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코리아뉴스] 탁계석 음악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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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의 진솔한 삶의 표현, 다양성의 프로그램으로
베토벤의 얼굴을 보면 영낙없는 심오한 철학자의 모습이다. 반면 아마데우스 영화의 모차르트는 악동(惡童)이요 천진난만한 개구쟁이다. 그래서 베토벤은 음악사에 교과서를 만들었고, 모차르트는 꽃밭의 천국(天國)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작곡가는 자기의 삶과 생각, 철학을 반영해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적 작품을 내 놓는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분신(分身)이요 비록 육체는 사라져도 작품은 영원불멸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작곡가 김은혜는 소담스러운 성품의 작곡가다. 꾸밈이 없고, 과장이 없으며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력을 보이는 성격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필자와도 오페라 ‘도깨비 동물원’을 비롯해 가곡 송인(送人) 등을 작업하면서 그의 은근한 작품성에 가까워 진듯하다
그러다 보니 그가 잘 쓸 수 있는 야구로 말하자면 인코너에 들어 갈 수 있는 작품 성향을 찾다가 고전(古典) 작품을 재해석한 곡들을 쓰게 되었는데 이번에 모두 5곡이나 발표하는 비중(比重)을 갖게 되었다.
사실 그는 작곡밖에 모르는 작곡가인 듯 싶다. 그래서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김 작곡가를 대신하여 이번 창작 발표회가 가곡이 주는 매력과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졌다.
음악학자 손민정에 의하면, 김은혜 작곡가는 ‘아마추어 테너였던 아버지의 노랫소리에서 음악을 느끼고,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가야금을 익히면서 음악을 배웠으며, 음악학을 통해서 음악을 생각해 온 작곡가 김은혜는 자신의 음악세계를 특정한 용어나 카테고리로 구분 지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듣는 이가 누가 되었든 그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음악언어를 가다듬어갈 뿐이다’ 라고 서술하고 있다.
우선 프로그램 구성이 다양하고 출연자의 면면도 작품을 잘 소화해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여성작곡가 사전(辭典)을 만든 미국인 E.Hn. 존 로비슨이 잉글리시 호른으로 우리 가곡에 참여하는 이색적인 순서도 눈에 띈다.
김 작곡가의 주된 관심사가 “한국적 요소와 서양의 요소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있다.” 고 하니 필자의 K-클래식과도 일치한다. 콘서트에는 ‘정다운 노래’, ‘그리운 노래’, ‘옛 시인의 노래’ 등으로 나뉘고 손민정의 해설이 붙어 청중과의 소통도 더욱 원활해질 것 같다.
그 어느 때 보다 혼돈스러운 사회의 모습이지만 바른 정신의 뿌리와 내면을 가꾸려는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가곡은 우리 일상(日常)의 샘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필자도 콘서트 장에서 처음 듣게 되는 초연 작품들에 설레이는 마음이다.
노래는 가슴을 흐르는 강물, 마르지 않아야 윤택한 삶
출연진인 소프라노 최주희, 메조소프라노 황혜재, 바리톤 송기창, 바리톤 한규원, 피아노 홍청의, 첼로 어철민, 잉글리쉬 호른 존 로비슨, 해설 박윤경에 응원을 보내며 많은 관객들이 우리 가곡에 애정이 묻어나는 발길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노래는 가슴을 흐르는 강물이다. 팍팍한 삶에 정서(情緖)가 흐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작곡가에 대한 감사가 그래서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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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음악평론가/웰빙코리아뉴스(www.wbkn.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