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스산한 겨울 날씨 속엔 앙상한 나무들이 매마른 겨울 숲을 이루고 있었고, 강당에 조용히 줄 지어 앉은 70여명 백발의 노인들은 숲의 겨울나무처럼 앙상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합창단 연주를 기다리는 노인 요양시설 순애원 노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지난번 국립극장의 음악회를 성대히 마치고 연말을 맞이하여 우리 주위에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 노래로서 봉사하는 사랑과 나눔의 행사를 갖기로 하여 이루어진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강당을 가득 메운 노인들의 표정은 아프고 힘든 생활의 모습이 역력했고, 96세로부터 80세 이상 횔체어에 앉아 있는 이들의 표정은 참담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우리 남녀 단원들은 예쁜 의상을 모두 입고 그들 앞에 섰을 때, ‘아 ~ 참 잘 왔구나!’ 단원과 지휘자가 모두 마주보며 눈빛으로 똑 같은 마음을 확인하며 어떤 무대보다도 설레는 마음으로 노래를 시작하였습니다.
윤상열(13회) 지휘자의 인사말씀
“오 소나무 ! 오 소나무 ! 언제나 푸르고나 ~ ~
~ ~ 사시장철 너의 잎은 변치 않고 푸르고나.“
<메들리>"소나무","창밖을 보라",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윽고 선농합창단의 아름다운 노래가 강당에 울려 퍼지자 앙상한 모습의 어르신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고 상록의 소나무처럼 모습이 청청하게 바뀌는 듯 하였습니다. 노래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자 박수 장단을 맞추더니 마지막 노래가 끝나자 앵콜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어깨춤이 절로 나올 밀양아리랑을 부르고 떠나는 합창단원을 힘들여 간신히 손과 팔을 흔들며 배웅하는 그들에게 여자 단원들은 그들을 감싸 안으며 감동의 눈시울을 적시며 아쉬운 작별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메들리>"영광","루돌프 사슴코","저 들 밖에 한 밤중에","징글 벨스","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앵콜곡-"밀양아리랑", 김충원(7회) 후원회 회장의 "동행", 작별인사
우리가 부른 합창이 아프고 쓸쓸한 그리고 황량한 그분들의 마음을 녹이고 마음의 문을 열어드려서 표정이 밝아지며 활짝 웃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감격의 현장이었습니다. 노래로서 한없는 위안과 기쁨을 주고받는 가운데, 선농합창단원 모두와 외로운 어르신들이 모두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 세상은 살 맛 나는 세상임이 틀림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중병 환자인 그들이 합창 연주를 들으며 움직인 수준은 아마도 그들로서는 근년에 가장 큰 움직임이었음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을 모처럼 움직였던 것입니다.
지난 12월 21일, 선농합창단(음악감독, 13회 윤상열 동문)은 성탄절과 연말을 앞두고 선농합창단 후원회(회장, 7회 김충한 동문) 주최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계곡에 자리 잡은 순애원을 위문 방문하여 노인성 질환으로 힘든 삶을 지탱하고 있는 외로운 노인들의 매 마른 마음을 아름다운 선율로 푸근히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준명복지재단 순애원은 6회 변명희 동문이 원장으로 희생봉사하면서 불우한 노인들을 20여 년간 정성껏 보살피고 있는 시설입니다. 이러한 사회복지활동을 돕고 있는 사대부고 순애원 후원회는 선농합창단 후원회 회장인 김충한(7회) 동문이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김충원 후원회 회장과 변명희 순애원 원장의 순애원 소개, 순애원 건물과 주변 경치
이번 선농합창단 행사에서는 김충한 후원회장이 금일봉을 변명희 원장에게 전달하였고, 합창단에서도 단원들의 정성을 모아 윤상열 음악감독이 금일봉과 신선한 과일을 선물하였습니다.
김충한 회장, 윤상열 지휘자, 변명희 원장과 선농합창단 단원들
선농합창단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하여 아름다운 노래를 부름에 있어 연주의 대상에 따라 나름대로의 크고 깊은 의미가 있음을 절감하였습니다. 그늘진 곳, 어두운 곳, 소외된 곳 객석의 그들 닫혀진 슬픈 마음의 문들이 우리들 노래의 파장에 맞추어 같이 공명하고 진동하면서 서서히 열릴 때마다 우리 선농합창단은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는 사명의식을 지니게 됩니다.
앞으로도 선농합창단은 1991년 선농합창단을 창단하고 지금까지 격조 높은 음악의 세계로 동문 모두를 감동시키고 이끌어 온 윤상열 음악감독 지휘 하에 마음과 열정을 쏟아 음악으로 단원 모두의 마음을 아름답게 하고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아름다운 음악활동에 모든 정열을 한 곳에 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