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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아이돌만 골라 키운다… 가요계 '101 모델' 확산

영국신사77 2017. 8. 3. 13:45

선택받은 아이돌만 골라 키운다… 가요계 '101 모델' 확산

엠넷 '프로듀스 101' 1·2 성공에 워너원·뉴이스트 등 인기 상승…
지상파·대형 기획사도 제작 나서
데뷔 전 경연서 인지도 높아지면 고정팬 확보돼 제작사 부담 줄어

하반기 가요계 최대 관심사는 오는 7일 데뷔하는 11인조 남자아이돌 '워너원'이다. 신인인 데다 군소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로 이뤄진 그룹인데 데뷔 앨범 선주문량이 50만 장을 넘겼다. 엑소나 방탄소년단 등 최정상급 아이돌만 가능한 수치다. 워너원은 데뷔와 동시에 2만석 고척돔에서 콘서트를 연다. 티켓은 오픈 1분 만에 매진됐다. 암표는 8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12년 데뷔 후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던 아이돌 '뉴이스트'는 최근 발매한 신곡이 멜론 등 각종 디지털음원 차트 10위 내에 올랐다. 군소 기획사 출신 연습생들이 모인 'JBJ'라는 아이돌그룹 제작에는 아이유가 소속된 대형기획사 로엔이 뛰어들었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케이블 엠넷의 경연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연자들이란 점이다. 주춤한 K팝과 가요계에 '101 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기획사도 '101 모델' 벤치마킹

올해 두 번째 시즌까지 방송된 '프로듀스 101'은 기획사 아이돌 연습생 101명을 모아 그중 11명을 선발해 데뷔시켜주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K처럼 심사위원이 있는 게 아니라, 100% 시청자 투표로 순위를 매겨 데뷔 여부를 결정한다. 시즌 1에 출연해 2위를 기록했던 김세정은 가수 데뷔는 물론 1년 만에 지상파 주중드라마 주연까지 꿰찼다. 1등이었던 전소미 역시 각종 예능에 고정 출연자로 나오는 중이다. 다른 멤버들 역시 솔로나 다른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연예기획사 소속 아이돌그룹 연습생 101명이 경쟁을 펼치는 ‘프로듀스 101’. 남자 연습생이 나온 시즌2에서 뽑혀 데뷔하는 ‘워너원’은 첫 앨범 선주문량만 50만 장을 넘길 정도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예기획사 소속 아이돌그룹 연습생 101명이 경쟁을 펼치는 ‘프로듀스 101’. 남자 연습생이 나온 시즌2에서 뽑혀 데뷔하는 ‘워너원’은 첫 앨범 선주문량만 50만 장을 넘길 정도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CJ E&M


프로듀스 시즌2까지 대박 조짐을 보이자 대형기획사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벤치마킹에 돌입했다. YG 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소속 연습생들끼리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1을 만들었던 한동철 PD가 YG로 이적해 이 프로그램 제작을 지휘하고 있다. KBS는 연예기획사들과 손잡고, 데뷔는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아이돌을 모아서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MBC 역시 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엠넷도 또 다른 경연 프로그램 '아이돌학교'를 내놓으며 자기 복제 중이다. 슈퍼스타K가 성공한 후 너도나도 비슷한 경연프로그램에 뛰어들던 것과 비슷한 일이 이번엔 '프로듀스 101'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벤처사업 된 아이돌 제작 돌파구 될까

케이블 엠넷의 새로운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
케이블 엠넷의 새로운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 /CJ E&M


성공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지상파에서 따라 하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연예기획사들까지 이에 호응하는 건 이례적이다.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은 출연자 대부분이 기획사 소속 연습생이거나 현역 가수라서 이들 협력이 없으면 제작이 불가능하다. '프로듀스 101' 시즌1도 일부 기획사들이 제작에 협조하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성공하자 기획사들 역시 180도 태도를 바꿔 너도나도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가요계에선 이런 '101 모델'의 장점을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방송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쌓는다. 경연은 대개 시청자 투표 방식이라 팬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다.

더 중요한 장점은 제작비를 아끼면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돌 시장의 경쟁이 거세지면서 아이돌 한 팀 제작비가 10억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게 되면 통상 한 달에 1억~2억원 정도 든다. 그중 성공하는 팀은 극히 일부다. 아이돌그룹 제작이 '모 아니면 도' 식의 벤처사업처럼 돼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듀스 101'처럼 여러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을 모은 뒤 그중에서 경쟁을 거쳐 선발한 팀을 만들면 기획사 입장에선 일종의 ' 조인트벤처(합작사업)'에 투자하는 셈이 된다. 워너원이나 JBJ같이 여러 소속사 출신이 모인 팀은 매니지먼트는 공동으로 하거나 외주에 맡기고 수익이 나면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아이돌 제작에 수억원을 날리는 것보다 워너원처럼 '될성부른 나무'에 지분을 가지고 수익을 가져가는 게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3/20170803000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