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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메시"-정리·정돈하지 말라, 창조적 혁신 원한다면
영국신사77
2017. 1. 8. 21:59
정리·정돈하지 말라, 창조적 혁신 원한다면

메시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위즈덤하우스
448쪽, 1만6800원
‘혼돈과 무질서’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정리정돈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색다른 경고를 한다. 저자는 전세계 30개국에서 출간된 『경제학 콘서트 』를 썼던 경제 칼럼니스트다.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위즈덤하우스
448쪽, 1만6800원
‘혼돈과 무질서’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정리정돈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색다른 경고를 한다. 저자는 전세계 30개국에서 출간된 『경제학 콘서트 』를 썼던 경제 칼럼니스트다.
그는 혼란스럽고 엉망진창인 상태를 뜻하는 ‘메시(messy)’를
“창조적 혁신과 회복탄력성을 이끌어내는 키워드”로 봤다.
그에 따르면 잘 쓰인 원고를 그대로 읽는 연설은 청중을 열광시키지 못하고,
깔끔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쉽게 무기력과 의욕 저하를 느낀다.
또 책상에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 놓고 일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고,
표준화된 놀이터보다 버려진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사고를 훨씬 덜 당한다.
책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들을 보여준다.
혼돈·무질서의 가장 큰 효용은 창의성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챌런 네메스와 줄리안 콴의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두 명씩 짝을 지어 파란색과 초록색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그것이 무슨 색인지 묻고 답하게 한 실험이었다. 두 명 중 한 명은 실험 도우미로, 거꾸로 대답해 피실험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피실험자가 혼란을 느낄 때쯤 색깔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아무것이나 말해보라고 했다. 평소 파란색에서 ‘하늘’ ‘바다’ 등을 떠올렸던 피실험자들이 ‘재즈’ ‘불꽃’ ‘슬픔’ ‘피카소’ 등 훨씬 독창적인 단어들을 내놨다. 실험과정의 산만함이 갇혀있던 창의성을 끌어낸 것이다.
혼돈·무질서의 가장 큰 효용은 창의성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챌런 네메스와 줄리안 콴의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두 명씩 짝을 지어 파란색과 초록색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그것이 무슨 색인지 묻고 답하게 한 실험이었다. 두 명 중 한 명은 실험 도우미로, 거꾸로 대답해 피실험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피실험자가 혼란을 느낄 때쯤 색깔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아무것이나 말해보라고 했다. 평소 파란색에서 ‘하늘’ ‘바다’ 등을 떠올렸던 피실험자들이 ‘재즈’ ‘불꽃’ ‘슬픔’ ‘피카소’ 등 훨씬 독창적인 단어들을 내놨다. 실험과정의 산만함이 갇혀있던 창의성을 끌어낸 것이다.

어질러진 사무실 환경이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사실은 자율성·결정권과 관계된 문제이기도 하다. ‘스웨터를 의자등받이에 걸쳐두지 말라’ ‘캐비넷 위에 장식품을 올려놓아서는 안된다’ 따위의 규정에 따라 한 치 어긋남 없이 정리된 사무실은 근로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저자는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간을 통제한다고 느낄 때 활력을 느낀다”고 했다.
질서와 규칙을 깨는 즉흥성·의외성은 기계가 따라오지 못할 인간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영국의 통신회사 O2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2012년 O2에 24시간 이상 지속된 접속장애가 발생했을 때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밀려들었다. O2의 소셜미디어팀은 표준절차에 따라 대응했다. ‘서비스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로 시작되는 모범답안을 빠르게 복사·붙이기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라는 직원은 이런 방식으론 고객들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니 엄마한테 욕을 퍼부어도 사과만 하면 되겠지?”란 고객의 글에 “어머니는 그런 욕에 신경 쓰지 않으실 것입니다”란 답을 쓰는 식의 즉흥적인 대응을 했다. 효과는 컸다. O2가 인간적인 브랜드로 부상하면서, O2의 처지를 동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토록 귀한 무질서의 가치가 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명쾌하다.
질서와 규칙을 깨는 즉흥성·의외성은 기계가 따라오지 못할 인간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영국의 통신회사 O2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2012년 O2에 24시간 이상 지속된 접속장애가 발생했을 때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밀려들었다. O2의 소셜미디어팀은 표준절차에 따라 대응했다. ‘서비스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로 시작되는 모범답안을 빠르게 복사·붙이기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라는 직원은 이런 방식으론 고객들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니 엄마한테 욕을 퍼부어도 사과만 하면 되겠지?”란 고객의 글에 “어머니는 그런 욕에 신경 쓰지 않으실 것입니다”란 답을 쓰는 식의 즉흥적인 대응을 했다. 효과는 컸다. O2가 인간적인 브랜드로 부상하면서, O2의 처지를 동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토록 귀한 무질서의 가치가 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명쾌하다.
“우리가 꿈꾸는 성공은 대개 혼란과 무질서라는 토대에서 세워진다.
하지만 성공 이후에는 모든 혼란과 무질서가 사라지고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만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가 잘 알기 어려울 뿐이다.”(11쪽)
[S BOX] 무질서 속의 정돈 원하면…자주 쓰는 건 왼쪽이나 맨 위로
종이문서를 깔끔하게 정리하겠다며
날짜·주제 등에 따라 분류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일본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의 정리법이 훨씬 효율적이다.
일본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의 정리법이 훨씬 효율적이다.
노구치 시스템에는 범주화가 없다.
서류가 생기면 봉투에 넣은 뒤
봉투 가장자리에 무슨 서류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이름을 쓴 다음
책꽂이에 꽂아놓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사용한 서류는 반드시 책꽂이의 왼쪽 끝에 꽂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 사용하는 문서는 왼쪽으로 이동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 사용하는 문서는 왼쪽으로 이동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문서들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가끔씩 오른쪽에 몰려있는 서류들을 치우기만 하면 정리는 끝이다.
이는 책 『완전한 혼란, 무질서의 숨겨진 이득』에서
이는 책 『완전한 혼란, 무질서의 숨겨진 이득』에서
제시한 ‘쌓아두기’ 법과도 비슷하다.
책상 위에 서류뭉치를 쌓아두고, 사용한 서류를 맨 위에 올려놓는 방법이다.
서류를 꺼낼 때마다 서류뭉치의 맨 위가 바뀌고,
사용하지 않는 서류들은 점차 밑으로 내려간다.
언뜻 보기엔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유용한 것을 선별해 위로 끌어올려 놓는 실용적인 시스템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