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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와전문가·심리상담사·자원봉사자… ‘경주 아픔’ 보듬는 따뜻한 손길

영국신사77 2016. 9. 27. 16:26

[르포] 기와전문가·심리상담사·자원봉사자… ‘경주 아픔’ 보듬는 따뜻한 손길

“작은 기술이지만 돕고 싶어요” 전남 거주 와공 이틀째 구슬땀

입력 : 2016-09-26 00:00

 

[르포] 기와전문가·심리상담사·자원봉사자…   ‘경주 아픔’ 보듬는 따뜻한 손길 기사의 사진
경북 경주시 선도동 마을에 25일 지진피해 복구 자원봉사를 나온 한규석씨가 보수작업이 진행 중인 기와지붕을 가리키고 있다. 전남 영암군에서 23년 동안 와공(기와전문가) 일을 한 한씨는 이틀째 경주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작은 기술이지만 경주 지진 피해 주민들을 돕고 싶어 왔습니다. 경주의 아픔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강진과 계속된 여진으로 피해를 입은 경주 선도동 한 마을에서 25일 기와지붕을 수리하고 있던 한규석(53)씨를 만날 수 있었다. 한씨는 기와지붕을 수리하느라 옷에 진흙을 잔뜩 묻힌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씨는 경주 사람이 아니다. 23년 동안 와공(기와전문가) 일을 한 한씨는 전남 영암군에서 경주 지진 피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24일 경주를 찾았다. 

한씨는 “전남도에서 경주 피해 지원을 할 와공을 모집한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자원했다”며 “경주 지진 피해가 걱정도 되고 와공 기술로 좋은 일도 하고 싶어 자원했다”고 밝혔다. 

이들 와공 자원봉사자들은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와공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와공 자원봉사자들은 기초생활수급자나 홀몸노인 주택을 중심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주에서는 주택피해 4400여건 중 2000여건이 기와 파손 등 한옥 피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씨를 돕고 있던 서준호(52)씨는 부산에서 왔다. 외삼촌 집의 기와지붕이 부서졌다는 소식을 듣고 휴일을 이용해 올라온 것이다. 서씨는 와공 기술이 없어 마당 한쪽에서 지붕 수리에 쓸 진흙을 둥근 모양으로 빚고 있었다. 이날 외삼촌 집에서 한씨를 처음 만난 서씨는 감사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서씨는 “외삼촌 집이 걱정돼 휴일을 이용해 경주를 찾았다”며 “한규석씨 같은 분들이 도와주러 오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주시에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이들 같은 자원봉사자들이 ‘경주의 아픔’을 보듬고 있는 것이다. 

이날 황남동과 선도동, 내남면 등 3개 면·동에 와공 3명이 투입됐다. 건천읍, 안강읍, 보덕동에는 경주시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 경북도정신건강증진센터, 국립부곡병원에서 파견된 심리상담 인력 18명(3팀)이 투입되는 등 모두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을 도왔다. 

안강읍에서 상담을 한 경북도 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보건전문요원 신현명(31)씨는 집이 대구지만 휴일을 반납하고 상담을 위해 경주를 찾았다. 신씨는 “여진이 잦아들면서 상담 받는 주민이 조금 줄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이 지진으로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상담을 통해서 주민들이 안정을 찾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24일 강진 괴담을 불식하고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내남면 부지1리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지진 피해의 신속한 복구를 염원하는 도움의 손길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경북도회의 기와 7000장 기증을 시작으로 건설협회, 대학교, 기업체, 경북 시장군수협의회 등 기관·단체에서 7만7000여장의 기와를 기증했다. 충남 서산시, 경북 구미시 직원들을 포함해 청호나이스 등 전국에서 2억5000여억원의 성금을 보내왔다. 전국재해구호협회로 통장으로 모금된 성금은 경주 피해 복구 등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합동조사반의 지진 피해 조사 결과 경북 경주, 영천, 포항에서 모두 5200여건의 피해가 있었고, 피해액은 102억여원으로 집계됐다.

강진으로 흔들렸던 경주가 이름 없는 봉사자들의 지원으로 서서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경주=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