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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값이 반으로 뚝… 옥션 경매가에 화랑 속앓이

영국신사77 2018. 4. 25. 00:22

그림 값이 반으로 뚝… 옥션 경매가에 화랑 속앓이

입력 : 2018-04-24 05:02

그림 값이 반으로 뚝… 옥션 경매가에 화랑 속앓이 기사의 사진
서울 종로구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광영 작가의 개인전 ‘전광영: 작품 1975-2018’ 전시 전경. 작가는 캔버스에 오브제를 한약 봉지처럼 매단 ‘집합’ 시리즈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른쪽은 K옥션 3월 경매에 나온 같은 작가의 2012년 작 ‘집합 블루&레드’. 100호 크기의 작품으로 6000만∼1억원에 제시됐다. 하지만 화랑에 전시 중인 같은 크기의 작품은 1억3000만원 선이다. 가격 차이가 현격하게 나기 때문에 화랑은 옥션이 현실을 반영해 추정가를 산정할 것을 주문한다. PKM갤러리, K옥션 제공
1억3000만원 호가 100호 크기 경매서 4500만원에 낙찰되기도
화랑들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옥션이 챙긴다” 볼멘소리
장기적으로 화랑 손님 끊겨 미술 생태계 위협 받을 수도


“화랑에서 파는 가격의 반값에 옥션(경매)에 나오니 우린 어떻게 장사하라는 건지….”

메이저 경매에서 주요 화랑의 전속 작가 작품이 화랑 가격보다 지나치게 낮게 나오면서 화랑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이라지만 미술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미술계에 따르면 경매에 나온 일부 작가 작품의 낮은 가격을 둘러싸고 경매사와 화랑 간 신경전이 재연되고 있다. 이번엔 ‘한지 작가’ 전광영(74), ‘오리 작가’ 이강소(75), ‘숯의 화가’ 이배(62) 등이 그 대상이다.

이들은 국제무대에서 인기를 구가하는 단색화의 바통을 이어갈 ‘포스트 단색화’ 작가군으로 평가된다. 전속 화랑이나 주거래 화랑이 비용을 아끼지 않고 활발하게 전시를 열어주며 마케팅에 공들이는 작가라는 공통점도 있다. 전시는 작품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작가 인지도를 높여 작품 가격이 올라가는 요인이 된다.

전 작가는 서울의 PKM갤러리에서 한창 작품전을 하고 있다. 이강소 작가는 대구의 우손갤러리(2017), 이배 작가는 부산의 조현갤러리(2016)에서 전시를 가진 바 있다. 이들 화랑은 지난 3월 홍콩 바젤 아트페어 때도 해당 작가 작품을 들고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옥션, K옥션의 경매에 세 작가의 작품이 경매 때마다 화랑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나오자 화랑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K옥션의 3월 경매 때 전 작가의 대표작인 ‘집합’ 시리즈 100호(130.3×162.2㎝, 2001년 작)는 4500만∼1억원에 제시돼 4500만원에 팔렸다. 화랑에서 작가가 제시한 100호 가격은 1억3000만원이다. 서울옥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경매에서 50호(92×118㎝)가 화랑 가격(8200만원)보다 크게 낮은 3000만∼600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이배, 이강소 작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서울옥션 경매에 이강소 작가의 ‘무제’ 100호(91년 작)는 2500만∼7000만원에 나와 2500만원에 낙찰됐다. K옥션 3월 경매에서는 92년 작 100호가 5000만∼1억2000만원에 제시돼 50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우손갤러리 김은아 대표는 “화랑에서 작가가 내놓은 같은 크기의 작품 가격은 1억 후반∼2억원인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미술시장의 양대 축인 화랑과 옥션은 수익모델이 다르다. 1차 시장인 화랑은 작가의 작품을 팔아주고 수입을 나눈다. 옥션은 작가 손을 떠나 한번 고객에게 넘어간 ‘중고 작품’이 되팔리는 2차 시장이다. 작품이 판매되면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으로부터 총 30% 남짓의 수수료 수입을 챙긴다.

A화랑 대표는 “추정가를 낮게 책정하는 것은 유찰을 막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라며 “경매사는 낙찰 수수료 수입을 챙기면 그만이겠지만, 우리는 손님이 끊기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주는 화랑이 부리고, 돈은 옥션이 버는 꼴이다. 화랑에서 한창 전시를 여는 작가는 경매에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옥션은 생존 작가의 최근작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옥션 3월 경매에서 이배 작가의 2016년 신작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옥션 최윤석 이사는 “고객이 팔아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옥션에서 싸게 팔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화랑 손님이 끊기고 화랑에서 전시를 하기 힘든 구조가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작가의 성장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낮은 추정가로 시작해 경매 열기가 올라가면 결국에는 작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38454&code=131600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