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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번방의 선물’ 각색한 유영아 작가 “실패 연속 작가의 길, 길 알려달라 하나님께 따졌죠”

영국신사77 2016. 12. 3. 23:39

영화 ‘7번방의 선물’ 각색한 유영아 작가 “실패 연속 작가의 길, 길 알려달라 하나님께 따졌죠”

입력 : 2013-03-03 17:35
영화 ‘7번방의 선물’ 각색한  유영아 작가 “실패 연속 작가의 길, 길 알려달라 하나님께 따졌죠” 기사의 사진

잘나가는 영화에는 종종 ‘각색의 힘’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한다. 
3일 현재 관객 수 1100만명을 넘기면서 ‘해운대’를 제치고 
한국영화 역대 흥행 6위에 오른 영화 ‘7번방의 선물’(이하 7번방)에도 
“각색이 최고였다”는 평이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작품의 각색은 유영아(39·한천감리교회) 작가 솜씨다. 
그는 ‘기도의 힘’으로 작가의 길에 접어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서울 합정동 작업실에서 유 작가를 만났다.

영화 흥행에 대한 소감을 묻자 “얼떨떨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직접 각본을 쓴 영화 ‘웨딩드레스’나 ‘코리아’를 비롯해 
드라마 등 10여편의 작품을 작업하면서도 
이만한 호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유 작가는 2년 전쯤 이환경 감독으로부터 이 영화의 각본 초고를 처음 받아들었다. 
주인공이 가난한 트럭 운전사였다. 
“트럭 운전사라는 직업이 비슷한 류의 다른 영화들과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적 장애인으로 바꿨지요.” 

영화의 핵심인 주인공 캐릭터를 바꾼 데 이어 
127분의 러닝타임 중 가장 감동적인 시퀀스(이야기덩어리)로 꼽히는 장면, 
즉 ‘바보 아빠’인 주인공이 사형장으로 향하기 전에 
하나뿐인 딸과 이별을 하는 장면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강자나 약자, 누구에게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는 걸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가 작가 세계에 본격 입문한 지 올해로 12년째. 
대학시절부터 충무로 시나리오 학원을 다니면서 
작가의 길에 발을 들여놓으려 발버둥쳤지만 
30대 초반까지 번번이 미끄러졌다. 

“너무 화가 나서 하나님께 따졌죠. 도대체 제가 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이냐고요.” 
2004년 초쯤 주일 예배에서 ‘솔로몬의 1000번제’를 제목으로 한 설교를 듣고 나서 
그는 신앙인 ‘유영아’를 되돌아봤다. 

‘나에게도 솔로몬처럼 하나님의 뜻을 간절히 물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때부터 1000일을 작정하고 
매일 말씀 묵상과 기도로 큐티(경건회)를 하기 시작했어요.”

2년쯤 지났을까. 
영화 ‘바우더기’ 시나리오 공모전에 참가해 장려상을 받은데 이어 
드라마 ‘태왕사신기’ 보조 작가를 거치면서 
어느새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나를 알아주는구나’ 하는 순간 
다시 밑바닥으로 향했다. 
“제가 교만했던 거죠.”  

7번방이 개봉된 이래 그를 찾는 이들이 다시 많아졌다.
 “이제 더 이상 ‘나 잘났어요’가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의 음성을 잘 분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는 요즘 책임감 내지는 부담감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제가 하는 일이 무척 상업적이에요. 
그래서 기독교적 영화나 작품만을 다룰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일해서
 ‘저렇게 멋진 작품을 만든 사람이 그리스도인이었구나’ 하고 
칭찬받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신앙인이 되고 싶어요.”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