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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대 걸어다니는 광고판… 중국 파워블로거 '왕훙 경제'
영국신사77
2017. 1. 4. 22:32
입력 : 2017.01.04 03:01 | 수정 : 2017.01.04 08:12
[중국판 '셀럽 경제']
- 패션·화장품·여행·IT까지 섭렵
인터넷 방송 1분에 10만명 몰려잘
나가는 '왕훙' 1년 수입은 中 국민 배우 판빙빙의 2배 넘어
- 전문 인큐베이팅 기획사까지
10~20代 '주링허우' 세대 60% 장래희망으로 왕훙 꼽아
연예인처럼 화술·몸매 관리도
- ▲ 이준우 베이징 특파원
알리바바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왕훙(網紅)'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웠다. 왕훙은 중국 인터넷상의 유명 인사를 가리키는 '왕뤄훙런(網絡紅人)'을 줄인 말로, 한국의 유명 인터넷 방송 진행자(BJ)·파워블로거와 비슷한 개념이다. 왕훙은 인터넷 개인 방송을 통해 주로 미용·패션 분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네티즌 팬을 거느리고 있다. 왕훙이 방송에 입고 나오는 옷, 사용하는 화장품들은 엄청난 인기를 끈다. 왕훙이 진행하는 인터넷 개인 방송은 1분 만에 10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모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왕훙은 기업들에 최고의 광고 모델로 꼽힌다. 일부 왕훙은 온라인상에 직접 쇼핑몰을 내고 자기 제품을 인터넷 방송에서 직접 광고하기도 한다.
알리바바는 지난 광군제 행사에 왕훙 16명을 고용하며, 이들이 출연한 인터넷 광고 방송을 300편 이상 내보냈다. 중국 최고의 인기 왕훙으로 꼽히는 파피장(papi醬·30)은 행사 당일 화장품 브랜드 '릴리 앤드 뷰티'의 인터넷 생방송 판매를 맡으며 10억위안(약 1730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체 알리바바 매출의 120분의 1 정도를 왕훙 1인이 벌어들인 것이다. 알리바바가 광군제 행사에 파피장을 고용하며 지불한 액수는 2200만위안(약 38억원)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떠오르는 인터넷 스타 왕훙… '왕훙 경제' 등장
2015년부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5분 내외의 유머 동영상을 올리며 인기를 얻기 시작한 파피장은 1년 만에 21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끌어모으며, 중국 경제의 파워 스타로 떠올랐다. 현재 파피장의 몸값은 3억위안(약 518억원)으로 평가된다. 잡지 모델과 온라인쇼핑몰 모델로 활동했던 장다이(張大奕·30)도 인기 왕훙으로 꼽힌다. 2014년부터 타오바오몰에서 화장품과 의류를 팔고 있는 장씨는 2015년 매출액 3억위안(약 518억원)을 기록하며 타오바오 내 패션 쇼핑몰 중 매출액 2위에 올랐다. 5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장씨가 그해 벌어들인 수입은 중국의 '국민 여배우'라 불리는 판빙빙의 수입(약 25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 지난해 11월 11일 중국에서 열린 광군제 행사에서 중국의 유명‘왕훙(網紅·인터넷 유명 인사)’인 파피장(가운데)이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화장품 판매 광고를 하고 있다. 이날 파피장이 올린 매출은 10억위안(약 1730억원)에 달했다. /인민망
◇급성장하는 '왕훙 경제'… 내년까지 17조원 규모로 성장 예상
중국 시장조사 기관인 애널리시스는 2016년 왕훙 경제의 규모를 528억위안(약 9조1200억원)으로 추산했다. 2018년 전망치는 1016억위안(약 17조5000억원)으로 2015년부터 3년간 연평균 6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투자은행 궈타이쥔안 증권은 왕훙 경제가 의류 분야에서만 2016년 1000억위안(17조28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중국 온라인 의류 쇼핑시장 전체의 6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주링허우(九零後)' 세대가 경제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도 왕훙 경제 성장의 원인으로 꼽힌다. 주링허우 세대들은 그 위 세대들보다 훨씬 PC와 스마트폰에 친숙하며 SNS를 통해 정보와 취향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하다.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주링허우는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전통적 광고보다는 지인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의 추천을 참고하는 소비 경향을 보이는데, 왕훙은 이런 주링허우 세대의 특성을 파고들었다는 평이다. 주링허우 세대 중 60% 이상이 왕훙이 되는 것을 꿈꾼다는 텐센트 빅데이터 분석도 있었다.
◇패션에서 여행·IT까지… 전문 인큐베이팅 기획사도 등장
왕훙이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최근엔 패션뿐 아니라 여행·IT· 온라인 게임 분야 등으로 왕훙 경제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취날은 지난해 5월 중국의 유명 관광지 8곳에 왕훙 10명을 보내 이들이 현지 관광지를 소개하는 내용의 인터넷 생방송을 내보냈다. 3시간씩 총 16차례 진행된 생방송의 시청자 수는 총 1000만명에 달했다. 왕훙을 모셔오는 비용도 인기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베이징만보에 따르면 기업체가 왕훙을 한 번 섭외하는 비용은 항공권과 숙박비를 제외하고 최저 1만위안(약 172만원)이다. 인기 왕훙의 경우 10만위안이 넘는다.
최근 중국에선 왕훙을 대규모로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큐베이팅 기획사까지 등장했다. BBC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퍼져있는 왕훙 인큐베이팅 기획사는 50여개에 이른다. 이들은 연예기획사가 연예인을 발굴하듯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 왕훙을 선발한 뒤 몇 달간의 합숙 훈련을 통해 화술과 메이크업, 몸매 관리 등을 집중 교육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발된 왕훙에겐 전용 코디네이터와 촬영 기사가 붙으며, 이들은 기획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총 판매액의 20% 정도를 수입으로 받는다.
입력 : 2017.01.04 03:01 | 수정 : 2017.01.04 08:13
화장품업계·면세점·지자체까지
왕훙(網紅) 경제의 등장은 국내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왕훙이 홍보한 제품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국내 기업 간에 왕훙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내 TV나 인터넷 포털 광고를 제작하는 것보다 왕훙을 통해 SNS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편이 저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이 가운데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왕훙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화장품에 부과하는 소비세를 줄인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더욱 왕훙 마케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8~9일 이틀간 서울 콘래드 호텔 등에서 '뷰티위크 2016'을 열고 왕훙과 한국의 파워블로거 20여 명을 초청해 메이크업 비법 등을 전수하는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 메이파이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송됐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도 작년 4월 왕훙 5명을 초청해 화장품 시연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왕훙들이 자신의 SNS에 올린 시연회 관련 게시물은 총 2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유커(遊客)를 잡으려는 면세점 업체들도 왕훙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갤러리아 면세점은 작년 10월 일주일간 왕훙들을 초청해 자사 매장을 체험하게 하는 홍보행사를 했다. 왕훙들이 행사 기간 SNS에 올린 관련 콘텐츠들은 총 조회 수 1300만 건을 기록했다. 신라 면세점과 신세계 면세점 또한 왕훙 관련 홍보 행사를 점차 늘리고 있다.
최근엔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홍보에 왕훙 마케팅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작년 10월 열린 '서울 패션위크'에 패션 전문 왕훙 2명을 초청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서울을 찾은 왕훙들은 웨이보를 통해 서울패션위크 패션쇼 무대와 동대문 새벽시장을 생중계했다. 서울시는 작년 5월과 8월에 왕훙을 초청해 신사동 가로수길 홍보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 밖에 대구광역시와 강원도, 전라북도가 지난해 왕훙을 초청해 지역 명소를 중국인들에게 홍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