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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였다. 잔뜩 흐린 하늘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지만 바다는 여전히 깊고 푸르렀다.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가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선박 충돌 사고로 순교한 지 108년이 지났지만 바다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그는 가고 없지만 그의 희생은 밀알이 됐다. 한국교회가 세계 선교를 당당히 이끌게 됐다. 물결치는 바다를 보며 감회에 젖어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아펜젤러의 후손들이다. 24일 오후 군산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군산시 내초동 아펜젤러순교기념교회에서 후손 초청 순교 108주년 추모예배가 드려졌다. 방한한 후손은 모두 9명이다. 아펜젤러 셋째 딸의 며느리인 헬렌 레이시(82) 여사와 그 아들 데이비드 브라이언 레이시(54), 며느리 프리실라 레이시(38), 손자 마르크 타이 레이시(19개월), 옥타비오 세사르 레이시(2개월)를 비롯해 아펜젤러와 사돈 관계였던 노블 선교사의 손녀 캐럴린 코건(74), 린 코건 와드(73), 그리고 증손녀인 케이틀린 워드(26), 아펜젤러의 4대손 제임스 울프(25) 등이다. 데이비드 브라이언 레이시씨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 가족들은 항상 아펜젤러 선교사 덕에 어디를 가든지 환영을 받아왔다”며 “한국교회와 신자들을 만나는 것이 큰 영광이자 특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펜젤러의 친가와 외가의 후손은 현재 70여명이다. 5대손까지 태어났으며 모두 미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캐럴린 코건 여사는 “아쉽게도 현재 살고 있는 후손 가운데 선교사나 목회자는 없다”며 “하지만 대학교수나 교사, 사회봉사자 등이 많아 아펜젤러 선교사의 사역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입국한 후손들은 그동안 아펜젤러가 첫발을 디뎠던 인천을 비롯해 서울 양화진 선교사묘지와 정동제일교회,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을 돌아보며 조상의 발자취를 살폈다. 아펜젤러순교기념교회 임춘희(49) 목사는 “그동안 후손 가운데 군산 순교관과 기념교회를 다녀간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에 초청된 후손들은 모두 처음 왔다”고 밝혔다. 제임스 울프씨는 “4대조 할아버지의 사역지인 한국에 와보고 싶었다”며 “이번에 기회가 주어져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후손들은 2년 전 개관한 이곳 순교기념교회와 순교관을 둘러보며 조상이 남긴 유물들을 꼼꼼히 둘러봤다. 아펜젤러가 남긴 여행 가방을 비롯해 한글 성경, 타자기, 카메라 등에 시선을 집중했다. 아펜젤러는 한국교회 개신교 전래 125주년 원년에 해당되는 1885년 언더우드 선교사에 이어 한국에 도착해 왕성하게 활동했다. 배재학당과 정동제일교회 등을 설립했고 한글 성경 번역의 필요성을 절감해 장로교 선교사들과 함께 성서번역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또 순회 개척 선교의 선구자로 한국의 오지를 많이 다녔다. 1888년 8월 강원도 원주를 비롯해 대구와 부산까지 이르는 612㎞를 여행해 개척 선교의 터를 닦았다. 이번 후손 초청은 부평감리교회(홍은파 목사)와 아펜젤러순교기념교회에서 주관했다. 군산=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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