 한국 평균 TV 교체주기가 6~7년인 것을 감안하면 교체주기의 절반이 지난 셈이죠.”
 
  휴대폰에 이어 ‘바보상자’로 불리던 TV마저 똑똑해졌다. ‘스마트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그는 “사람들의 하루를 유쾌하게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기술은 삶의 구석구석을 다 바꿔놓을 거예요. 그러나 정서, 인간다움과 같은 아날로그적 욕구는 포기할 수 없죠. 핸드스튜디오는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을 추구해요.”
 
  경영자로서 그의 목표는 건강한 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청년 기업가들이 혁신적인 아이템, 도전정신만 가지고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며 “작은 기업이라도 자금의 흐름을 해석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른한 살의 젊은 기업가는 잠깐 폈다 지고 마는 꽃이 아니라 오래 열매 맺는 ‘뿌리 깊은 나무’를 꿈꾼다.
 
  인터뷰가 끝나고 스마트 TV 앱을 사용해보고 싶다고 하자, 안 대표는 선뜻 “그러죠” 하며 회의실에 있던 스마트 TV 전원을 켰다. TV라는 세계 안에 여러 앱이 질서정연한 체계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신세계’라 적힌 앱을 클릭했다. 지난해 10월 만든 세계 최초 쇼핑 앱이다. 리모컨을 조작하며 앱 메뉴를 설명하는 그의 눈길이 잘 자란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 같았다. 120명의 ‘든든한 아이들’을 둔 안 대표는 행복해 보였다.
 
  사진 : 하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