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지을 때 내진 설계하듯 EMP 방어 능력 갖춰야/전자파 전문가 허윤종 API 대표
[전자파 전문가 허윤종 API 대표]
"北의 전자기파 공격 막기 위해 2~5㎜ 두께 철판 건물에 덧대
건물 신축 때 방호 설비 갖추면 공사비의 5~8%면 충분해"
"건물 지을 때 내진 설계를 하듯 EMP(전자기파) 공격에 대한 방호 능력을 갖추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전자파 측정 장비 회사 'API' 허윤종 대표는 "군 시설에 대해서는 북한의 EMP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갖춰가고 있지만 국내 전력망·금융기관·공장과 같은 주요 민간 시설은 EMP 공격에 취약하다"며 "하지만 국내에는 EMP 방호와 관련한 기준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EMP 분야 전문가로 국내 주요 군 시설 EMP 방호 설비 컨설팅 작업에도 참여했다. EMP 공격은 강력한 전자기파로 특정 지역의 전력·통신망과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 것을 말한다. 공격 방식은 핵을 이용하는 방법과 전자파 발생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EMP 방어는 일반적으로 2~5㎜ 두께의 철판을 건물에 덧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전자파가 금속에 부딪히면 반사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 ▲ EMP 분야 전문가인 허윤종‘API’대표는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정부가 EMP 방호를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그는 "북한이 우리 전력망이나 금융기관에 EMP 공격을 가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미국 정부는 EMP 공격을 받아 전기가 끊기면 의약품 생산과 수술실 운영이 중단되고 식량 배급이 멈추면서 1년 안에 미 국민의 80%가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전력망이 EMP 공격을 받을 경우 대정전 사태를 빚지만 이를 방호할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 전산망도 EMP 공격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금융사들은 전산 데이터를 별도 장치에 보관하고 있어 EMP 공격을 받아 전산센터가 마비되더라도 고객 계좌 정보가 날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EMP 파괴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기 때문에 안전성을 100% 장담할 수 없다.
허 대표는 "정부가 국내 핵심 군 시설에 대해 EMP 방호 설비 구축 작업을 진행했지만 선행 분석 잘못으로 방어 능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군 시설이 이 정도이니 민간 시설의 선행 연구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건물에 다 군 시설 수준의 EMP 방호 설비를 할 필요는 없다"며 "전력망, 금융 주 전산센터, 석유화학·반도체 등 공장의 중요도, 건물의 전자파 차폐 능력을 측정해 등급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방호 능력을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EMP 공격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EMP 방호를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의회 산하에 EMP 특별위원회를 두고 EMP 방호 정책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허 대표는 "국내 한 시중은행은 주 전산센터를 새로 지으면서 EMP 방어 설비 설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지금 설치했다가 나중에 수립된 정부 EMP 방호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다시 공사를 해야 될 수 있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연구·분석 작업이 부처별로 중구난방 진행되고 있다. 허 대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기관인 전파연구원은 국제 기준에 근거해 EMP 규격을 마련 중이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은 국제 규격이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을 신축할 때 EMP 방호 설비를 갖추면 전체 공사비의 5~8%면 되는데, 기존 건물에 방호 기능을 갖추려면 공정이 더 복잡해 비용이 5배 이상이 더 든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미 반도체 업체 'LSI 로직'에서 7년간 수석연구원으로 일한 후 200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PI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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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31/2018013100075.html?main_hot3#csidxbb48eed71eb5b82b7cb5b2d554a4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