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구 칼빈대 석좌교수가 최근 펴낸 '정성구 교수의 신학과 설교'(이레서원·사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교회 강단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설교는 만남' '설교는 신학' '설교는 삶' 등 정 교수는 이 책에서 설교에 대해 무수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만큼 설교에 대해 정확한 방향을 한국 교회에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 교수의 눈엔 오늘날 한국 교회 강단이 그만큼 잘못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오늘날 한국 교회 강단의 문제점을 한 마디로 신학 부재로 꼽았다. 그는 "신학이 없는 설교자들이 절제되지 않은 언사로 교회 강단을 흐리고 있다"며 현 한국 교회 강단의 모습을 '신학 없는 교회'로 묘사했다.
정 교수는 "신학 부재의 설교는 결국 건강한 그리스도인 양성의 실패로 귀결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란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자기의 연약함과 죄악을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를 철저히 의지하는 사람"이라며 "그럴 때 긍정적인 세계관을 갖고 죄와 세상을 이기는 힘찬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난 40년 동안 총신대 대신대 등에서 칼빈주의와 실천신학을 가르쳐 왔다. "신학은 설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신학 교수로서 500여차례의 부흥회를 인도한 경력에는 그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설교 자체가 신학화 작업입니다. 신학의 방향에 따라 설교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설교자가 철저한 신본주의 세계관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의 메시지는 생명을 살리는 구원의 말씀일 수 없습니다."
"설교는 만남"이라고도 했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과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설교자는 하나님은 누구신가에 대해,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때 설교는 공허한 나팔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설교자는 기도와 명상을 통해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도록 깨어 있어야 할 것을 주문했다.
칼뱅의 예도 들었다. "칼뱅은 설교에서 늘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을 강조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이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성경 말씀이 설교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설교자가 설교를 준비할 때나 강단에서 설교할 때 자기의 사상과 뜻을 전하려 하지 말고 하나님과 성도들이 만날 수 있도록 설교자 자신은 주님의 십자가 뒤로 가려져야 합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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