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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수목장림을 가다] 자연 친화적 장례문화, 민간이 이끈다 / 하늘소풍·로뎀파크수목장 르포

영국신사77 2016. 8. 6. 16:35

[민간 수목장림을 가다] 자연 친화적 장례문화, 민간이 이끈다

하늘소풍·로뎀파크수목장 르포

입력 : 2016-06-22 19:29
[민간 수목장림을 가다] 자연 친화적 장례문화, 민간이 이끈다 기사의 사진
친환경적인 장례문화인 수목장이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종교단체·법인 등이 조성한 사설 수목장이 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 불곡산에 위치한 양주 하늘소풍수목장(위쪽 사진)과 용인 로뎀파크수목장 전경. ㈔한국수목장협회 제공


지난 16일 서울에서 차를 타고 양주 쪽으로 30분쯤 가다보니 ‘하늘소풍수목장이 진짜 무릉도원이라네’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소나무와 안개가 어우러지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이곳은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거니는 듯 몽환적이고 신비롭다. 

경기도 양주시 불곡산(해발 470m) 자락에 위치한 양주 하늘소풍수목장을 가는 길은 자연으로 가는 첫 여정이었다. 하늘소풍수목장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불곡산을 마주 보고 있다. 울창한 수목이 있고 철 따라 아름다운 꽃과 붉게 물드는 단풍나무가 ‘나만의 작은 정원’이 되어준다. 

수목장은 고인을 화장한 후 추모목 뿌리에 묻는 방법으로 산림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나무를 심는 친환경적인 장례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후손들에게 자연을 되돌려 준다는 의미가 있다. 수목장은 흙과 분해가 되는 생분해성 재질의 유골함을 쓰고 있다. 유골함은 땅속에 묻혔을 때 석회성분이 토양의 산성화를 막고 추모목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 유약이 발라진 유골함은 사용할 수 없다. 취사나 제사 음식 반입도 할 수 없다. 자연훼손이 없고 나무의 성장을 통해 고인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수목장을 둘러보면 관리가 까다로운 이유를 알 수 있다. 성인 남자 허벅지 굵기 정도의 추모목들이 즐비하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이곳의 추모목은 소나무, 자작나무, 이팝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있다. 경사가 급한 곳이나 침수 우려가 있는 곳에는 추모목이 없다. 1만㎡ 부지에 수목장·잔디장 등에 1500기 안치가 가능하다.

용인 로뎀파크수목장은 ‘진천에서 살다가 죽어서는 용인에서 제사 지내라’는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처럼 예로부터 명당으로 꼽히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하고 있다. 용인 IC에서 5분 거리라서 수도권 접근성이 좋다.

로뎀파크에 들어서면 ‘아버지, 당신은 진정한 거목이었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었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혐오시설이 전혀 없는 수목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유족들이 언제라도 편안하게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사설 전문 수목장이다. 향나무, 소나무, 주목나무 등을 추모목으로 분양하고 있다. 줄기나 가지를 보기 좋게 가꾼 분재도 추모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근에 분묘나 납골시설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추모목 밑에는 고인을 기리는 비석이나 묘비가 설치된다. 로뎀파크는 3만9000㎡ 규모로 5000여 가족묘를 안치할 수 있다. 

전국의 묘지 면적은 국토의 1%인 10만㏊로 전국 주택면적의 절반으로 이미 포화상태이고 2014년 전국의 화장률은 79.2%로 10년 전보다 30% 포인트 정도 증가했다. 핵가족화와 저출산으로 장례문화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 선진화되면서 자연 친화적인 장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목장이다. 주검을 화장한 후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자연 친화적 장례 방식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례문화이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의 유럽국가에서는 ‘자연장’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널리 행해지고 있다.

국내에는 2008년 수목장이 도입됐다. 자연 친화적이고 납골당에 안치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적어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잔디밭에 화장한 유골을 묻는 잔디장도 선호하고 있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수목장림은 국·공립 3곳, 사설 50곳 등 53곳이 운영되고 있다. 종교단체나 법인 등이 조성한 일부 사설 수목장의 경우 허가지역 이외에 구역에 불법으로 안치하거나 문·종중 수목장림을 조성해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등 편법·불법 운영에 따른 피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사설 전문 수목장 업체들은 수목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6월 ㈔한국수목장협회(이사장 권중진)를 설립했다. 산림청이 맡아 관리하는 수목장협회는 일부 사설 수목장림의 불법·부실 운영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수목장협회는 무허가나 사후 관리 부실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수목장을 회원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 8곳만 회원사를 두고 있는 이유다. 회원사 8곳은 모두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통과한 모범적인 수목장으로 꼽히고 있다.

수목장협회는 국내 수목장의 건전한 조성·운영·관리를 위한 지도와 지원, 수목장 내 병충해 방제·산불방지 계도, 사회취약계층 무료 안치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수목장협회 홍만식(55) 상임이사는 “수목장은 고인이 자연과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의 정신을 갖고 있다”며 “수목장은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 꼭 필요한 장례제도”라고 설명했다. 홍 이사는 “수목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원사업 확대와 규제 완화, 기술지도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불법 수목장림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처벌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국수목장협회 권중진 이사장 
“수목장림 규제 완화 정부 지원 확대 필요”
 

“수목장은 가장 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장례 문화입니다.” 

㈔한국수목장협회 권중진(58·사진) 이사장은 22일 국민일보와 만나 “부실 수목장림의 근절과 건전한 수목장림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이사장은 “우리 곁에 늘 함께하는 숲은 경제적 자원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묘지로 황폐해져 가는 소중한 산림자원을 보호하고 지속적이고 선진화된 장례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목장협회는 한국형 수목장 장례문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법규 정비, 실태 파악 등을 통해 수목장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에서 수목장은 2004년 김장수 고려대 명예교수의 장례식이 수목장으로 치러지면서 주목을 받았고 정부와 지자체 등이 수목장림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장묘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도입과 정착 단계에서 발생한 시행착오와 문제들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수목장은 기피 시설로 여겨져 지역 주민과의 마찰과 사설의 경우 숲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다.

영리 목적의 수목장은 종교단체나 재단법인이 시장·군수 등의 허가를 받아 설립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주민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다. 종교단체의 조성 면적은 4만㎡ 미만이고, 법인은 5만㎡이상이다.

상수도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씨앗을 생산하는 채종림, 특별산림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구역 등은 설치가 제한된다.  

권 이사장은 “마을 주민들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발전기금을 요구하고 있어 인·허가에 어려움 많다”며 “수목장림 조성 면적을 확대하고 공모를 통한 정부와 민간의 공동 사업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정부는 수목장림 조성에 대한 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며 “수목장림 전반에 걸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양주·용인=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