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곤충들은 자신을 향해서 접근하는 물체를 본능적으로 피한다. 인간도 뜨거운 것이나 고통스런 것에 대한 반응은 갖고 태어난다. 단순한 로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프로그램 되어 태어난다. 컴퓨터 과학에서 입력들에 대한 반응이 명시된 논리적 자동기계를 오토마타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물은 다수의 오토마타를 갖고 태어난다. 개미나 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오토마타다. 인간이 갖고 있는 고통에 대한 신체적 반응, 본능이나 반사 작용도 오토마타다. 우리가 하등동물 때 갖고 있던 것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진화한 것이다. 선천적이다.
단순하지 않은 것은 선천적이기 힘들다. 인간의 시각은 완성된 채로 태어나지 않는다. 자라면서 후천적이고 주관적인 시각 해석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메뚜기처럼 타고난 대로 단순 반응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절대적 의미를 가진 시각적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주관적 왜곡일 뿐이다. 의식도 마찬가지다. 실체는 없다.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허구다. 인간은 이런 허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태어난다. 진화가 직접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은 선천적이고 진화가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은 후천적이다. 인공지능도 비슷한 대비가 있다. 자연에서 진화가 하는 역할을 인공지능에서는 사람이 한다.

알고리즘 6/5
기계학습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후천적이다. 알파고, 기계번역 등 요즘 인상적인 결과를 내놓고 화제가 되는 대부분의 결과물은 기계학습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기계학습에서도 선천적인 부분을 전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복잡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에서 일부는 미리 고정해놓고 나머지를 훈련시키기도 한다. 고정된 부분만큼 문제의 범위가 좁아져 훈련이 좀 더 쉬워진다. 전문가시스템과 기계학습의 결합인 셈이다.
30자리 곱셈을 순식간에 하는 능력을 타고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