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한 무명 선수
직원으로 채용 10년째 지원
네덜란드 유학까지 보내줘
병원장 “응원할 뿐 단 한번도
‘이겨라’ 요구한적 없어”
많은 기업들은 눈을 부릅뜨고 스타가 될 ‘떡잎’을 찾는다. 기업에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유망주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사례는 흔하다. 다만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생애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고다이라 나오(32·일본)는 조금 특별하다. 무명의 고다이라를 밀어주고 키워준 곳은 기업이 아니다. 나가노현에 있는 아이자와병원이 10년째 그 역할을 해왔다. 나가노현은 고다이라의 고향이다. 고다이라는 여전히 그 병원 소속 스타 선수다.
19일 일본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고다이라는 대학을 졸업한 2008년까지만 해도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대학 은사였던 유키 마사히로 코치와 함께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전 세계가 불황에 빠졌을 때라 누구도 무명의 선수를 쳐다보지 않았다.
인연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된 아이자와병원의 한 의사가 병원장 아이자와 타카오(70)에게 고다이라를 소개했다. 아이자와 원장은 고다이라의 첫인상을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 않고 스케이트 하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곧은 심지는 아이자와 원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이자와 원장은 고다이라를 병원 직원으로 등록하고 매년 1000만엔 이상을 지원했다. 그는 “광고 효과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걸로 그치지 않았다.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던 고다이라는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네덜란드 유학을 원했다. 이때 아이자와 원장이 나섰다. 그는 흔쾌히 지원을 약속하고 고다이라를 ‘출장 직원’ 신분으로 네덜란드에 보냈다. 그렇게 고다이라는 네덜란드에서 ‘성난 고양이’로 다시 태어났다.
아이자와 원장은 고다이라가 일본을 대표하는 빙속 스타가 된 뒤에도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나가노 출신 선수 고다이라를 응원할 뿐”이라며 “나는 한번도 ‘이겨라’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고다이라 이름 뒤에는 ‘아이자와병원 소속’이라는 소개가 따라붙는다. 진심 하나만을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지역병원과 변함없이 의리를 지키는 슈퍼스타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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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이라를 만든 또 하나의 주역 ‘아이자와 병원’
영국신사77
2018. 2. 21. 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