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의 뉴스 저격] "代案 노조를 찾았다… '토론·협업·연대' 앞세우는 포스코 勞經협의회" /포항·광양제철소 1년 관찰한 송호근 교수 인터뷰
[김영진의 뉴스 저격] "代案 노조를 찾았다… '토론·협업·연대' 앞세우는 포스코 勞經협의회"
입력 : 2018.04.27 03:14 | 수정 : 2018.04.27 10:02
[오늘의 주제] 포항·광양제철소 1년 관찰한 송호근 교수 인터뷰
- 주인의식, 전문가로 큰다
당면 과제 생기면 근로자·팀장·연구소까지 함께 매달려 풀어내
- 학력·봉급 차별 거의 없어
40대 후반 대졸 공장장이 자기보다 연봉 더 많은 50대초 고졸 파트장 지휘
- 뿌리깊은 公共마인드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내가 손해라고 여겨
지역사회 봉사활동까지 노경협의회가 주도
지난해 현대차 노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까칠한 사회학자, 송호근(62) 서울대 교수가 ‘21세기 한국형 노조’라고 극찬하는 모델을 찾았다. 바로 포스코의 ‘노경(勞經)협의회’다. 송 교수는 지난 1년간 포항·광양제철소 임직원 10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묶은 신간, ‘혁신의 용광로’에서 “자동차 노조는 불만을 키우지만, 포스코 노경협의회는 연대감을 키운다”고 했다.
지난 1년간 뭘 보고, 무슨 얘기를 들었길래, 송 교수가 이런 책을 썼을까?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첫 석좌교수인 송 교수는 칼럼니스트이자 소설가이다. 송 교수는 지난해 현대차 노조를 혁신의 적(敵)이라고 꼬집은 '가보지 않은 길'이란 책을 펴냈었다.
―책에서 "포스코는 비판할 거리가 없다"고 썼다. 뭐가 그리 감동적인가.
"현대차를 관찰한 뒤라, 사실 처음엔 기대 안 했다. 그러나 지금은 작업장 경쟁력은 포스코가 세계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자동차 회사는 들어가면 20년 뒤에 기술도 지식도 없는 빈털터리가 된다. 하지만 포스코는 20년 지나면 대체 불가능한 특화된 기술자가 된다."
―정권 바뀔 때마다 수장(首長)이 중도하차하는 홍역을 치른다.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포스코 사람들은 공장 만들 때부터 국가와 국민에 빚을 졌다는 부채의식이 남아 있다. 파업하면 '고로(용광로)'가 서고, 고로가 서면 '대한민국'이 멈춘다고 생각한다. 공공 마인드가 강하고, 협업이 일상화돼 있어, 자동차 회사처럼 탈(脫)숙련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협업은 전방위적인 토론에서 이뤄지고, 혁신으로 이어진다. 포스코의 주력 프리미엄 제품인 포스맥(얇고 질기고 녹슬지 않는 강철)은 설계팀과 박사연구원, 냉연팀, 사내 기술자 등이 5년간 달라붙어 수많은 토론 끝에 만들어낸 첨단 제품이다."

"포스코의 가장 큰 발명품은 '협력경쟁'이다. 재작년에 포항과 광양 소장을 교차 발령한 적이 있는데, 동생 격인 광양의 높은 생산성을 부러워했던 포항의 질투심을 유발하려는 것이었다. 광양의 작은 발명이 포항으로 수출되고, 포항에서도 창발적 시도가 일어나 광양으로 유입됐다. 이후 두 공장 간 인력·기술교환은 물론 하루에도 수십 명의 출장팀이 포항과 광양을 오가고 있다. 협업하며 기술력을 키운 그들은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하다. 문제가 생기면 밖에서 놀다가도 뛰어들어간다. 자기 거니까. 술을 먹어도 1시간 내 갈 수 있는 위수 지역에 머무르고 잘 때도 머리맡에 휴대폰을 둔다."
―제조 대기업의 경우, 학력 격차에 따른 갈등이 있다. 포스코는 어떤가?
"학력 차별은 물론 봉급 차이도 거의 없다. 40대 중·후반 대졸 공장장이, 자기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나이도 많은 50대 초·중반 고졸 파트장을 지휘한다. 이건 세계 최고인 일본 (신일철주금) 기미쓰 제철소도 못 한다. 기미쓰 공장 안엔 고졸만 있고, 대졸자가 거의 없다. 대졸 고위 관리자에게 물어봤더니, 자기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말하지 않더라. 포스코 사람들은 누구나 막힘이 없었다."
―노경협의회가 노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데, 지금까지 노조가 전혀 없었나?
"1989년에 민주화 바람을 타고 강성 노조가 생겼다가 1993년에 와해됐다. 이후 노사협의회 상태로 어정쩡하게 있다가 1997년에 노경협의회가 출범했다. 직장협의회에 가까운 노경협의회는 엄밀히 노조가 아니다. 하지만 노조보다 월등한 노동자 대변 조직이다. 사측과 진행하는 임단협은 늘 사회 현실과 기업 상황을 고려했다. 다들 '많이 받고 있으니까 이만하면 됐다. 더 받으면 (밖에서) 욕먹는다'고 생각한다."

―포스코 조직문화의 경쟁력 요소 중 하나로 지역사회와 '연대의식'을 꼽았는데.
"노경협의회는 사내 연대 활동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중시해 봉사, 재능 기부 같은 커뮤니티 활동까지 주도한다. 그들은 포항과 광양 사람들과 어울리며 집 수리, 이발, 음식, 청소는 물론 벽화 그려주고 농사도 지어준다. 나는 현대차에서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철강 경쟁력이 세계 최고라는데 임금은 국내 경쟁사인 현대제철보다 낮다. 근로자 불만은 없나.
"현대제철은 평균 1000만원 정도 연봉을 더 받는다. 하지만 포스코 사람에게 물어보면 거긴 노조(민노총 산하)가 있어서 그렇게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임금 많이 올려 회사에 문제 생기면, 결국 자신이 손해라고 여긴다. '공장에 문제 생길지 모르니 천천히 합시다'고들 한다."
―포스코가 구현하고 있는 '2
"첫째, 파업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믿는다. 둘째, 저임금 섹터나 취약 산업의 처지를 고려해 자기 이익 극대화를 자제한다. 셋째, 경영과 노동의 소통창구를 자처해 작업 현장의 문제를 적극 해결한다. 넷째, 커뮤니티와 교감하며 사회 연대를 개척한다. 선진국 노조 기능을 넘어서는 포스코 노경협의회는 노조 그 이상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6/2018042603513.html
[김영진의 뉴스 저격] "우리나라 대기업 강성노조들, 자기 이익만 챙기는 남미형 노조가 됐다"
[오늘의 주제] 포항·광양제철소 1년 관찰한 송호근 교수 인터뷰
"한국GM 노동자들이 먼저 '임금 10% 깎을테니 신차 배정' 요구했다면 국민이 박수쳤을 것"
송호근 교수는 현대차 노조로 상징되는 대기업 강성 노조에 대해 '희망'을 버린 듯했다. "노조의 정당성은 약한 쪽을 돕는 계급연대에서 나오는 건데, 우리나라 대기업 강성 노조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는 남미형(南美型) 노조가 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국가와 산업 전체를 고려한 이익을 추구하며 계급연대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 노동운동을 이끄는 전위부대는 그런 역할을 20년간 못 했어요.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제로(0)입니다."
그는 "기업 경영과 사회 현실을 고려해 견제할 건 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노동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협업이란 말을 쓰면 보수꼴통에 어용(御用)이란 딱지를 붙이는데, 기업 없인 노동자도 없다. 지금 한국GM이 딱 그 문제를 겪고 있어요. GM 본사가 기술료 등으로 빼먹은 게 많았다고 하는데, 그걸 노조가 견제했어야 했습니다. 견제하면서 파업했으면 박수받았을 겁니다."
송 교수는 "임금 늘리고 복지 확대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제품 품질도 떨어지는 걸 고민
"한국GM 사태는 1, 2년 전부터 예상됐어요. 적자가 3조원이라는데 경영자 몫도 있겠지만 노동자, 노조 몫도 있지 않을까요. 노동자들이 먼저 '임금 10% 깎을 테니 경영진이 퀄리티 책임지고 신차 배정하라' 이렇게 요구했으면 국민들이 박수를 쳤을 겁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6/20180426035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