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알바생…4년 만에 대리점 16개 사장입니다/| LGU+ 판매 가온텔레콤 이경상 대표
[중앙일보] 입력 2016-07-07 00:03 수정 2016-07-07 19:12
LGU+ 판매 가온텔레콤 이경상 대표
휴대전화 판매 시작하던 시절
밤새 요금제 공부해 맞춤 마케팅
본사가 무이자 대출, 창업 권해
보일러 공장, 목공소, 가구 공장, 대형마트, 카드사, 운동용품 판매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은 3년 동안 이런 일터들을 거쳤다.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옮겨 다니며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 이 청년은 10여 년 후 연 매출 150억원을 자랑하는 어엿한 사업체의 대표가 됐다. 이경상(35) 가온텔레콤 대표의 이야기다.
가온텔레콤은 경기도 시흥에서 LG유플러스 대리점을 운영하는 휴대전화 유통업체다. 2008년 직원 4명과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대리점 16개, 직원 100여 명을 거느린 중소 기업으로 성장했다.
“나 같은 사람도 인터뷰를 하냐”며 수줍어하던 이 대표는 “취업난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 이 대표가 했던 일은 은행에 설치된 간이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파는 것이었다. 2인용 식탁만한 가판에 휴대전화 몇 대를 진열해놓고 은행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사용을 권하는 방식이었다.
1년 동안 일했던 은행 간이 매장 20여 곳은 휴대전화 판매 실적이 10배로 뛰었다. 이례적인 실적 개선에 LG유플러스 본사에서도 이 대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그는 1년 만에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고 이듬해인 2006년 경기도 시흥에서 LG유플러스의 직영 대리점장을 맡게 됐다.
이 대표는 “파격적인 승진이 믿기지 않았다. 살면서 뭔가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만에 자신이 맡은 대리점의 판매 실적을 전국 3위로 끌어올렸고 LG유플러스로부터 ‘직접 대리점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그는 모아둔 돈 3000만원에 대출금을 보태 가온텔레콤을 설립했고 직접 LG유플러스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다.
| 소사장제 도입 대리점에 전권 맡겨
8년 만에 직원 100명, 매출 150억
그는 상담·판매 등 각 업무별로 담당자를 지정하고 중요한 결정도 직접 담당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했다. 급여도 성과 별로 차등 지급했다. 2012년 매장을 4개로 늘리게 된 이후에는 각 대리점에 ‘소사장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이 자신이 맡은 대리점의 매출을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게 한 것이다. 각 대리점의 ‘소사장’들이 자기 사업처럼 매장을 운영하자 이 대표가 관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실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경기도 시흥에만 16개의 LG유플러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텔레콤을 통해 LG유플러스에 가입한 고객만 4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매출은 150억 원. 16개 대리점 중 절반 이상은 연간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난 때문에 각종 직업을 섭렵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지금이지만 통장에 쌓인 잔고는 그리 많지 않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그는 “수익의 대부분은 재투자를 하고 있다. 매장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지점의 홍보 비용으로 사용한다. 꾸준하게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수익과 재투자의 선순환 구도를 깨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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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자신을 보며 꿈을 키우는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를 믿고 따르는 직원들 모두에게 대리점을 맡겨서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 그들도 언젠가는 나처럼 자기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침에 눈 뜨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