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를 찾아서] 해외성지⑮-갈릴래아 지방 그물 버리고 따르라던 그리스도의 외침 들리는 듯 | ||||||||
4대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에 기록된 예수의 기적 ‘37번’ 가운데, 대부분의 기적이 이루어진 갈릴리 지방은 이스라엘의 생명수인 갈릴리 호수를 낀 이스라엘 북쪽에 있다. 헤로몬 산의 만년설이 녹아 내린 물(민물)이 흘러드는 갈릴리는 초록이 숨쉬는 비옥한 곳이자, 부활한 예수가 실의에 빠진 제자들을 찾아와 재출발시킨 사랑의 현장이기도 하다.
자신조차 방어하지 못한 채 십자가에서 무력한 모습으로 숨진 스승으로 인해, 풀이 죽어 예전처럼 어부로 되돌아가 버린 제자들은 그물을 쳤지만 허탕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어느 날 부활한 예수가 다시 나타났다. 처음 제자들은 몰라보았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예수는 거듭 나타나 제자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그물이 터질만큼 고기를 잡게 해주고, 당신에 대한 신앙을 고백할 기회를 주어 교회의 반석으로 삼았다.
제자 가운데 베드로(초대 교황)를 수제자로 삼아 천국의 열쇠를 맡긴 ‘베드로 수위권 성당’, 베드로가 살던 집터와 생전 예수가 군중들에게 설교한 회당이 있는 가버나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인 ‘빵과 물고기 기적 성당’,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로 시작하는 산상수훈을 한 행복산(진복팔단성당) 등이 모두 갈릴리 호반에 있다.
바다로 여겨질 만큼 큰 갈릴리 호수는 평화로운 풍광과는 달리 날씨가 변덕스럽다. 호수 북동쪽 골란 고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푄 현상을 일으켜 금방이라도 집채만한 파도가 일기도 하고, 잔잔하다가도 일교차가 커지며 풍랑이 거세어진다. 그러나 기자가 갈릴리 지방을 찾던 날은 축복인양 날씨가 마냥 순하였다.
◈ 베드로를 교회의 반석으로 삼은 곳 아침 일찍 갈릴리 서북쪽 ‘베드로 수위권 성당’‘The Church of St. Peter′s Primacy)으로 향하였다. 이곳은 부활한 그리스도가 세 번째 제자들에게 나타난 곳이다. 지중해보다 무려 212m나 더 낮은 갈릴리 해변을 향해 약간 내려간 곳에 위치한 베드로 수위권 성당은 제주도 현무암과 비슷하지만 구멍이 뚫리지 않은 검은 돌로 소박하게 지어졌다. ‘베드로 수위권 성당’이란 부활한 예수가 베드로를 교회의 반석(초대 교황)으로 삼아 절대적 권위(=수위권)를 전한 곳이라는 의미이다.
2천 년 전 어느날, 훤하게 동이 튼 갈릴리 호숫가에 나타난 부활한 예수는 스승을 잃고 낙심한 제자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였다. 방황하며 예전처럼 어부로 돌아간 제자들을 배부르게 먹이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곳이 바로 베드로 수위권 성당 내부에 있는 ‘그리스도의 식탁’(=멘사 크리스티)이다. ‘멘사 크리스티’에서 배불리 먹고, 주님을 사랑한다고 신앙고백까지 한 제자들 모두 새출발에 성공하였다. 특히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고, 때로는 경솔했으며, 인간적인 허점까지 지닌 베드로는 성령의 도움으로 진심으로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교회의 버팀목이 되었으며, 교회를 위해 순교하였다.
이 베드로 수위권 성당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담긴 ‘멘사 크리스티’와 베드로를 안수하는 예수상을 보면, 누구나 인간적인 실패와 아픔을 통해 사랑이신 하나님께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 갈릴리는 그리스도 전도의 주무대 베드로 수위권 성당에서 3.5km 정도 떨어진 가파르나움에는 전날 저녁에 들렀다. 가파르나움은 공생활을 시작한 예수가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라.”고 외치던 회당(시나고그)과 베드로 집터 성당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고고학적으로 가장 고증이 잘 된 성지 가운데 하나이다. 부자들이 쓰던 흰 돌로 지어진 시나고그의 밑바닥은 예수가 걷던 2천 년 전의 돌바닥 그대로이며, 베드로 집터 성당도 집터는 온전히 남겨두는 공법으로 지어졌다.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어둠이 내리는 시각에 베드로 집터 성당에 도달하였다.
가버나움에서 예수는 죽었던 여자 아이를 살려내고, 망령 들린 자를 치유했으며, 시몬 베드로 , 안드레아 , 야고보, 요한을 제자로 선택하였다. 베드로의 집터에 들어선 팔각형 성당은 프란치스코 수도회(작은 형제회)가 보존하고 있다.
원래 집터가 파묻히지 않도록 큰 기둥을 세우고, 바닥을 들어올려 강화 유리로 처리하여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베드로 집터 성당을 관리하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한국인 수사가 있어서 늦은 시각에도 미사를 올릴 수 있도록 편리를 봐주었다.
◈ 나를 따르라, 나를 따르라 그리스도 전도의 주무대였던 갈릴리 호수를 배를 타고 직접 나가 보았다. 선착장이 문을 닫히기 직전에 도착, 겨우 시간 맞춰 배에 오른 순례단이 한국인임을 안 유대인 선주는 태극기를 게양해준다. 그 유대인의 상술, 참 기가 막힌다. 갈릴리 호수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순례단은 성가 ‘나를 따르라’를 합창하였다. “나를 따르라. 나를 따르라, 그 그물을 버리고... 이제 너희가 사람을 낚는 어부 되게 하리라, 이제 너희가 사람을 낚는 어부 되게 하리라….”
베드로 수위권 성당에서 서북쪽으로 보면 100m정도 솟은 언덕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행복산 ‘쉐이크 알리 언덕’이라 불리는 곳이다. 바로 이 언덕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고 한 진복팔단을 설교하셨다.
‘진복팔단 성당’ 은 이를 기념하여, 1930년에 프란체스코 수도회에 의해 세워졌고, 여덟가지 행복을 의미하는 글이 팔각형 성당의 내부에 각각 걸려 있다. 갈릴리 호수 서북쪽 연안에 있는 타브가 지역에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 일어났던 것을 기념한 빵과 물고기 기적성당이 있다. 바닥에 모자이크로 오병이어의 기적이 그려져있는데, 빵 광주리에 담겨있는 빵은 4개 뿐이다. 하나의 빵은 어디로 갔을까.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일까?
글·사진 이스라엘 갈릴래아에서 최미화기자 magohalmi@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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