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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명감독도 줄세우는 '의상 마법사'… 단추 하나에도 리얼리티/영화·공연 의상감독 조상경
영국신사77
2017. 8. 3. 00:21
[Why] 명감독도 줄세우는 '의상 마법사'… 단추 하나에도 리얼리티
영화·공연 의상감독 조상경… 이번엔 뮤지컬 '아리랑'에 온힘

그녀와 작업하려면 박찬욱·김지운·최동훈·류승완 감독도 줄을 서야 한다. 여배우가 아니다. '아가씨' '밀정' '검사외전' '암살' '베테랑'의 패션을 책임진 조상경(45) 의상감독이다. 2002년 '피도 눈물도 없이'로 데뷔했다. 필모그래피를 나열해 보면 눈부시다.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 '친절한 금자씨' '괴물' '타짜'….
올여름 조상경 감독의 지문(指紋)은 스크린은 물론 무대에도 찍힌다. 그가 의상을 맡은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흥행 대결을 벌이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25일 뮤지컬 '아리랑'이 개막한다. 이달 초 경기 성남에 있는 스튜디오 '곰곰'을 찾아갔다. 문을 열자 의상 수백 벌이 시야를 압도했고 염료 냄새가 훅 끼쳤다. 도발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각자 알아서 입으면 되지 의상감독이 대체 왜 필요하냐고.
"배우는 자기밖에 못 봐요. 감독은 미감(美感)이 부족하거나 객관적인 제3의 눈이 필요하죠. 영화는 단추 하나까지 리얼리티가 있어야 합니다. 공연이라면 무대·의상·조명 등의 총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하고요. 이야기와 인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게 디자이너의 몫이죠."
올여름 조상경 감독의 지문(指紋)은 스크린은 물론 무대에도 찍힌다. 그가 의상을 맡은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흥행 대결을 벌이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25일 뮤지컬 '아리랑'이 개막한다. 이달 초 경기 성남에 있는 스튜디오 '곰곰'을 찾아갔다. 문을 열자 의상 수백 벌이 시야를 압도했고 염료 냄새가 훅 끼쳤다. 도발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각자 알아서 입으면 되지 의상감독이 대체 왜 필요하냐고.
"배우는 자기밖에 못 봐요. 감독은 미감(美感)이 부족하거나 객관적인 제3의 눈이 필요하죠. 영화는 단추 하나까지 리얼리티가 있어야 합니다. 공연이라면 무대·의상·조명 등의 총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하고요. 이야기와 인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게 디자이너의 몫이죠."
의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를 졸업한 조상경이 지난 15년 동안 지어낸 의상은 영화·드라마·공연을 통틀어 100여편에 이른다. 흥행 타율도 높은 편이다. 직원 30명을 두고 작업한다는 그녀는 "상업영화판을 쥐락펴락하는 건 제작자가 아니라 씁쓸하게도 투자자"라며 "경험 많고 의사소통이 잘 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저를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데뷔 전 20대 시절은 어땠나요?
"방황하는 백수였죠(웃음). 어릴 적부터 화가를 꿈꿨는데 재능이 보잘것없다는 걸 스물이 넘어서야 알았어요. 유학 포기하고 진로가 꺾이면서 '경험이나 쌓자'는 마음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감독들이 '시나리오와 인물 분석력이 탁월하다'고 칭찬합니다.
"직언하기 때문일 거예요. 완벽한 시나리오는 없잖아요. 이 대목은 재미없고 저 캐릭터는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가감 없이 얘기하는 성격이에요. 뮤지컬 '아리랑' 대본은 시적(詩的)이라서 애를 먹었는데 동양화처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의심을 많이 하나요?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게 말이 되나?' 따지면서 읽어요. 배우가 갑옷 입고 움직이는데 불편하다면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죠. 영화 '신과 함께'에는 저승 차사들이 나오니까 숯으로 염색해볼까 했는데 한 벌에 숯 한 포대가 드는 바람에 엎었어요. 저랑 생각이 다른 감독들도 있는데 전엔 내 맘대로 했다면 이젠 포기도 빠르고 타협도 잘해요(웃음)."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의 웨딩드레스 액션에 아이디어를 보탰다면서요?
"장면이 긴 데다 액션과 함께 총도 숨겨야 했어요. 부케나 가터벨트가 있다고 팁을 드리긴 했지만 최동훈 감독의 결정이죠. 얄밉게도 '조선마술사'처럼 제가 응원하는 영화는 잘 안 되더라고요. 애정을 주지 말아야겠어요."
―의상 구상부터 제작, 실제 촬영까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라면.
"질감도 중요하지만 배우가 최우선이에요. 의상이 배우에게 편하고 마음에 들어야죠. '군도'에서 조윤(강동원)처럼 이건 내 배역에 딱 맞는 옷이야, 믿어줄 때 제일 고마워요. 연기를 받쳐주면서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줘야 좋은 의상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를 졸업한 조상경이 지난 15년 동안 지어낸 의상은 영화·드라마·공연을 통틀어 100여편에 이른다. 흥행 타율도 높은 편이다. 직원 30명을 두고 작업한다는 그녀는 "상업영화판을 쥐락펴락하는 건 제작자가 아니라 씁쓸하게도 투자자"라며 "경험 많고 의사소통이 잘 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저를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데뷔 전 20대 시절은 어땠나요?
"방황하는 백수였죠(웃음). 어릴 적부터 화가를 꿈꿨는데 재능이 보잘것없다는 걸 스물이 넘어서야 알았어요. 유학 포기하고 진로가 꺾이면서 '경험이나 쌓자'는 마음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감독들이 '시나리오와 인물 분석력이 탁월하다'고 칭찬합니다.
"직언하기 때문일 거예요. 완벽한 시나리오는 없잖아요. 이 대목은 재미없고 저 캐릭터는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가감 없이 얘기하는 성격이에요. 뮤지컬 '아리랑' 대본은 시적(詩的)이라서 애를 먹었는데 동양화처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의심을 많이 하나요?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게 말이 되나?' 따지면서 읽어요. 배우가 갑옷 입고 움직이는데 불편하다면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죠. 영화 '신과 함께'에는 저승 차사들이 나오니까 숯으로 염색해볼까 했는데 한 벌에 숯 한 포대가 드는 바람에 엎었어요. 저랑 생각이 다른 감독들도 있는데 전엔 내 맘대로 했다면 이젠 포기도 빠르고 타협도 잘해요(웃음)."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의 웨딩드레스 액션에 아이디어를 보탰다면서요?
"장면이 긴 데다 액션과 함께 총도 숨겨야 했어요. 부케나 가터벨트가 있다고 팁을 드리긴 했지만 최동훈 감독의 결정이죠. 얄밉게도 '조선마술사'처럼 제가 응원하는 영화는 잘 안 되더라고요. 애정을 주지 말아야겠어요."
―의상 구상부터 제작, 실제 촬영까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라면.
"질감도 중요하지만 배우가 최우선이에요. 의상이 배우에게 편하고 마음에 들어야죠. '군도'에서 조윤(강동원)처럼 이건 내 배역에 딱 맞는 옷이야, 믿어줄 때 제일 고마워요. 연기를 받쳐주면서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줘야 좋은 의상입니다."
영화보다 공연 작업이 더 좋아
의상감독은 배우의 속살을 낱낱이 보는 직업이다. 이날도 한 유명 배우의 치수를 재고 가봉했다. 가장 괴롭힌 의상으로는 '고지전'의 군복과 '남한산성'의 갑옷을 꼽았다.
―'괴물'에서 송강호 추리닝도 직접 만들었죠.
"5000원짜리 추리닝을 종류별로 입혀봤는데 다 이상했어요. 기성복으로 안 되면 만들어야죠. 어떤 배역에 맞는 옷은 세상에 딱 한 벌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배기바지처럼 제작했어요. 옵션이 여러 벌이길 바라는 감독들과는 제가 잘 안 맞아요."
―어떤 터닝포인트가 있었나요?
"'올드보이' '모던보이' '고지전' '후궁'이 작업 태도를 바꾸게 한 작품들이에요. '고지전'의 경우 첫 전쟁영화였는데 참전용사들을 만나면서 기억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경력이 짧았을 땐 정답을 찾으려 했는데 이젠 촬영·미술과의 밸런스 조절에 집중합니다. 장면마다 옷으로 잔상을 남기려는 욕심은 버렸어요."
―마감이 있는 직업은 스트레스가 심하죠.
"일이 몰릴 때 더 차분해지는 성격이에요. 둔감력이 좋달까. 죄송한 얘기지만 요즘 시나리오들은 다 비슷해서 재미가 없어요. 자기 불안을 노출하는 감독이 제일 싫고요. 물론 까다롭지도 예민하지도 않다면 그런 작업 못하겠지만요."
―영화와 공연,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영화는 잔인해요. 무르익지 않은 생각, 실수까지 영원히 보존되니까. 공연은 현장성이 좋 고 사라지고 기억에만 남는 게 매력이죠. 들어가는 공력으로 보면 공연 의상이 더 까다로워요. '아리랑'은 대극장 공연이라 두렵게 임했어요."
―배우 오만석씨가 2014년 대종상 의상상 트로피를 대리 수상했었죠(오만석은 그의 전 남편이다).
"이혼했지만 친구처럼 지내요. 중3 된 딸이 '엄마·아빠는 언제 철들 거냐'며 잔소리를 해요(웃음). 서로 응원해줘야죠."
의상감독은 배우의 속살을 낱낱이 보는 직업이다. 이날도 한 유명 배우의 치수를 재고 가봉했다. 가장 괴롭힌 의상으로는 '고지전'의 군복과 '남한산성'의 갑옷을 꼽았다.
―'괴물'에서 송강호 추리닝도 직접 만들었죠.
"5000원짜리 추리닝을 종류별로 입혀봤는데 다 이상했어요. 기성복으로 안 되면 만들어야죠. 어떤 배역에 맞는 옷은 세상에 딱 한 벌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배기바지처럼 제작했어요. 옵션이 여러 벌이길 바라는 감독들과는 제가 잘 안 맞아요."
―어떤 터닝포인트가 있었나요?
"'올드보이' '모던보이' '고지전' '후궁'이 작업 태도를 바꾸게 한 작품들이에요. '고지전'의 경우 첫 전쟁영화였는데 참전용사들을 만나면서 기억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경력이 짧았을 땐 정답을 찾으려 했는데 이젠 촬영·미술과의 밸런스 조절에 집중합니다. 장면마다 옷으로 잔상을 남기려는 욕심은 버렸어요."
―마감이 있는 직업은 스트레스가 심하죠.
"일이 몰릴 때 더 차분해지는 성격이에요. 둔감력이 좋달까. 죄송한 얘기지만 요즘 시나리오들은 다 비슷해서 재미가 없어요. 자기 불안을 노출하는 감독이 제일 싫고요. 물론 까다롭지도 예민하지도 않다면 그런 작업 못하겠지만요."
―영화와 공연,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영화는 잔인해요. 무르익지 않은 생각, 실수까지 영원히 보존되니까. 공연은 현장성이 좋
―배우 오만석씨가 2014년 대종상 의상상 트로피를 대리 수상했었죠(오만석은 그의 전 남편이다).
"이혼했지만 친구처럼 지내요. 중3 된 딸이 '엄마·아빠는 언제 철들 거냐'며 잔소리를 해요(웃음). 서로 응원해줘야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1/201707210159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