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남아도는 전기는 괜찮은 걸까
[데스크에서] 남아도는 전기는 괜찮은 걸까
입력 : 2017.06.15 03:13

전기가 남아돈다. 언제는 모자란다고 난리 치더니 이젠 발전소 태반이 놀고 있다. 6월 들어 전체 발전소 중 절반이 개점휴업 중이다. 발전소 전체 용량이 111GW인데 6월 전기 소비량은 54~68GW. 남은 43~57GW, 비율로 따지면 38~51% 발전소가 유휴시설로 전락했다. 역대급 유휴율이다. 4월에는 유휴율이 60%를 넘어 신기록을 세웠다.
'9·15'는 전력산업 관계자들에겐 '9·11'만큼 아찔한 숫자다. 2011년 그날 전력 당국은 '가을이니 괜찮겠지'라고 상당수 발전소를 '출전 명단'에서 뺐다가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에 전기 사용량이 급증, 일부 주택단지 전기를 강제로 끊는 고육책을 써야 했다. 이른바 '순환정전' 사태. '블랙아웃(대정전)' 직전 상황이었다.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 뒤 전력산업 관계자들은 발전소 증설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1년 76GW이던 발전소 용량은 올해 111GW까지 늘었고, 2029년엔 133GW까지 증가한다. 그런데 의문은 이게 과연 적정한가 하는 데 있다. 업계에선 1GW 늘리는 데 1조원쯤 든다고 본다. 2010년 이후 30조원 이상 들여 발전소를 늘린 셈이고 앞으로 22조원을 더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밥이건 전기건 모자라면 악몽이지만 남는 걸 딱히 시비 걸긴 어렵다. 하지만 너무 많이 남으면 곤란하다. 세금으로 짓는 발전소가 할 일 없이 놀고 있다면 그건 주먹구구 계획의 산물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용객 없는 체육시설이나 적자투성이 경전철과 다를 게 없다.

사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오랫동안 국민 불만이 끓어올랐는데도 산자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발전소 증설만큼은 필사적이었다. 산자부 내에선 "누진제 때문에 장관이 물러날 일은 없지만 '블랙아웃'이 터지면 장관이 잘린다"는 말까지 유행했다. 진작에 그런 노력을 누진제 개편에도 쏟아줬다면 국민 불편이 한결 줄어들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4/20170614034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